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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퇴비를 뿌리고, 로터리 치고, 비닐을 씌우다_230221~23 veintidós de marzo el miercoles_ двадцать два Маршировать Среда

월요일 저녁에 농원으로 내려왔다. 길이 안 밀려 편안하게 와서 푹 자고 일어났더니, 일 하기는 더 싫다. 그래도 음성에 나가기 전에 퇴비를 다 뿌려야 한다.

 

끝내지 못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퇴비를 뿌리고 돌을 골라 내려고 하니 일이 끝이 없다. 세 시간 가까이 밭을 걸으며, 일이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후들거리는 팔다리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음성에 다녀와서 푸욱 쉬다가 면세유 경유를 60리터(리터당 1,078원)를 사서 싣고 농기계 임대센터에 가서 트랙터를 빌렸다. 76,000원. 마당에 옮겨 놓고, 밭으로 가서 다시 퇴비를 뿌렸다. 7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저녁을 먹고 잠에 떨어졌다가 새벽 한 시에 일어나서 뚜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을 마저 읽고 나서 다시 잠이 들었다.

 

22일 9시에 작업을 하러 나가는데, 농기계 임대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내일 비가 온다는데도 기계를 빌리겠느냐고 한다. 오늘 로터리 작업을 일찍 끝내고, 오후 2시경에 휴립배토기를 빌릴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그러라고 한다. 3시간을 일찍 빌리기로 했다. 이런 유연성이 필요하다.

 

로터리를 최대로 내리고 깊이 밭갈이를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제대로 잘 갈렸다. 2차로 4.5에서 다시 한 번 마무리를 해 주고 세차를 하고 났더니 12시다. 3시간 만에 밭갈이는 끝났다. 점심을 먹고 조금 쉬다가 다시 농기계 임대센터에 가서 트랙터를 반납하고, 휴립배토기를 임대해 왔다.

 

날이 뜨겁다. 밭갈이가 깊게 잘 되어 있어서 관리기가 잘 나가지 않는다. 오르막은 끌어올려야 작업이 된다. 게다가 관리기를 회전시키느라 진이 빠진다. 이러면 안되는데, 그래도 이랑의 비닐 피복 품질이 좋아서 견딜만 하다. 두 이랑 하고 쉬고, 다시 두 이랑 하고 쉬고를 반복해야 했다. 점점 진이 빠진다. 7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13개의 이랑을 완성했을 뿐이다.

 

새벽에 비가 내린다면 아침에 작업이 힘들텐데. 비가 내리면, 현재 완성된 이랑에 감자와 강낭콩을 심고, 나머지 이랑은 다음 주에 다시 작업을 해야겠다. 타이레놀을 한 알 먹고, 맥주 한 잔 하고.

 

공부를 하다 보면 일이 하기 싫어지는데, 공부만 하다보면 일이 하고 싶어진다.

일을 하다보면 힘들어서 공부를 할 수가 없다. 공부에 전념할 수 있을 정도의 낮은 강도의 일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농사일은 하다보면 강도 조절을 할 수가 없다. 

늘 힘들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간에 적당히 멈춰야 한다. 어떻게? 

그냥, 막 -

 

23일(목) 새벽녘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잠이 깨어 밖으로 나가보니 비는 그쳤는데, 데크가 많이 젖어있고, 앞집 밭도 축축하다. 오늘은 작업이 불가하다. 관리기는 뺄 수 있을까?

 

아침을 먹고, 어머니가 침 맞으러 가신 동안에 화분에 있는 무언지 모를 뿌리 식물을, 죽어가는 개복숭아와 새로 자라는 개복숭아 사이에 심었다. 히야신스가 올라오는 곳에 엉켜있는 나뭇가지와 애플민트의 잔해, 벌써 자라기 시작한 풀들을 정리해 주었다. 히야신스와 함께 수선화도 올라와서 내일이면 꽃이 필 것처럼 보인다. 수선화 뒷쪽에 백합의 잔해도 갈색으로 서 있다. 원래는 캐서 뿌리만 보관하면 될텐데, 정원에서는 제거해 줘야 하는 모양이다. 잔해를 거칠게 제거했더니 뿌리가 흔들렸다. 올해는 더 많은 백합이 올라올까, 아니면 그대로 올라올까 궁금하다.

 

밭으로 갔다. 호미로 흙을 파헤쳐보니 아주 적당히 물이 스며들어 있다. 과연 기계가 정상 작동할까. 밭 주변을 돌며 몇 번을 망설이다가 어쨌든 기계는 반납해야 하니 시동을 걸고 끌어내리는 작업을 하기로 했다. 14번째 이랑의 비닐을 덮으며. 겁 먹은 것에 비하면 깔끔하게 작업이 되었다.

 

지나가던 이장이 아주 적당한 때 작업을 잘 했다며 나머지 이랑도 작업을 하라고 한다. 기계를 위로 끌어올릴 방법이 없다고 했더니 기계를 눌러서 올라가면 된다고 한다. 비닐을 씌우며 올라가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안될 것이라고 한다. 그를 보내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기계를 끌고 올라가 볼까, 어제도 시도해 보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포기하기로 했다. 지금 작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몇 줄 더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작업에 실패하면 기계도 밭도 엉망이 될 것이다. 그러느니 포기하는 것이 낫다.

 

마음이에 관리기를 옮겨 싣고 세차를 했다. 한 시간이 다 되도록 물청소를 하며 마음을 가라 앉혔다. 농기계 임대센터에 반납을 하고 돌아오는 마음이 무겁다. 이랑 만드는 부분은 새 것으로 교체한 모양인데, 내 한 번의 작업으로 완연한 중고가 되어버렸다. 참 황당한 일이다.

 

금왕읍내에 가서 장애인 차량 등록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중년 여성이 씩씩하게 경운기를 몰고 지나간다. 멋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