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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볏짚을 너무 많이 덮지는 않았는지 궁금하지만, 마늘은 말이 없다_211027 el veintisiete de octubre el miércoles_двадцать семь Октябрь среда

오전에 마늘을 심고 오후에 볏가마를 담으려 했는데, 마늘 심는 작업을 하는 도중에 그냥 마늘만 심기로 했다. 볕이 좋아서 벼가 잘 마르고 있지만 나흘밖에 되지 않았으니 하루 더 말리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기다란 마늘밭을 언제 다 심을까 했지만 어머니가 쉼없이 심고, 나는 허리 운동을 해가며 천천히 심었는데도 5시간 만에 끝났다. 빵과 귤로 간식을 먹었더니 배도 고프지 않았다. 관리기로 갈아놓은 땅은 대체로 좋았는데, 한줄 5미터 정도가 제대로 갈리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작업하는 동안 내내 걸려서 신경이 쓰였다. 날이 덥지 않으니 5시간을 일해도 견딜만 하다.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다 보니 허리와 무릎이 아파서 나중에는 다리를 뻗고 일했더니 훨씬 좋았다.

 

어머니가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에 마음이에 볏짚을 가득 실었다. 좀 많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실었다. 그동안 볏짚을 묶어서 싣느라고 괜히 힘을 뺐는데, 오늘은 그냥 실었다. 어차피 내려서 마늘밭을 바로 덮으면 되니까 묶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일하는 단계를 하나라도 줄이면 그만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점심을 먹으며 박정환과 자오천위의 바둑대결을 봤다. 약간 짜증이 날 정도로 박정환의 헛손질이 자꾸 나왔다. 답답하게 바둑을 두는 것은 박정환인데, 왜 내가 감정이입이 되어 더 흥분이 되는지 모르겠다. 거의 승기를 잡은 시점에 어머니가 일 못한다고 걱정을 하셔서 간신히 털고 일어났다. 가슴이 조마조마했지만 시간 떼우기로 좋았다. 쉬어야 일한다.

 

볏짚 까는 작업은 단순하다. 볏짚을 나르고 펴면 끝이다. 늦은 점심으로 만두국과 밥을 잔뜩 먹었더니 속이 불편해서 일하기가 힘들다. 일할 때는 허기가 지지 않을 정도로 배를 채워야 하는데.

 

작년에는 볏짚을 덮지 않고 마늘을 심었더니 40%도 제대로 수확하지 못했다. 한심했다. 이유가 과연 볏짚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오늘은 다른 해에 비해서 좀 더 많이 볏짚을 깔았다. 너무 많이 깐 것이 아닐까. 예전에 볏짚을 너무 성기게 덮어서 10%의 마늘은 죽은 것이 아닐까. 너무 많이 덮은 올해는 마늘이 숨이 막혀서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결과는 내년 봄이 되어야 알 수 있다. 마늘은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