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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의 발작, 분노

끔찍한 경험들이다. 발작이 일어나고 있다. 의식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모든 발작의 사례들을, 분노 또는 화, 기록해야겠다.

 

1. 처제들과의 대화 중 발작

 

- 발생일시 : 220816

 

- 발생 전의 상황 : 여름 농사일과 시험 준비로 마음이 분주했다. 처제와 동서 가족들이 와서 참깨를 베고 돌아갔다. 일을 함께 하느라 힘들었다. 와중에 차가 고장이 났다. 미션 이상으로 추정된 상태에서 불안하게 사흘을 보냈다. 공부도 할 수 없었다. 차를 단골 수리점에 맡겼다. 캠각 센서 고장이라는 진단이 나왔고 수리비도 크지 않다고 해서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부품을 구하는 중이라며 수리가 기약없이 지연되었다. 가슴이 묵직하다. 중고차를 사려고 했더니 너무 비싸다. 대안으로 기차를 타고 고한으로 가기로 했다. 운전을 하지 않고, 대화는 할 수 없지만 공부를 하며 이동할 수 있어서 좋았다. 폭우 때문에 기차가 한 시간 가까이 지연되었다. 차가 없어서 고구마순 김치를 가져가지 못했다. 그날 저녁과 그 다음날 아침까지, 아무 준비도 해 오지 않은 아내에 대한 농담이 불쾌하게 진행되었다. 자기들은 부모님을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했는데, 언니는 아무 기여도 없다는 비난으로 들렸다. 이 날만의 느낌은 아니었다. 최근 들어 가족 모임을 할 때마다 아내를 몰아세우는 상황이 계속되어 왔다. 착한 아내는 웃음으로 받아넘기고 있는데, 그 웃음 속에서 나는 당황하는 모습을 읽었다. 농담이거나 장난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똑같은 상황이 바로 내 앞에서 벌어졌다. 아내는 역시 웃으면서 당황하고 있었다.

 

- 발작 : 머리 속은 맑았다. 모든 사람들의 모습과 표정이 읽혀졌다. 아내를 무시하고 구박하고 있었다. 아내는 웃고 있었지만, 당황하고 있었다.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내 입이 떨어졌다. 웃음기를 머금고, 큰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큰언니의 마음을 헤아려 주면 안되냐. 말을 하면서 분노가 커졌지만, 끝까지 웃음기를 거두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하는 말이니까. 놀라운 반응이었다. 처제 둘이 얼굴을 붉히고 달려든다. 뭐냐고. 김치를 안 가져왔으면 아무 것도 안한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형부가 뭔데 끼어드냐고. 성과가 없으면 노력한 과정은 무시되느냐고 물었다. 분노한 표정으로 그렇다고 말한다. 너희들 성과주의자냐고 물었다. 그렇단다. 발작의 최고 단계에 이르렀다. 다 때려 부수고, 두들겨 패버리고 싶었다. 머리 속이 맑으니 그러면 안된다고 말렸다. 그러면 안된다고 해서 마음이 가라앉고 상황이 정리되는 것이 아니다. 숟가락을 내려 놓고, 내 방으로 돌아와 누웠다.

 

- 발작 후의 일들 : 침대에 누워 생각하니 당장 숙소를 떠나고 싶었다. 가족들이 모여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참으려고 노력했다. 처제가, 막내처제가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이 심해서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고 말한다. 그 순간 또 발작이 일어났다. 온갖 욕설이 튀어나오고 누군가를 때려주고 싶었다. 동서가 붙잡고 말렸다. 어른들 계시니까 참으라고.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다행히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욕설은 계속되었다.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말렸다. 자신은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내 아내가 모욕을 당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오전 일정을 우리 식구 네 명만 따로 여행을 하기로 했다. 바다로 향하는 기차 속에서 머릿 속에서 온갖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털어 놓았다. 말하면 할수록 더 분노가 일었다. 계속해서 떠들었다.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길을 걸었다. 아름다운 길을 걷고, 시간이 8시간 정도 흐르자 분노가 조금 가라 앉았다. 드론쇼를 보며 시간을 흘려 보냈다. 아내가 처제의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한다. 동생들에게 사과도 받았다고 한다. 용서는 안되었지만, 처제에게 사과를 했다. 내 생각에만 빠져 화가 났다고, 사랑하는 처제들을 왜 내가 미워하겠느냐고.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다음 날의 여행도 우리 식구끼리 하면서 발작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가졌다.

 

- 발작의 결과 : 더 이상 처제들과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내가 30년 동안 만나고 사랑했던 처제들이 아니었다. 그녀들도 자신들이 알던 형부가 아닐 것이다. 마음 속에 분노가 담겨 있는 상태에서 겉으로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고는 있는데, 조금만 건드려도 다시 분노가 일어난다. 지난 주에도 그랬다. 입을 열었다가는 발작을 일으킬 것같아서 입을 다물려고 노력했다. 지옥이었다.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간신히 집으로 돌아와 푹 자고 났더니 몸살에서 회복이 되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처제들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화 중에 처제들 이야기가 나오면 억눌려져 있던 분노가 다시 일어난다. 분노와 발작의 뿌리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나는 그들을 진심으로 용서하지 않았다. 

 

[ 아내의 입장에서 바라 본 내 발작 :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이번 발작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분석해 보라는 의견에 따라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

 

- 동생들은 나를 편하게 대한다. 나도 그런 동생들이 편하다. 동생들과 격의없이 농담을 즐기고, 기꺼이 동생들을 놀리고 그들의 놀림감이 되어준다. 나는 동생들이 놀린다고 해서 당황스럽지도 않고, 불쾌하지도 않다. 동생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동생들은 언제나 내 의견을 존중하고 아껴준다. 나는 우리 원가족의 끈끈한 관계를 믿는다.

- 남편은 나를 사랑하고 보호하려 한다. 얼마 전부터 동생들의 농담이 너무 지나치다는 지적을 했지만, 나는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가족여행을 와서 이런 일이 발생해서 너무 당황스럽고 슬펐다. 눈물이 났다.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 것을 알지만, 남편도 가족들 모두에게 사랑받고 존중받기를 원한다. 이번 일로 인해 남편은 물론이고, 가족들 모두가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걱정이다. 

- 남편은 계속해서 동생들을 오해하고 있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인데, 비뚤어진 마음을 바로 잡으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옳다고만 여긴다. 그러면 안된다. 물론, 나를 대하는 동생들의 태도도 고쳐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동생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주의할 것이다. 동생들이 그렇게 할 것을 믿고, 예전처럼 동생들을 믿고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

 

[ 처제들이 바라 본 내 발작 ]

 

 

2. 아들과의 대화중 발작

 

- 발작일시 : 220930

 

- 발작 전의 상황 : 월요일은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헤드헌터 일을 했다. 친구와 함께 농원으로 내려갔다. 늦은 저녁을 먹고 술도 마셨다. 친구의 이야기는 늘 재미있으면서도 힘들다. 화요일 6시 반에 일어나 하루 종일 바쁘게 일했다. 술을 마셨다. 일찍 잤다. 수요일 아침에는 몸이 피곤해서 7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가지치기를 하루 종일했다. 술을 마시고 잤다. 사흘 내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느라 신경이 팽팽해져 있었다. 그래도 즐거웠다. 일도 많이 하고. 29일 목요일 아침 일찍 일어난 친구가 먼저 일을 하고, 나는 천천히 일어나 같이 일을 했다. 2시간 반 만에 일을 끝내고 샤워를 하고 서울 사무실로 올라와서 즐겁게 일을 하고 집으로 왔다. 오랜만에 아내와 아들과 함께 술 한잔을 하고 11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잘 잤다. 처제들로 인한 발작에서 하나의 원인이 되었던 9급 공무원 급여 문제가 30일 아침에 아내에 의해서 다시 제기되었다.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조카가 이렇게 적은 월급으로 어떻게 살겠냐는 것이다. 억눌려져 있던 분노가 다시 살짝 일어난다. 아내를 출근시키고 거실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었다. 아들이 나온다. 갑자기 말문이 터진다. 발작은 아니었다. 9급 공무원 1호봉이 최저임금 보다 높은 급여를 받고 있다는 것을 왜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아들은 내 설명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란다. 설명하는 문제로 2시간 가량을 이야기했다. 이중잣대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내 중심으로 가치판단한다고 한다. 머리가 아팠다. 그만 이야기하고 싶었다. 웃으면서 이야기를 정리하고 싶어서 웃으면서 몇마디를 더 보탰다. 아들은 이야기를 끝내려고 하지 않았다. 바이칼에서의 이야기까지 꺼낸다. 내가 자신을 모욕했고, 사과도 먼저 하지 않았단다. 나는 너를 모욕할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변명하고 있다고 한다. 분노가 폭발했다. 머릿속은 맑았다.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때려 부수고 싶었다. 그래서는 안되지. 방으로 돌아와 누웠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들어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나에게 아들에게 계속해서 욕설을 퍼부었다. 발작이 최고조로 일어나서 손에 들고 있던 안경과 스마트폰을 벽에 집어던졌다. 가라앉지 않았다. 거실로 나갔다. 테레비와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두들겨 부수고 싶었다. 참았다. 안경과 스마트폰을 확실하게 박살냈다. 그리고 빗자루를 가져다가 잔해를 치웠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호주머니에 뭐가 걸리기에 만져 보았더니 스마트폰 케이스와 이이폰이 있다. 또 다시 발작을 일으킬 것 같아서 화장대 위에 빼 놓았다. 침대에 누웠다.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살은 하지 않을 것이다. 왜 죽지 않을까. 아들이 와서 뭐라고 하는데, 내 얼굴을 손톱으로 다 긁어 버리고 싶었다. 가슴을 긁어 버리고 싶었다. 아마도 친구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겪었다는 고통에 대해서 말한 것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그런 정도의 고통을 느꼈다. 혼자 있어도 분노는 가라앉지 않는다. 나는 왜 살아있고, 앞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 심장에게 말했다. 더 이상 뛰지 말아라, 자연스럽게 죽고 싶다. 심장은 여전히 뛴다. 아내가 와서 위로한다. 분노가 다시 일어난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발작이 저녁 시간을 넘겼는데도 가라앉지 않는다. 오늘 10월 1일. 몸을 일으켜 양치질을 했다. 물을 마시고 혈압약을 먹었다. 책을 보았다. 그래도 분노는 가라앉지 않는다. 말을 시작하면 분노가 폭발할 것이다. 발작이 두려운가. 그렇지는 않다. 발작이 가라앉기를 원하는가. 그렇다. 방법은 있는가. 없다. 시간이 흘러 발작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지금 이 순간. 2일 아침. 분노의 뿌리 중의 하나는 내 억울한 마음이다. 바이칼에서 나는 아들을 모욕할 생각이 없었다. 그냥 짜증을 부리고, 짜증 속에 욕설이 섞여 나왔을 뿐이다. 설명할 길 없는 이 억울함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것을 건드리면 참고 참다가 발작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