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에 대한 공부는 이미 중학교 시절인 1981년에 끝났었다. 자연환경에서 유전 가능한 돌연변이가 가장 잘 적응하여 현재와 같은 생물들이 만들어졌고, 신에 의해 뭇 생명들이 창조되었다는 이론은 종교인들의 믿음의 영역이다. 다윈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진화의 근거를 찾았고 오늘날 의심받지 않는 이론으로 확립된 쉬운 이론이었다.
작년에 읽은 도킨스의 '눈 먼 시계공'은 내가 정확하게 알고 있던 모든 진화론에 관한 생각들이 전부 틀렸다는 것을 일일이 지적한다. '용불용설'은 진화론의 한 갈래가 아니다. 훈련에 의해 획득된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 용불용설은 그냥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하라는 이야기다.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탄생한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아무리 위대한 창조자라도 바퀴벌레 한 마리가 가지고 있는 복잡한 생명 체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하여 제작할 수 없다. 오직 끊임없는 진화에 의해서만 복잡한 생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진화론은 그렇게 쉬운 이론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쉽지 않은 방식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한울빛 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하고 - 현산어보를 찾아서를 다 읽지 않고 반납했다. 서가를 둘러보다가 이따만한 두께의 '다윈평전'을 발견했다. 잠깐 훑어만 보려다가 빌렸고,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어 보자는 생각에 작년에 번역된 '종의 기원'을 빌렸다. 그리고 애플 도서에 무료로 제공되는 'On the origin of Species'를 다운 받았다. 내 책 읽는 속도로 봐서는 포기하지 않고 이 책 세 권을 다 읽으면 몇 년이 걸릴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을 본다면 이미 다윈 이상으로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았으니, 다윈과 함께 몇 년을 보내더라도 아쉬울 일이 없을 것이다. 분자생물학계에서 노화의 비밀을 밝혀내어 젊음이 연장된다면, 다윈을 끝내고 그 밖의 다른 것들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목차가 끝나고, 서문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글이 있다. 서양의 저자들이 늘 하는 방식으로 책을 이끄는 알 수 없는 글. '악마의 사제가, 꼴 사나운, 소모하는, 실수 연발의, 저속한 자연의 소행을 밝히는 책을 쓰다'라니.
"악마의 사제가 아니면 누가, 이런 꼴사납고 소모적이며 실수를 연발하는, 저속하고 끔찍할 정도로 잔혹한 자연의 소행들에 대한 책을 쓸 수 있겠는가!" [종의 기원]의 집필을 시작할 무렵인 1856년에 찰스 다윈.
시작부터 매우 강렬하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은 모른다. 인도와 중국, 아시아, 아프리카, 호주, 뉴질랜드 등등을 식민지배하던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시대 아니던가. 그 시대에 영국은 이미 망해가고 있던 것일까. 아니다. 뭔가 있을 것이다.
"때는 1839년. 전국이 불안과 소요에 휩싸인 가운데 영국은 무정부상태로 치닫고 있다. (중략) 도발적인 무신론자들은 물질적 원자 그것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전부이며, 그것은 '사회적 원자'인 인민처럼 스스로 생명을 꾸려나간다고 생각한다. 영혼이나 혼은 일종의 망상으로, 신사 계급이 노동자들을 자신들 마음대로 조종하기 위해 만들어낸 잔인한 속임수일 뿐이다. 생명의 과학 - 생물학 - 은 타락하여 성직자들과 내통하면서 창조론자들이 성채로 변하고 있다." (초판 서문 중에서)
웃음가스를(아산화 질소(亞酸化窒素,일산화이질소/영어: Nitrous oxide)는 질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로 이루어진 기체 화합물이다. 화학식 N2O. 감미로운 향기와 단맛을 지닌다. 액체·고체 모두 흰색이며, 물·알코올에는 잘 녹지 않고, 상온에서 승화성 물질이다. 화학적 성질은 산과 비슷하며, 나무조각·석탄·석유 등은 공기 중에서보다 이 속에서 더 잘 탄다. 이 기체를 흡입하면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 마치 웃는 것처럼 보여, 웃음 가스(laughing gas)라고도 한다. 또, 마취성이 있어 간단한 외과수술시 전신마취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산소 10%를 혼합하여 사용하며, 독성·자극성이 약하고 안전하지만, 높은 농도를 필요로 하므로 산소결핍증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출처 : 케미컬뉴스(http://www.chemicalnews.co.kr) 마시고 놀다가 에든버러 의과대학에 입학한 찰스는 해부학 시간을 견디지 못해 의사로 성공하겠다는 꿈도, 도서관을 찾는 기쁨도 잃어버렸다. 그런데, 서클이 그를 구원했다.
"플리니우스학회는 1823년에 머리를 부스스하게 하고 다니는 수줍음 많은 자연사 흠정교수 로버트 제임슨이 창립했다. 매주 화요일마다 16세에서부터 오래된 졸업생까지 온갖 부류가 토론을 듣기 위해 지하방으로 몰려들었다. 다윈이 그 모임에 가입한 1826년에, 그곳에는 급진적인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과학은 초자연적인 힘이 아니라 물리적인 원인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과격하고 자유주이적인 사상을 지닌 민주주의자들이었다." (66~7쪽)
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