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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진도에서 왜관 베네딕트 수도원으로_220921~22 el veintiuno de septiembre el miércoles_двадцать один Сентябрь Среда

피곤한 일정이었던지 제법 깊이 잘 잤다. 8시가 다 되어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동생이 매운탕을 끓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꽃게와 새우가 넉넉하게 들어있어서 도미 뼈와 같이 우려내니 맛있는 냄새가 난다.

 

식사는 준비되었지만 배가 고프지 않아, 먼저 솔비치를 산책하기로 했다. 좋은 경치다. 그러나, 주변이 온통 양식장이어서 진정한 남해바다의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서너 시간 걷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면, 더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 진도다. 그래도 이곳에 이런 대규모 휴양시설을 지어놓으니, 진도와 인근 경제에는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산책을 하고 났더니 드디어 시장기가 돈다. 다시 샤워를 하고, 어제 남겨둔 도미회와 매운탕과 밥을 안주로하여 소주 반 병을 마셨다. 아침부터 술을 반 병이나 마신다고, 밤마다 술을 권하시던 어머니가 놀라셔서, 술병을 잡아채어 숨기신다. 술 취한(?) 동생을 대신해 누나가 식기를 치우고 나니 12시가 다 되었다. 비수기라서 나가는 시간을 12시로 연장해 줬단다. 고마운 일이다.

 

진도대교 앞의 스카이워크와 바다 케이블카는 입장료를 받고 있어서 건너 뛰기로 했다. 아침과 달리 한낮의 땡볕에 어머니를 모시고 걷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조카가 검색해서 제안한, 바로 옆에 있는 '트윈브릿지 카페'에서 음료를 한 잔 하기로 했다. 며느리들이 없으니 아무도 커피를 챙겨 오지 않았다. 국화차를 마시고 싶었는데, 8천원이란다. 허걱. 아메리카노는 6천원. 빵은 누나가 사서 값을 모르겠다.

 

울돌목의 거친 바다를 바라보는 근사한 카페다. 커피, 요구르트, 귤차, 빵을 주문해서 나눠 먹으며 30분을 쉬었다. 많은 분들이 브런치를 드시며 카페와 울둘목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긴다. 좋은 경치다. 화장실을 얼마나 깨끗이 관리했던지 주변 산책을 하고 나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나왔다.

 

"트윈 브리지 카페에 다시 가시겠습니까?"

"두 시간 정도 쉬면서 경치를 즐길 여유가 있다면, 가겠습니다. 음료 가격에 멋진 경치 관람료가 추가된 것으로 생각해도 좋습니다."

 

광주로 가는 길에 온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동생이 무화과 한 상자(3만원)를 샀다. 결국 공용비로 지출하지 못하고, 사비로. 맛있었다.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다.

점심은 다시 광주에서 먹기로 했다. 왜관 가는 길에서 가까운 '소촌옥숯불갈비'. 3시 넘어서 도착한다고 미리 전화를 했더니 점심을 준비해 주겠단다. 돼지갈비 2인분, 낙지 비빔밥, 물냉면, 회냉면. 좋다. 어머니가 우리를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사주셨다. 돼지갈비를 구워서 가져다 주니, 잘라서 먹기만 하면 된다. 1인분에 18,000원이지만 충분한 양이어서 소주 한 병은 거뜬히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운전을 해야해서 술은 참았다. 물냉면이 특히 좋았다. 시원하고 깔끔하다.

 

"소촌옥에 다시 오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다시 왜관으로 출발. 가는 길에 줌으로 Ali라는 회사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멋지다. 대표 스스로 전 세계 유일무이한 기술을 확보했다고 자부하는 회사다. 이런 회사에 들어가서 같이 개발자로서 활동하고 싶다. 가장 중요한 기술이 자연어처리. 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 인간의 언어를 컴퓨터 또는 각종 기기들이 인식할 수 있ㄷ록 하는 기술이다. 90분이 훌쩍 흐른다. 

 

내가 회의를 하든 말든, 옆에서 동생은 16만원을 주고 산 블루투스 노래방 마이크로 연신 노래를 불러댄다. 움직이는 노래방이다. 시끄러워 죽겠지만 참는다. 즐거운 일인데다가, 물건을 샀으니 본전을 뽑아야 한다. 동생이 장모님 앞에서 이 마이크로 옛날 노래를 한참동안 불러 드리면, 가만히 듣고 계시던 장모님이 조용히 따라 부르신단다. 사위와 장모가 함께 옛노래를 부른다.  

 

해가 지고 7시 10분에 수도원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저녁식사. 저녁식사를 끝내고 자기가 사용한 식기를 직접 세척해서 다시 정리해 둔다.

 

수사님의 안내로 어머니와 누나는 한 방에, 남자 셋은 독방을 쓰기로 했다. 1인단 6만원에 3끼의 식사와 방 하나가 배정된다. 미사를 볼 수도 있고, 기도와 산책을 언제나 할 수 있다. 

 

새벽 미사를 보러 나가는 가족들 소리가 들린다. 나는 계속 잤다. 7시 10분이 되어 식사하러 갔다. 우유와 토스트와 과일과 버터. 토스트의 불이 너무 강해서 타버렸다. 버릴 수는 없어서 칼로 긁어내고 딱딱한 빵을 먹었다. 수사님이 안 되 보였는지, 계란 후라이를 한 장 더 가져다 주시고, 신선한 목장 우유도 한 잔 더 따라 주신다. 조카가 나오지 않은 것을 아시고, 잠 자는 자의 먹을 것은 없다고 일갈하신다.

 

성당을 둘러보고, 둘러본다. 날이 시원해서 산책하기 좋았다. 

 

대구 수성호텔에서 전국 교육감들을 대상으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시위를 위해, 조카가 누나와 함께 대구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그 사이에 우리는 또 편안한 시간을 가진다.

 

농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120년된 왜관의 가실성당을 들렀다. 공세리 성당과 비슷한 형태로 지어진 예쁜 성당이다. 특히 스테인드 글라스가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