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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친구들 덕분에 비닐과 부직포를 모두 걷다, 잘못은 없다 선택할 뿐이다_221104 el cuatro de noviembre el viernes_четыре ноябрь Пятница

고구마 크림수프를 끓여 아침을 먹고 9시가 못되어 밭으로 나갔다. 다구가 부직포를 걷고 나가면, 나는 비닐을 걷어 정리했다. 한 줄 한 줄 처리해 나갔다. 오랜만의 작업이라 다구가 힘들어했지만, 다구의 작업 속도를 따라가는 나는 여전히 버겁다.

 

한 줄만 더 하고 끝내자, 이것까지만 하다가 끝내자, 이러다가는 일을 끝낼 수가 없겠다. 다구의 부직포 걷기가 끝났을 때, 나의 비닐 걷기 작업을 중단했다. 일을 끝낼 수 있었다.

 

12시가 다 되어 절반 넘게 일을 끝냈고, 오후에도 작업을 해야 하니 좀 쉬기로 했다. 시원하게 씻고 막걸리 한 잔을 하고 있었더니 친구들이 내려왔다. 고기를 구워 점심을 먹으며 술도 한 잔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3시가 다 되어 밭으로 갔다.

 

일을 하며 다구로부터 들은 최고의 말, '잘못은 없다, 선택할 뿐이다'

 

나와 유상이가 부직포를 개고, 다구와 용석이가 비닐과 부직포를 걷었다. 둘이 하던 일을 넷이 하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바람이 세게 불어 부직포 개는 일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4번을 쉬면서 해가 다 넘어가도록 일했다. 마지막 한 시간은 정말 힘들었다. 추위도 살짝 느껴졌다. 중간에 일을 멈추고 싶었지만, 하던 일은 끝내자는 친구들의 독려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일을 마치고 났더니 6시다. 샤워를 하고 어머니가 해 놓으신 닭볶음탕과 무생채 들기름 비빔밥으로 저녁을 먹으며 별의별 이야기를 다 나누었다. 

 

유상이가 춘천 걷기 여행을 제안해서 11월 7일(월)로 날자를 잡았다. 아무리 친구들이라도 이렇게 매일같이 어울려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러자고 하니 따르기로 했다. 다구는 대구에서 KTX까지 타고 올라오겠단다. 참 편한 인생이다. 9시에 유상이와 용석이를 보내고, 춘천가는 기차표와 대구가는 기차표를 예약하고, 임윤찬을 들으며 우리도 잠이 들었다.

 

걸음 수를 보니 11,500 걸음이 넘었다. 일하면서 이 정도 걸음 수가 나왔다면 쉬지 않고 일했다는 것이다.

아, 피곤하다.

 

가족 이외의 친구들로부터 얻는 위로가 참 크다. 들기름 병을 하나씩 들려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