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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원이야기

벌집과 원룸, 오피스텔 그리고 아파트먼트까지_210624 el veinticuatro de junio el jueves_двадцать четыре июнь Четверг

모든 가정이 가원을 만들어 삶의 즐거움을 찾는 날까지.

 

7, 80년대 공장지대를 중심으로 벌집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한 평 남짓의 방이 연결된 거대한 주택. 벌통 안에 꿀을 모아두는 작은 공간이 빽빽이 들어찬 벌집이 연상된다고 해서 "구로공단 벌집"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낭만이 넘치는 이름이다.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가난했지만 벌집을 짓고 운영하는 사람은 부유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20여 명만 모이면 부유한 사람을 하나 만들어낼 수 있다. 일벌과 수벌들이 단 한 마리의 여왕벌의 출산과 양육, 교육을 위해 무수한 셀을 들락거리며 꿀을 채우고 어린 벌을 키운다. 목숨을 걸고 적과 맞서 싸우는 일을 한다. 벌집에 깃든 사람들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잠을 자며 전기와 물을 통제받으며 나를 위해 일을 한다. 결산을 해 보면 결국 그들은 집주인을 위해 일했다. 목숨을 걸고.

 

21세기가 되고 나니 벌집들은 원룸이라는 이름으로 진화했고, 오피스텔이라는 이름으로 근사해졌다. 그러나 원룸과 오피스텔을 빌려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잠을 잔다. 발걸음을 조심하고 음악을 죽여 들으며. 원룸과 오피스텔 소유자들은 더 높은 곳에서 더 화려해진 환경 속에서 여왕벌과 같은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도시의 화려한 불빛 아래 목숨을 걸고 일한다.

 

21세기는 개발독재의 시대보다 더욱 발전하여 아파트먼트라는 이름의 새로운 벌집을 만들어냈다. 평당 천만 원을 넘어서는 고급 셀이다. 시민들은 깨끗하고 편리한 셀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전 생애를 건다. 월세든 전세든. 집 소유자들은 이전의 여왕벌들과 달리 작은 영역이 아니라 거대한 지구를 돌며 삶을 즐긴다. 수많은 셀이나 벌집을 갖지 않더라도 똘똘한 아파트먼트 한 채와 역세권 오피스텔, 대학가 원룸빌딩을 소유하면 된다. 아파트먼트에 깃든 사람들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잠을 잔다. 편안하게 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한다.

 

21세기답게 여왕벌답지 않은 여왕벌들도 생겨났다. 일벌 또는 수벌이 스스로를 여왕벌이라 칭하며 아파트먼트에 깃들여 산다. 그들은 은행에 직장에 증권회사에 손을 벌려 근사한 셀을 하나 구입한다. 예전에는 여왕벌의 소유였던 것을 그들도 소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파트먼트에 깃들여 살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잠을 잔다. 진정한 내것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한다.

 

도시인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가원을 운영할 수 있다. 도시인들이 소유한 아파트먼트의 단 한 평이나  도시인들이 임대한 아파트먼트의 단 두 평만으로도 우리는 가원을 운영할 수 있다. 스스로 진정한 여왕벌이 되고 싶다면. 열섬에서 벗어나 주변부의 광야에서 홀로 여왕벌이 될 수 있다. 누구를 위하여 일할 필요도 없고, 금융시스템의 도움인지 속박인지 알 수 없는 얽매임에서도 빠져나올 수 있다. 먹을 것이 천지사방에 흩어져 있어서 스스로 먹을 것을 취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일벌들의 도움이 없이도 결혼과 양육, 생존이 가능하다. 착취가 필요 없는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낮에는 일하며 즐기고, 밤에도 잠자며 즐길 수 있다. 음악을 쾅쾅울리며 살 수 있다.

 

아파트먼트의 도시, 열섬의 도시에서 벗어나서 착취함이 없는 여왕벌이 되자. 가원을 가꿈으로써.

 

바닷가의 소나무. 한 평의 땅에 뿌리를 내리고 벌써 수십 년째 아니면 이제 불과 3년째. 거친 바람과 파도, 태양과 눈보라에도 주인으로서 삶을 영위한다. 모든 생명은 이러한 삶이 가능하다. 한 평 정도의 내 공간이 있다면. 50평이면 인간 생명들 모두는 부자가 될 수 있다. 여왕벌이 될 수 있다. 

 

구로공단 여공들의 '벌집'을 기억하다 | 연합뉴스 (yna.co.kr)

 

구로공단 여공들의 '벌집'을 기억하다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수십 가구가 사는데도 화장실은 한 개, 미로 같은 계단 끝에 있는 방은 발만 간신히 뻗는 서너 평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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