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수프 남은 것을 모두 끓여서 먹고 출발했다. 대변항 앞의 카페에다 주차를 해놓고 출발. 아침부터 물미역을 작업하면서 팔고 계신다. 오후에 도착할 때까지 작업을 하고 있어서 2묶음 싱싱한 것을 5천원 주고 사서 가지고 왔다.
척화비는 보고 싶지 않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보았다. 기개는 있었지만, 힘을 써야 할 곳에 쓰지 못해서 결국은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대원군은 역사 앞에서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 그렇게 자신있게 정권을 잡았으니,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거대한 비석에 '바르게 살자'를 써놓고 부산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왕복 6차선의 넓은 도로 위에 눈에 띄게 하고 싶은 말이 '바르게 살자'다.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다. 70년대 유신독재의 구호가 시퍼렇게 살아있는.
친구가 선물해 준 음료와 빵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마침 점심시간에 눈앞에 이 카페가 나타났기 때문에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대도시를 자연과 함께 걷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멋지고 기묘한 암석이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진 지형인지를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화해설사가 필요한 이유다.
3코스의 90분은 차와 함께 걸었다. 새로 만든 길은 봉대산으로 다시 올라가는 길인데, 지도를 잘못 해석하는 바람에 옛길을 걸어서 차들의 소음 속에서 괴롭게 걸었다. 기장군청에서는 신앙촌 집단의 허접한 울타리를 지나야 했다. 멋지게 꾸며 놓아도 될 것을 왜 이렇게 방치해 둔 것일까.
3코스의 최악은 고리 원자력발전소를 바라보면 걷는 것이다. 2시간 내내. 바다는 쓸쓸하고 어촌은 활기가 없었다. 누가 해파랑길 3코스를 걷겠다고 한다면, 말리겠다. 마을 분을 만났는데, 제법 잘 해 놓았으니 가보라고 하신다. 다행이다. 원자력발전소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 이곳에서의 삶도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바다마루 전복죽집을 가다가 차를 돌렸다. 오늘이 수요일이라 휴무다. 돌아오는 길에 국수집에 들렀다. 전통이 있는 집인 모양이다. 먹을만했다. 친구는 뉴질랜드에서 트랙킹을 한다고 하는데, 나는 원자력발전소를 바라보며 걷다가 만두와 국수를 먹고 있다.
바다는 동해 바다여서 장쾌하고 아름다웠다. 그래도 다시는 걷고 싶지 않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