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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재벌이 한 일 중에 제일 잘 한 일_장도 예울마루_남파랑길 55번_220208

10시에 호텔을 나서서 소호 요트정박장 쪽으로 걷는다. 열 길 높이 정도에서 이 바다를 내려다보면 잔잔한 바다를 야트막한 언덕들이 둘러쌓아 안은 모습이 되어 아늑한 호수가 된다. 오리와 가마우지가 추운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고요한 바다를 즐긴다. 

 

55번의 6.2km는 호수를 끼고 도는 평지라 금방 지나고, 걷기여행자들이 쓰레기를 던져 버린 언덕길은 호수의 전망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쓰레기나 버리는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공공선을 무시하고 자신의 고통을 견뎌내려 하지 않는 사람은, 노예를 부리려 한다. 대혁명 이후 놀라운 속도로 귀족들과 왕족들의 특권을 제거하고 자유와 평화의 시대를 만들어 온 우리 모두를 무시하는 행위다.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린다. 11시 50분에 56번의 용주할머니 장터에서 택시를 불러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 3시까지 호수를 내려다보며 해야 할 일을 하다가 다시 집을 나섰다. 선소 유적지를 지나 언덕을 오르고 내리면 다리 공사하는 곳을 지나서 장도로 건너가는 소박한 다리가 나타난다. 다리 입구에서 어린 아이들이 맨발로 바닷물에 뛰어들어 놀고 있다. 춥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신나게 아니라고 대답한다. 보기에도 뜨거운 아이들의 다리를 얼리지는 않을 정도로 물이 맑고 공기가 따스했다.

 

다리 중간에는 꽃을 든 예쁜 꽃게들이 작은 바위섬을 차지하고 있었고, 섬 주민들이 사용하던 우물가에는 나뭇잎을 띄워놓은 물대접이 아무런 장식없이 설치되어 있어서 소박한 감동을 준다.

 

섬 둘레는 계속해서 나무들을 심어가고 있고,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도시와 바다를 모두 바라보며 조용히 산책할 수 있었다. 왼쪽으로는 해가 뜨고, 오른쪽으로는 해가 지는 곳의 전망 데크 또한 독특했다.

 

 

 

 

 

 

 

 

산책을 끝내고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대작이 걸려있다. 현대 미술은 정성이 가득하고, 아름다우며, 시간을 많이 들인 것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색도 화려하다. 독특한 방식으로 사계절을 표현했다. 소설에서도 한국 문학의 깊이를 늘 감탄하고는 하는데, 최근들어 한국 미술에서도 대단한 감동을 받는다. 외국에서 대단한 작품들이 들어오기를 목마르게 기대하던 시대는 끝났고, 주변의 미술관을 검색해서 언제든 수준높은 예술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장도의 이 모든 공간이 GS 칼텍스의 기부로 이루어졌고, 앞으로도 지원이 되는 모양이다. 젊은 작가들에게 작업실과 전시공간을 마련해 주고, 시민들에게는 아름다운 예술공원을 산책할 수 있게 했으니, 재벌이 한 일 중에는 최고의 일이다. 걷고 느끼는 행복한 공간이다.

 

조용한 찻집에서 아이스크림과 따뜻한 차로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