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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하루만에 비닐 씌우기에 성공은 했다_220331 el treinta y un de marzo el jueves_тридцать один Март Четверг

농사일은 한 번 더 해 보면,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늘 든다. 내게 저런 장비까지 있다면.

 

어제저녁에 천재가 작년에 지적해 준 그리스 문제를 또 발견하고, 분해까지는 해 두었는데 비가 내리고 해가 지는 바람에 끝을 보지 못했다.  그것 말고도 시험 운전을 하면서 제대로 세팅이 되지 않은 기계로 작업한다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문제가 생기면 분석하고 해결해야지 우격다짐으로는 안된다는 아버지와 다구의 지적이 떠오른다.

 

7시부터 작업할 생각이었지만 7시 20분에 간신히 눈을 떴다. 세수를 하고 토스트와 과일로 아침을 먹었다. 근사하다.

 

바로 밭으로 나갔다. 비가 내려서 땅이 젖어있다. 일단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무난히 조립을 했다. 그런데, 돌지를 않는다. 뭐가 잘못되었지? 혹시? 나사를 살짝 풀어보았다. 아니, 이런!  흙을 끌어모으는 철판은 꽉 조이는 게 아니다. 원래 그런 것인지, 이 기계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사를 살짝 풀었더니 그리스칠이 효과를 발휘하며 정상 작동을 한다.

 

분명히 이랑을 만들면서 비닐이 씌워져야 하는데 이상하게 이랑이 형성되지 않는다. 왜지? 로터리 기계의 문제 때문이었을까?  짧지만 3개의 이랑을 했는데도 여전히 개선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 우연하게  먼저 이랑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 생겨버렸다. 어, 이랑을 먼저 만드니까, 이랑이 만들어지고, 비로소 그럴싸한 모양이 나온다. 아, 이것이었구나.

 

아홉 개의 이랑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작업 방향의 의문이 생겼다. 반대방향으로 작업을 하면, 이랑 정리 작업을 최소로 해도 완벽한 작업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잘 되고 있는데, 쓸데없는 짓 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야 그래도 해 보자. 일단 한 이랑은 기존 방식대로 해 보려고 하다가 아예 두 개 이랑을 만들어서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성공이다. 이랑 정리시간이 없어져 버렸다. 이런 세상에.

 

일사천리로 작업이 진행된다. 물론 지난주 계획보다는 두배로 걸어야 한다. 이랑 만들기와 비닐 씌우기를 한 번에 할 계획이었는데, 1단계로 이랑을 만들고 2단계로 비닐을 씌우니까. 그래도 가장 원하는 형태의 이랑이 나오는 것에 만족한다.

 

마지막으로 미니 5줄을 남기고 난 상황에서 오른쪽 보조 바퀴가 깨져 버린다. 어떻게 하지. 그냥 하자. 되기는 되는데, 점점 이상해진다.  기계에도 무리가 가고. 결론은 멈추고, 농기계센터에 전화를 했어야 했다. 잠시 쉬면서 작업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았다. 무리하게 작업하느라 힘도 들고, 기계도 자꾸만 이상이 생긴다.

 

어쨌든 4시 반에 예정대로 모든 이랑의 비닐 씌우기 작업이 끝나버렸다. 온몸이 아프지만 한 고비 넘겼다. 비도 촉촉이 내려서 물도 많이 가두었으니 작물들도 잘 자랄 것으로 기대한다.

 

류민의 조각_빛을 찾아서라고 명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