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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브루넬레스키의 계란, 양파 하우스를 만들다_221126 el veintiseis de noviembre el sábado_двадцать шесть ноябрь Суббота

어제 어머니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농약방에 들러 양파를 구매하려고 했지만 11월 초에 이미 끝났단다. 올해가 유난히 날이 좋아서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양파를 구하러 다니고 있다. 돌아 나오다가 다시 들어가서 시금치 씨앗을 샀다. 2천 원. 마늘밭의 남은 부분과 쪽파를 캐고 남아있는 공간에 시금치를 뿌려두면 내년 봄에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옷을 갈아입자마자 씨앗을 뿌렸다. 90분 정도 걸렸는데, 날이 어두워서 보이지가 않는다. 저녁을 먹고 정신없이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는데, 배추 뽑으러 출발한 처제들이 벌써 도착했다.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이 밭으로 가서 배추를 자르게 했다. 나는 추가로 심은 통마늘에 비닐을 덮고 양파밭에 물을 주었다. 그 와중에 동서와 조카가 도착했다. 다 같이 달려들어서 양파를 덮는 하우스를 만들었다. 50cm 간격으로 활대를 박고, 양쪽 끝은 보완 활대를 대고, 비닐을 덮은 다음에 흙으로 마무리했다. 알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지만, 혼자 하려니 사실 난감했던 일이다. 브루넬레스키Brunelleschi의 달걀 세우기다.

 

비닐을 거의 덮고 나서 바라보니 한 겹 비닐이 너무 얇아 보였다. 고라니들도 뛰어다닐 텐데. 비닐도 남아있고, 처제들도 하는 김에 한 겹 더 덮자고 해서 2차 작업을 했다. 한 번 해 봐서 그런지 속도는 더 빠르다. 끝.

 

배추는 콤바인 포대에 담았더니 7포기가 들어간다. 총 11개 80포기이니 제대로 자란 배추 40포기 정도는 된다. 작년보다 양이 적다고 한다. 올해 담아보고 부족하면 내년에는 더하면 된다. 집에 들어가서 물로 목을 축이고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갔다. 길이 밀리지 않아 2시간도 되지 않아 도착했다고 한다. 

 

샤워를 하고 병원으로 처제가 사 온 홍삼 음료수를  들고 가서 병실 환자분들과 나눠 마시고 나니, 정신이 들었다. 이틀 만에. 

 

무주 최북미술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