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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진부를 거쳐 삼척 용화해변으로_220223 el veintitres de febrero el miércoles

어제(22일) 부산으로 가는 기차표를 취소(22만 8천원)하면서 그랜다이저로 속초를 가기로 결정했다. 아침에 시간을 살펴보니 길이 밀려서 3시간이 넘게 걸린다. 어차피 부산으로 가려면 아래로 내려가야 하니 삼척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길이 밀리지 않아 3시간 만에 300km를 갈 수 있다.

 

진부로 나가서 월정사 앞의 산수명산에서 점심으로 산채비빔밥을 먹었다. 나물을 잘 조리해서 담백하고 깨끗하다. 밥을 좀 남겼다. 식사를 깔끔하게 끝내고 월정사 전나무숲을 산책하기로 했다. 차와 두 사람 입장료를 14,000원이나 받는다. 게다가 좋아하던 월정사 석탑은 공사 중이라 볼 것도 없다. 월정사의 전나무숲은 우리 민족의 한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조선시대까지 적송과 전나무가 같이 자라던 이곳은 일제의 수탈에 의해 적송이 모두 베어져 버려 전나무숲이 되었다. 이곳의 숲은 우리 민족의 땀과 피로 만들어졌으니, 절이 아니라 우리 민족 모두가 즐길 자격이 있는 것이다.

 

되돌아 나오며, 길을 막고 입장료를 받는 월정사는 다시는 오지 않기로 했다. 통행세를 거두어 편안한 절집의 삶을 살겠다는 것은, 깊은 수행을 바탕으로 신도들을 감화시키고 위로하는 포교를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한 시간 가까운 산책으로 소화가 잘 되었다. 부처님의 보살핌이다. 다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장호항으로 넘어가는 말굽재 위에 섰다. 누런 모래 사장 위로 몰아치는 하얀 파도가 멋지다.

 

 

 

 

오후 4시가 넘어가고 있다. 보이는 펜션마다 전화를 해서 숙소를 알아보았다. 제일 비싼 숙소는 모두 예약이 끝났다. 네번째 만에 길가에 위치한 숙소를 발견했다. 수요일 평일이라 5만원. 지붕이 높은 복층이라 시원하고,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깨끗해서 숙박비를 지불하고 입주했다. 방이 참 따뜻하다.

 

고개 하나를 더 넘어야 장호항이다. 내일 가기로 하고 짐을 푼 다음에 해수욕장으로 내려갔다. 등대와 배, 잔잔한 바다가 잘 어울리는 예쁜 항구다. 30분 정도 산책을 하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식당을 찾아보았다. 물메기탕을 먹으면 좋겠다. 문을 연 식당이 없다. 공사장 앞에서 회를 뜨고 있는 사장님에게 회를 포장해가고 싶다고 했더니 오늘 쉬는 날이라고 하신다. 원한다면 가자미회무침은 가능하다고 하신다. 좋다. 3만원. 

 

회를 뜨는 동안 편의점에 가서 라면과 누룽지, 소주와 맥주를 샀다. 편의점 사장님은 이곳의 식당들은 자유롭게 영업을 하신다고 한다. 공기도 좋고 살기 좋은 동네라 한다.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속에서 숙소로 들어갔다. 비빔회에 햇반과 컵라면으로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저녁은 간단히 먹는 것이 좋다. 남은 비빔회는 창가에 내놓고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인터넷 접속도 안되고 테레비도 나오지 않는다. 고장이다. 펜션 사장이 죄송하다면 2장의 커피 쿠폰을 보내왔다. 그래, 일부러 통신을 끊고 살기도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