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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읽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_인간 실격_230723

다자이 오사무는, 18세에 기생인 하쓰요와 만나기 시작했고, 중의원이었던 아버지가 죽자 5년 후인 19세에 아버지의 방탕한 생활과 위선을 폭로한 소설을 발표한다. 22세에 시메코와 동반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29세에 미치코와 결혼을 하고 약 10년간 작품들을 쏟아내고도 우울depression을 극복하지 못하였으며, 맹장염 수술을 받고 약물 중독에 빠져 1948년 39세에 토미에와 함께 자살한다. 

 

소설 속의 요조는 몸이 약해서 잔병치레를 많이 했고, 하인들에게 욕을 당하고 난 뒤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 모두를 두려워하였다. 서로 속이면서도 맑고 밝게 살아가는 사람들, 고통스러운데도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가끔씩 분노를 표출하는 동물의 본성을 가진 사람들이 두려워서, 변명도 하지 못한채 공격을 받아들이고 존경조차 두려워 스스로 절망한다. 사진 속의 아이는, 두 주먹을 꽉 쥐고 주름 가득한 원숭이 얼굴로 보기 흉하게 웃고 있다. 세상이 두려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어릿광대짓의 결과란다. 

 

요조는 호리끼가 이끄는데로, 술과 담배와 매춘을 통해 순간이지만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잊는다. 음지의 인간에 대한 상냥한 마음이 들고, 비합법의 느낌이 좋아서 좌익운동에 참여한다. 상냥한 마음은 어려움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었지만 그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요조는 모른다. 좌익운동은 연민과 공감, 목적 의식과는 거리가 먼 상태에서 참여했으므로 공허해지고, 몸이 감당할 수 없자 미련없이 떠나게 된다. 사진 속의 학생 요조는, 행동과 감정이 있는데도 느낌과 의미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살아있으면서도 죽은 듯한, 이상한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을 꾸민 듯한 웃음을 짓고 있다. 

 

가난에 내몰린 요조는, 비슷한 처지의 여자와 비탄에 빠져 자살을 시도하지만 여자만 죽고 다시 살아난다. 그후로도 반복되는 일상 회복과 파탄은, 데카당스decadence의 전형을 보여준다.  약물 중독에 빠져 정신병원에 입원을 거듭하면서 타락을 멈추지 않는다. 사진 속의 노인은, 지저분한 방안에서 화롯불을 쬐고 있는데, 온갖 불행에도 표정이 없으며, 웃음조차 사라진 죽을상의 남자다.

 

아버지는 요조가 원치 않은 선물을 강요하고, 요조가 원하는 그림공부를 좌절시키고, 요조가 살 집을 정해준다. 약한 몸과 아버지의 강압은, 요조가 세상을 등지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부모를 넘어서지 못하는 사람은, 영원히 어린아이로 살 수밖에 없다. 몸이 커진 어린아이가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타락뿐일까? 그는 스스로 부끄러운 삶을 살았다고 인정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립고도(?) 두려운 존재가 사라져버려 고뇌와 의욕이 모두 사라진 요조는,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자라지 못한 사람의 타락 또한 존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의 책이 많이 읽히고 있다는 것은, 자살율 세계 1위('21년 10만명 당 26명, 우울 위험군 16.9%) 한국 사회의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 요조가 살던 시기는 폭력과 광기가 넘치던 제국주의 전쟁 시기였기에, 평범한 사람들을 압박하는 시대라는 특성이 있었다. 풍요로운 현대 한국에서 사람들의 고통은 비교 박탈감이고, 그것이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분석한다. 과연 그럴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노동과 놀이와 공동체에 대한 기여다. 한국인들의 현대의 삶은, 이 세 가지 요소가 균형잡혀 있지 않다.  

 

우울증depression이라는 단어는 너무 평범해서 자살에 이르게하는 깊은 고통을 알 수 없게 한다고 한다. 단순한 근심과 슬픔이 아니라 '벗어나기 어려운 죽음을 유도하는, 약한 체력으로 인한 우울증 ; 주검유도 약체증'이라고 해야 할까? 병명이 너무 끔찍하면 환자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환자의 가족들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 단순한 병명도 문제고, 강한 병명도 문제다. 심각한 병임을 인식하게 하면서도 치료의 희망을 붙잡을 수 있게 하는 이름은 무엇일까? 주검유도 약체증은, 건강하지 못한 몸 때문에 생기는 우울증이라는 의미가 있으므로, 몸을 건강하게 만들면 이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은 도무지 읽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