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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끝이 없는 일이 급하다_220328 el veintiocho de marzo el lunes_двадцать восемь Март понедельник

아침에는 영하로 떨어져서 물이 얼었는데, 해가 있을 때 퇴비 포대를 날랐더니 땀이 줄줄 흐른다. 해가 뉘엿뉘엿해지자 등이 서늘하다.

 

어머니가 백합 8개와 개양귀비 하나를 심었다. 5cm 정도 촉이 나와 있는데, 화원에서 말하기를 촉까지 전부 묻힐 정도로 깊이 심으면 흙을 뚫고 나온단다. 어머니가 원하시는 장소에 심으셨으니 예쁘게 꽃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백합을 심으러 왔다 갔다 하는 동안에 수선화를 살짝살짝 밟았다. 주의력 결핍이다.

 

마늘밭에 오래가는 비료를 줄줄 뿌려주었다. 어머니가 걷어 놓으신 비닐을 갈무리해 두어야 하는데, 손 댈 시간이 없다. 비닐 개는 일은 끝이 있고, 다른 일들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끝이 있는 일을 먼저 하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급한 일은 끝이 없는 일이다. 내일부터 트랙터 작업을 해야 하니 마늘밭 끝에 걸쳐져 있는 철근들은 전부 거두어 보관해 두었다.

 

단단하게 묶여져 있는 퇴비 무더기의 비닐 포장을 낫으로 끊어내고 마음이에 퇴비를 옮겨 심는다. 20kg 포대를 옮기는 일은 쉽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힘들어진다. 일단 마음이에 32포대를 싣고 밭으로 이동했다. 마음이를 몰고 밭으로 들어갔지만 이동할 수는 없었다. 몸으로 옮겨야 한다.

 

32포대를 메고 걷고 옮기는 작업을 운동하듯이 즐겁게 했다. 운동은 되는데, 몸에는 무리가 갈 것이다.

 

어머니가 내오신 샌드위치 새참을 따뜻한 물과 함께 먹고 다시 힘을 낸다. 다시 32포대를 싣고 더 먼 곳으로 실어나른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유박 퇴비 10포대도 옮겼다. 마음 같아서는 스무 포대 정도 더 옮기고 싶은데, 날이 추워져서 그만하기로 했다.

 

여수의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인데, 작가 이름을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