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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감자를 심기 위해 퇴비 70포를 뿌리다_그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_230316 dieciseis de marzo el jueves_шестнадцать Маршировать Четверг

마을 사람들은 감자를 다 심었고, 씨감자가 배달된 지도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퇴비 포대를 밭에 옮겨 놓았다. 70포대 1.4톤을 어깨에 걸머지고. 너무 힘들다. 30개 포대는 마음이에 실어서 밭으로 옮겼다. 다행히 잘 마무리되었다.

 

점심을 먹으러 마을회관에 모였다. 여자들이 식사를 준비했으니 남자들이 설거지를 하자고 제안했다. 여자들까지 나서서, 남자들이 설거지까지 하느냐며 말린다. 고집을 피워 혼자서 설거지를 하면서 슬슬 걱정이 되었다. 이러다가는 나 혼자 마을 설거지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마음 비우고 열심히 설거지를 하다 보면, 여자들의 마음도 바뀌고 남자들도 참여를 하게 될까. 그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밭에 널려있던 비닐 포대를 전부 걷어서 폐기장에 옮겨 놓았다. 한 트럭 분량이나 되었다.

 

밭에 널려있던 고구마 줄기와 풀줄기들을 전부 걷어서 밭둑으로 옮겨 쌓았다. 폐기석들도 일부 주워 내었다. 몸살이 날 지경이다. 두유 한 잔을 마시고 마늘밭 한 쪽의 풀을 매었다. 아직까지 마늘밭은 수분이 잘 유지되고 있었다. 다음 주에는 물을 한 번 줘야 하지 않을까.

 

지난주에 심은 두 그루의 사과나무에 물을 주고, 지주목과 묘목을 묶어 주었다. 이 정도로 묶어도 괜찮을지 자신이 없다. 과일 묘목을 더 사다가 심고 싶은데, 그러려면 먼저 밭을 갈아야 한다. 다음 주에는 트랙터를 빌려서 밭을 갈아야겠다. 감자 심을 준비에만 사흘이 걸린다.

 

마을 사람들의 주입된 편견의 벽에 부딪혀야 하는데,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불교에서 전해오는 이야기를 두 가지 관점으로 바라보며 그 의미를 찾아보자. 하나는 의미로, 또 하나는 확률로.

 

1) 의미 : 귀한 인연이니 소중하게 세계(사람과 자연 모두)를 사랑하라.

2) 확률 : 오랜 시간이 흘렀을 때, 우연히 어떤 관계가 될 수 있을 확률

 ㄱ) 모르는 사람과 옷깃을 스칠 인연 : 1/500 = 0.2 

 ㄴ) 부부가 될 확률 : 1/7000 = 0.00014

 ㄷ) 부모자식이 될 확률 : 1/8000 = 0.000125

 ㄹ) 형제자매가 될 확률 : 1/ 9000 = 0.00011

3) 그러면 친구가 될 확률은 얼마일까? ㄱ과 ㄴ 사이에 존재하되 부부가 될 확률에 가까울 것이다. 부부만큼이나 자주 긴밀하게 만나야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므로  : 1/5000 = 0.0002. 5천 명의 사람과 만나서 많은 활동을 해야 단 한 명의 친구를 사귈 수 있다. 과연 그럴까? 마을 사람들과 나는 이렇게 어렵고도 귀한 사이일까. 현재의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유지해야 하는 관계일까. 대충 그렇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모르는 사람과 옷깃만 스쳐도 5백겁의 인연이고,
7천 겁의 인연을 받아야 부부가 되고,
8천 겁의 인연이 있어야 부모자식의 연을 맺는다고 합니다.
형제자매는 9천 겁의 인연으로 엮인 기적 같은 존재이지요.
이렇게 귀하게 만난 인연들을
부디 소중히 여기고 은혜로 여기십시오." (세화, 가는 길 / 29화 제2장 마침 중에서)

* 겁 (겁파 劫波) : 고대 인도에서 시간을 재는 단위로 사용했던 단어를 불교에서 그대로 가져다 썼다. 커다란 바위를 백 년에 한 번씩 비단옷자락으로 쓸어서 닳아 없어지게 했는데도 끝나지 않은 시간을 가르킨다.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9282
  

 

겁(劫)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ncykorea.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