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이상한 이 책은 1933년생 의사가 1985년에 쓴 책이다. 2006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너무 늦게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그러나, 영어를 읽을 줄 알았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이미 읽었을 것이다. 1985년이라면 내가 대학 3학년 때인데, 그때라도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책을 읽게 해야 한다.
들어가는 글
교육과 의료 분야는 공통점이 있다. 학생과 환자라는 무수히 많은 개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들 각자에게 맞는 교육법과 치료법이 있다. 단순한 내용이라면 전체를 뭉뚱그려 같은 교육법과 치료법을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심각하고 중요한 사안들은 학생과 환자 개개인을 세세하게 알아야 교육과 치료가 가능하다. 이것을 알면서도, 돈과 시간과 인력의 문제로 적절한 교육과 치료를 행하지 못한다.
"오늘날의 임상보고에는 주체가, '삼염색체백색증에 걸린 21세 여성'과 같은 피상적인 문구 안에 넌지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이런 식의 병력은 인간이 아니라 쥐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고 기록한 병력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주체 즉 고뇌하고 고통받고 병과 맞서싸우는 주체를 중심에 놓기 위해서는 병력을 한 단계 더 파고들어 하나의 서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중략 / 신경학과 심리학 연구에서는) 병의 연구와 그 사람의 주체성에 대한 연구가 분리될 수 없다." (11쪽)
3월에 읽기 시작한 책을 이제 다시 읽는다. 어려운 책이다.
제1부 상실
자아 self는 몸과 기억의 종합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좋은 기억들을 많이 만들어가다보면 멋진 나를 만나게 된다. 좋은 친구를 사귀고, 좋은 일을 하고, 좋은 책을 읽다보면, 좋은 운동을 한 내 몸이, 좋은 나를 만들어준다. 좋은 얼굴도. 나의 기억이 나를 만든다.
그런데, 기억이 없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어제의 나를 잊고, 작년의 나를 잊으면, 내가 아닌가. 대답하기가 어렵다. 그럴 듯하기 때문이다.
"기억을 조금이라도 잃어버려봐야만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기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억이 없는 인생은 인생이라고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의 통일성과 이성과 감정 심지어는 우리의 행동까지도 기억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을" (루이스 부뉴엘 / 53쪽)
제3부 이행
뇌의 관자엽 부분이 종양이나 혈전, 전기 자극에 의해 건드려지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도 노래가 들리고 감정이 느껴진다. 믿기 어렵지만, 인간의 몸이 자극에 반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뇌도 자극받는 부위에 해당하는 저장된 기억과 감정이 자신도 모르게 발현되어 마치 환각처럼 노래가 들리고 감정이 떠오른다.
"그것은 관자엽 발작의 경우에만 한정된다. 다시 말해서 뇌 속의 회상을 담당하는 장소에서 일어나는 간질이다. (중략) 그러한 간질성 환각, 몽상은 결코 공상이 아니라 기억이다. 지극히 명확하고 선명한 기억이며, 더구나 당시에 체험할 때의 감정과 함께 떠오른다. (중략) 펜필드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뇌는 그 사람의 전 생애에 걸친 기억을 완전하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보관하고 있다. 모든 의식의 흐름은 뇌에 보존되며, 생활속에서 필요할 때마다 언제라도 떠오른다. 그러나 간질과 전기적 자극이라는 특이한 조건 하에서도 환기되어 되살아나는 일이 있다." (260쪽)
대
대뇌 측두엽(또는 관자엽)
https://ko.wikipedia.org/wiki/%EC%B8%A1%EB%91%90%EC%97%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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