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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울산바위를 감상하며 오르는 미시령 옛길_230706~0707

6일 아침, 숙소에 누워서 해뜨는 바다를 볼 수 있었지만, 해 뜨는 시간에 자고 있었다. 날이 흐려서 해 뜨는 것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천재가 말했다. 좁은 침실이었지만 편안하게 잘 잤다.

 

오전에 고성 쪽으로 올라가면서 바다 구경을 더 하려고 했는데, 오전에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다행이다. 11시 5분에 모든 일이 끝나고 마음 편안하게 바다 구경을 간다. 바람이 매우 거세다. 모래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고성 8경의 하나라는 천학정. 올라가기가 싫은데, 마침 아주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정자도 매우 소박한데,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는 자세가 아주 좋다. 바라보는 우리는 평화로운데, 거센 바람과 파도의 작용으로 바다가 끓고 있다. 

 

능파대의 곰보바위. 석림이기도 하고 카파도키아이기도 한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소금침식(타포니)라고 암염이 화강암 사이에 들어가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천만년도 더 걸렸겠지. 이 근방에서 이런 모습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 것은, 설악산 줄기의 화강암이 바닷가까지 이어져 있어서다. 타포니도 신기했지만 바닷 바람이 거세어서 날아갈 것같은 상태가 더 재미있다.

 

아야진 바다가 매우 신기하다. 거대한 화강암 바위가 평평하게 펼쳐져 있어서 마치 인공석호를 파놓은 듯하다. 사람도 드물어서 걷기에 좋았으나, 거센 바람과 뜨거운 햇살에 20분 여를 걸으니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은 그리미가 원하던 물회와 회덮밥. 노년의 부부가 운영하는 오래된 식당인데, 맛이 깔끔하다. 가격도 적당해서 더 좋았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홍교라는 숙종 때의 다리가 예쁘다고 해서 건봉사 방향으로 차를 몰아 올라간다. 완전 산골이다. 철책이 가까워진다고 해서 그런지 스산한 느낌마저 돈다. 이런 골짜기에서도 깨끗한 집을 짓고, 노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

 

마을의 홍교와 건봉사의 홍교. 이끼로 뒤덮인 건봉사의 홍교가 더 멋스러워 보인다. 부처님 치아 진신사리도 직접 봤다. 구례 천은사에서 진신사리를 보았는데, 이곳에서 또 보게 된다. 올해는 진신사리를 보는 해다. 감동은 없다. 아, 이렇구나. 홍교에서 건봉사로 오르는 길의 금강송이 더 멋드러진다.

 

돌아오는 길에 라벤더 마을을 찾아갔다. 6월 15일에서 20일 사이에 활짝 피고, 지금은 전부 수확한 상태라고 한다. 정원이 예쁘다고 하는데,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땡볕과 강한 바람이 이런 결정을 하게 한다. 삼포해수욕장을 돌아서 오는데, 바다를 배경으로 한 소나무 숲이 그럴싸했는데, 초봄이나 늦가을에 와서 걸어보기로 했다.

 

기대하지 않은 속초해수욕장 대관람차 앞의 리조텔로 입실했다. 넓직한 단칸방에 들어가서 하나 뿐인 욕실에서 순서대로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양갈비를 먹을까 아바이 순대를 먹을까 고민했는데, 아바이순대로 결정. 숙소 위쪽에 깨끗한 순대집이 있다. 모듬순대와 아바이순대국을 시켜서 먹었다. 가격은 너무 비쌌지만 맛은 깔끔하고 좋았다. 옥수수 막걸리와 소주 1병을 나눠마셨다. 이 시간이 얼마나 그리울지 우리는 모를 것이다.

 

해안길을 산책했다. 오늘 낮과 어제 밤과 달리 바람 한 점이 없다. 가족들이 한가로이 산책을 한다. 때이른 휴가지에서 이렇게 많은 가족들이 함께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하다. 산책을 마치고 잠시 쉬다가 집에서 가져온 술을 캐쉬넛과 함께 마셨다.

 

2025년을 예측해 보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휴전협정으로 끝날 것이고, 한국은 점점 피폐해져 갈 것이다. 이럴 때는 멀리 떠나는 천재가 제일 좋겠다. 우리도 멀리 여행을 떠나게 되면, 내 살 길 찾느라 몰두할 수 있어서 좋을텐데.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모두들 노느라 지쳤는지 술자리도 금방 끝난다.

 

선배로부터 전화가 오고, 옛 직장 상사로부터 카톡이 왔다. 잘 살아 보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7일 8시 반에 잠을 깨어 나갈 준비를 마치고 열시에 숙소를 나섰다. 전복덮밥과 곰치국(2인분 5만원, 헉)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웠다.

 

미시령 옛길을 돌아가면 3시에 집에 도착하고,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12시면 도착한다. 미시령 옛길로 가기로 했다. 와아한 기분으로 울산바위를 계속 바라보며 구비구비 산을 오른다. 와아 소리가 연신나온다. 그러나 막상 미시령에 오르자 설악산의 웅장함은 사라지고, 멀리 속초 바다가가 가깝게 보이는데, 뿌옇게 흐려서 아무런 감흥이 없다.

 

남양주 화도에 근접하자 길이 밀리기 시작하고, 수도권을 통과하는 시간이 90분 남짓인데, 뜨겁기만 하다. 어서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모두들 휴가를 다녀왔는데,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인생이 다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