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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이상원 미술관에서 보고 마시고 잠들다_230702~03 dos de julio el domingo_два Июль Воскресенье

인제의 박수근 미술관을 가려고 했는데, 다음 주까지는 일부 전시관이 휴관. 춘천의 이상원미술관으로 행로 변경. 하는 김에 미술관에서 하룻밤. 오전 열시에 부천을 출발해서 덕소역에 한시간만에 도착해서 우주신을 태우고 점심 식사는 구글 평점에 기대어 보리밥집. 맛은 깔끔해서 집밥으로 손색이 없는데, 가격이 13,000원이라서 가성비가 떨어져서 평점을 대폭 낮춘다. 직원들은 친절하다. 가평음악역에서 입주민 회의를 하는데, 공연이나 하는 줄 알고 들어갔다가 화장실만 들려 나왔다.

 

가평군청을 지나 춘천으로 넘어가는 10킬로의 외딴 산골을 지나야 이상원미술관이 나온다. 외지고 가파른 곳에 아슬아슬하게 자리한 느낌이다. 계곡이 흐르고 물소리가 크다. 20만원을 내고 4명의 잠자리와 미술관 관람권, 공방 체험권 2장을 얻었다.

 

무학의 화가 이상원은 동해인, 밧줄, 마늘, 바퀴자국, 철모, 싸우는 소를 그린다. 멋지다. 마치 중국의 현대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상하이 미술관이나 러시아 국립미술관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멋진 그림이다.

 

동해의 노인들. 유쾌하고 심각하며 서글프다. 한지에 먹과 유화물감으로 그려냈다. 사실을 과장했음이 분명한 이 인물들에서 사룸(살아 움직이는 개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룸이 저물도록 유쾌하기 위해서 많은 즐거운 일들을 준비해야겠다. 

숙소는 개울가에 자리잡고 있다. 저녁을 일찍 먹고 와서 산책을 하기로 했다. 차를 타고 화악리로 나가서 닭갈비 4인분을 주문하고 소주 한 병을 시켜 먹었다. 제법 맛이 좋았다. 닭갈비는 이 근처 어디에서 먹어도 비슷한 맛이 나서 실패가 없다. 뭔가 표준이 완벽하게 만들어진 느낌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비슷하게 맛이 좋을 수가 있겠는가. 딱딱하고 불친절해 보이던 주인장은 탁구 이야기를 기점으로 해서 편안한 사이가 되었다. 술맛이 더 좋아져서 우동면을 2인분 추가해서 저녁 식사를 대신했다.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겠다고 한다.

 

후식으로 팥빙수를 포장해 가려고 동네 빵집에 들렀는데, 불가능하단다. 몇 가지 빵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닭갈비집에 가방을 두고 왔다.

 

계곡물을 건너 산책을 갔다. 모기가 없다. 물이 차가워서 그런 모양이다. 30분 남짓 해가 넘어가기 전까지 가볍게 산을 오르내렸다. 속이 편안하다.

 

느긋하게 일어나서 씻은 다음에 나와 우주신은 미술관으로 가고, 천재와 그리미는 금속 공방에 들러 체험을 한다. 뭔가 좀 어설프지만 그러려니 한다. 좀 멋진 예술활동이 일어났으면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본 이상원의 그림은 좋았다.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