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농원에서 진도까지도 4시간 반이 걸린다. 코로나로 3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작은 아버지 내외분을 만나러 광주로 간다. 어머니께서 어렵게 짠 참기름 한 병을 챙기셨다.
늘 운전석에 앉아 있다가 세 사람이 교대로 운전을 하게 되니 편안하다. 2만 원을 주고 산 편광 선글라스가 도움이 되는 듯도 하다.
뒷자리에 세 사람이 앉기는 힘이 든다. 한 시간 이내라면 모르겠는데, 그 이상의 장거리 이동은 네 명이 이동하는 것이 맞다. 누나까지 3남매가 어머니를 모시고, 조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진도로 성묘하러 간다.
광주 외곽에 있는 '김연수해물나라'에서 식사를 했다. 해물찜 11만원, 해물탕 6만원. 7명이 소주 한 병을 나눠 마시며 배부르게 먹었는데, 해물탕은 손도 대지 못했다. 해물찜을 싫어한다. 온통 콩나물과 미나리뿐이라서. 그런데, 이 집의 해물찜은 좋다. 콩나물과 미나리가 별로 없다. 다양한 해물이 들어있어서 7명이 먹어도 충분한 양이다. 젊은이들이라면 5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한 번 더 오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광주의 민심. 해물탕집 앞의 70대 노인께서 한 마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 줄 알았는데, 대통령 뽑아 놓은 것을 보니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노인들이 뽑아놓은 대통령인데, 어떻게 수준이 이런 지 부끄럽다."
어느 정권이나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이 있지만,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다고 민주당 정부를 심판해 버린 것은, 이해는 하지만, 너무 심했다. 더 큰 위기를 국민들 스스로 자초했다.
두 분께 10만원씩 용돈을 드리려고 계획했는데, 주변에 현금 출납기가 없다. 동생하고 의논해서 15만원을 두 개의 봉투에 나누어 드렸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누나와 어머니가 현금이 있었단다. 이런. 카드를 들고 살아가는 세상이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다. 2시가 넘어서 출발했다. 숙소까지는 2시간이 걸린다. 먼저 숙소에 들러 쉬고 싶었지만, 산소에 먼저 들르자고 하신다.
진도 하나로마트에서 모시송편, 포도, 오징어, 소주 2병을 사서 산소로 갔다. 벌초한 지 3주가 지나서 풀이 제법 자랐지만, 지금까지 성묘 온 날 중에 편안히 앉아서 놀기에는 가장 좋은 날이었다. 사촌 형이 무덤에 작은 화분을 하나씩 놓고 가셨다. 호미만 있었다면 잘 심어놓고 올 수 있었는데, 아쉽다.
진도 고모댁에 들려서 인사를 드렸다. 모시고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읍내까지도 나가시기 힘들다 하셔서, 작은아버지가 사 주신 해물탕을 전해 드렸다. 음료수 한 잔을 마시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이별했다. 힘든 몸으로 농사지으신 깨 를 한 바구니 싸주신다. 두 분께도 용돈을 10만원씩 넣어 드리고 왔다. 하나로마트에서 현금을 찾을 수 있어서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았다.
해가 저문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진도 아리랑 수산시장에서 회를 떠서 술안주를 하고, 저녁은 전복죽을 사다가 먹기로 했다. 쉬미수산에서 도미회를 떴다. 양식이기는 하지만 힘이 펄펄 나는 국산이다. 일본 수입산은 절대로 쓰지 않는다고 하신다. 키로에 3만원인데, 2.3킬로. 매운탕거리까지 전부 준비해 주시는 것으로 하고 7만원만 달라고 하신다. 좋습니다. 꼼꼼하게 회를 떠 주셨다.
"쉬미수산에서 다시 회를 뜨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솔비치에 8시가 다 되어 도착했으니 좋은 방이 남아 있을 리가 없다. 진도 전체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솔비치에는 차를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꽉 차 있다.
숙소는 패밀리 스위트. 화장실 1.5개. 수건 5장. 너무하는군. 지은 지 4년 정도이고, 관리를 잘해서인지 매우 깨끗하다. 수건을 함부로 쓰는 것은 환경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이해하기로 했다. 다음 날, 3장을 더 받아다가 썼다. 추가 비용을 받아야 하지만 자기들이 봉사하겠단다. 흠.
모시송편 한 접시와 전복죽 3개(39,000원)를 저녁으로 먹고, 냉동실에 넣어 두었던 도미회로 술 한 잔을 했다. 간신히 소주 한 병과 맥주 두 병을 나눠마셨다. 배가 불러서 잠들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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