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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아름다운 영혼, 김남주

              적막강산


                                     김남주


콕콕

콕콕콕

새 한 마리

꼭두새벽까지 자지 않고

깨어나

일어나

어둠의 한 모서리를 쫀다.

콕 콕콕 콕콕콕 ......


이윽고 먼데서

닭울음소리 개울음소리 들리고

불그레 동편 하늘이 열리고

해 하나 불쑥 산너머에서

개선장군처럼 솟아오른다


이렇게 오는 것일까 새 세상은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리고

새 세상은 정말

새 세상은 정말

어둠을 쪼는 새의 부리에서 밝아오는 것일까



결국 그는 똥파리 한마리 조차 어찌하지 못하고,

승리하지 못한 자신을 정말 싫어하면서,

시인으로 조용하게

              세상에 떠밀려 나오지 않고 자유스럽게

              그렇게 살기를 소망하면서

하늘에서 신의 심판을 받았으리라.


우리는 시인에게 끊임없이 희생만을 기대했을 것이나

신은 그에게 합당한 것을 이루어 주었으리라.

그래서 나는 신의 심판을 좋아한다.

인간이 하지 못하는 많은 것을 해 주는 신의 심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