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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10.29 참사가 잘 잊혀지고 있다_1109 el nueve de noviembre el miércoles_девять ноябрь Среда

10.29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열흘이 지났다.

 

그 끔찍한 사고가 별다른 고통 없이 내 머릿속에서 잘 잊히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잘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가슴속에 깊은 상처를 주는 일들을 이렇게 처리해 간다면, 국민 전체가 세월호 참사 때와 같은 고통을 받지 않을 것이다.

 

1) 근조리본을 뒤집어 단다 : 근조謹弔라는 글자가 어려운 한자로 쓰여 있어서 제대로 읽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검정 바탕에 하얀 글씨로 쓰여 있어서 누군가가 죽었다는 분명한 표시가 되고 있다. 그런데, 글씨 없이 그냥 리본만을 달게 되니, 리본의 주목도도 떨어지고, 누군가가 죽었다는 생각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참사의 고통을 잊기 위해서는 적절한 방법이다.

 

2) 분향소에 사진이나 위패를 모시지 않는다 : 조문을 할 때, 위패 특히 영정이 모셔져 있고, 영정 속의 얼굴이 젊고 환하면 더욱 가슴이 아프다. 젊은 시절에 죽은 내 동생의 얼굴과 겹쳐지면서 슬픔이 밀려와 가슴이 터질 듯 아파온다. 고통스럽다. 그런데, 10.29 참사의 분향소에는 영정은 물론이고 위패조차 없다. 내 눈앞에는 하얀 국화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참사 희생자들이 그려지지 않는다. 참사의 고통을 잊는 좋은 방법이다.

 

3) 테레비의 뿌연 화면에 희생자들의 참혹한 장면이 보이지 않는다 :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오전 내내 세월호가 가라앉는 장면이 생중계되었다. 밭에서 일하다가 물 마시러 들어와 그 장면을 보는데, 너무 끔찍했고, 설마 저 안에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죽어갈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지난 8년의 세월 동안 그 장면만 보면,  공포와 참담함을 느낀다. 다행히 이번 10.29 참사에서는 뿌연 안개만이 계속 보이고 있어서 어떤 상상도 일어나지 않는다. 참사로 희생된 150여 명의 생명들이 너무 안타깝지만, 나에게서 잊힘으로써 나의 고통은 사라지고 있다. 세월이 약이지만, 뿌연 화면도 참사의  고통을 잊는 좋은 방법이다.

 

4) 참사 희생자를 밝히지 않는다 : 참사로 희생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슬픔이 점점 깊어진다. 이번 참사에서는 누가 희생되었는지를 모른다. 막연히 이태원에 놀러 나갔던 사람들 중에 운이 나빴던 사람들이 죽었나 보다, 그런 생각만 든다. 모르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과  내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에서 느끼는 슬픔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크다. 참사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참담해지는 마음을 보듬어주기 위해서 윤석열 정부에서는 강력한 지침을 발표하여 희생자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못하게 하고 있다. 희생자가 누구인지를 알리지 않는 것은, 참사의 고통을 잊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5) 장례식을 비롯한 추모 행사가 없다 : 추모 행사를 하게 되면 끔찍한 참사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유가족과 친구들은 일반 시민들보다 더 끔찍한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런데, 이번 참사와 관련해서는 그런 괴로운 추모행사가 없다. 당연히 유가족과 친구들의 슬퍼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내 마음의 괴로움이 덜어진다. 추모행사를 하지 않는 것도 참사를 잊는 좋은 방법이다.

 

6) 누가 참사를 일으킨 범죄자인지가 빨리 밝혀지고 있다 : 용산 소방대장,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등 신속하게 참사 책임자들을 입건하여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람이 150여 명이 죽었는데, 그 이유를 찾느라고 우왕좌왕하다 보면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참사와 관련해서는 신속한 압수수색과 수사를 통해 사고를 일으킨 사람들이 드러나고 있다.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가 분명해지면 머릿속이 한결 개운해진다. 참사를 잊는 좋은 방법이다.

 

7) 여야로 나뉘어 하루 종일 싸운다 : 추모를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사과를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참사를 일으킨 범인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정부는 책임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책임은 어떻게 져야 하는지 등등 온갖 내용을 가지고 하루 종일 열흘 내내 말싸움을 하는 여야가 더 이상 참사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게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참사 이야기가 나오면, 자리를 뜨거나 채널을 돌려버린다. 참사를 잊게 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8) 새로운 문제를 던진다 : 문재인 대통령의 풍산개 문제를 제기하고, 이재명 대표의 측근들을 압수 수색하고 구속기소 한다. 참사 말고도 더 큰 중요한 문제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준다. 이미 앞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잊힌 기억들이 새로운 문제들로 인해 완전히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린다. 참사의 고통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좋은 방법이다.

 

윤석열 정부의 8가지 대응 정책은 나를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150여 명의 희생자와 유가족, 친구들은 지금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어떻게 위로해야 그 슬픔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함께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명복을 빌 뿐이다.

 

10.29 참사로 희생되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고통스럽더라도 잊지 않겠습니다.

평화와 안식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