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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병이 심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추 첫물을 따다_210802 el dos de agosto el lunes_два август понедельник

어제 오후에 어머니께서 카톡을 보내셨다. 새벽에 고추를 따야 하니 저녁에 내려오라고. 가족들과 하루를 더 보내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급한 마음이 느껴져서 저녁을 먹고 8시 반에 농원으로 내려왔다. 11시가 넘어서 잠이 들어 새벽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5시 10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날이 서늘하고 흐려서 해가 채 뜨지 않았다.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먹는데 날이 완전히 환해진다. 5시 45분. 이것저것 준비를 하다 보니 금방 6시가 넘는다. 지난 가원의 날에 가족들과 2차로 고추 줄매기를 했었다. 덕분에 고추는 아주 잘 자라 주었다. 양말 목이 풀어지는 문제는 한 번 더 감는 것으로 해결했고, 비료주기나 풀 뽑기에도 좋았다. 가뭄이 심해서 고추가 덜 자랐다. 덜 자랐기에 번잡하지 않아서 작업하기에 좋았다.

 

고추에 약을 친지는 한 달도 넘었는데도 특별히 병충해가 오지 않은 것은 그동안 날이 너무 가물어서가 아닐까. 내일 쯤 비가 그치고 나면 두 번째로 약을 쳐야겠다. 300주밖에는 되지 않아서 어머니와 함께 두 시간 만에 고추 5 바구니를 땄다. 집으로 가져와서 두 번 씻고, 55도로 온도를 높인 고추 건조기에 넣었다. 10개의 접시가 모두 찼다. 앞으로 45시간 후에는 고추가 다 마를 것이다.

 

어머니가 내가 하는 일을 일일이 따라다니시며 감독을 하신다. 어머니의 감독과 지원 아래 고추 첫 물 따기를 무사히 해냈다. 왠지 큰 일을 해 낸 기분이다.

 

보말을 채취하는 등짝들이 시원하다. 일을 해도 노는 것처럼 해야 한다. 노는 것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