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은 책도 읽지 않으려고 했는데, 두 권의 책을 샀다. 공부 시동을 거는데 좋은 책들이다. 조국의 시간. 한길사에서 펴냈는데, 매일매일 새로 인쇄를 해야 하는 모양이다. 5월 31일에 1판 1쇄가 나왔는데, 내가 받은 책은 6월 22일의 1판 19쇄다.
이 책을 읽으려는 이유는 porque leo este libro,
1) 분노해야 할 일에 냉정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화를 낼 일에 화를 내고 나면 기분만 나빠지고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 개선할 일을 개선해야 화를 낼 일이 줄어든다. 화가 나니 안 낼 수는 없지만 그 단계를 빨리 지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조국은 잘 해내고 있다. 책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워볼까 한다. 스스로 얻어볼까 한다. 원래 그렇게 타고 난 사람들이 참 부럽다.
2) 두렵고 슬픈 일에 삶으로 떳떳이 맞서기 위해서다. 이미 겪은 일도 있고,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도 많을 것이다. 두렵고 힘들고 슬픈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죽지 말아야 한다. 죽으면 상황에서 도망칠 수는 있지만 내가 간절히 원하는 상황을 만들지 못한다. 내가 겪은 일도 내가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은 슬프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지만 끊임없이 강해질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초인이다 Übermensch. 아주 조금씩 새롭게 거듭나려고 노력하면 된다.
3) 조국에 대한 검찰의 대공세, "윤석열 사태"를 지나면서 조국이 위대한 정치가 또는 위대한 지식인, 위대한 시민 중 어떤 길을 갈 것인지 매우 궁금했다. 검찰과 언론, 야당이 새로운 위대한 정치가를 발굴하여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와 언론과 검찰과 조국을 잘 모르지만, 순전히 느낌이다. 그중 하나, 조국이라도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고 있다.
박원순과 노회찬을 존경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들에게 조국과 같은 용기와 강단이 없었음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노무현도. 본인과 주변의 고통이 매우 극심한 상황이었지만, 노무현의 죽음은 씻을 수 없는 극도의 슬픔을 남겨 두었고, 노회찬의 죽음은 진보정당의 미래를 파괴해 버렸으며, 박원순의 죽음은 권력을 향한 민주당의 욕심만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들 모두는 죽지 말아야 했다 I wish they all didn't die . 적어도 스스로는. '공소권 없음'을 바라는 사람들과 당당하게 맞서야 했다.
조국을 보라. 얼마나 죽고 싶었겠는가. 그러나 죽을 때가 되면 죽는 것이 생명체다. 맞서야 한다.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유관순처럼. 죽음의 과정도 치열한 삶의 과정이다. 두렵지만 맞이해야 한다. 울면서 고통스러워 하면서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 참으로 끔찍한 삶이다. 되도록이면 정치가는 되지 말자. 내가 아니어도 정치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많다. 조국에게도 정치가가 되기를 바래서는 안된다. 시민으로서 학자로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수사의 출발점이자 '조국 불가론'의 핵심 사유로 신문과 방송을 도배했던 사모펀드를 기억하십니까. '권력형 비리'도 아니고 정경심 교수의 공모도 없었음이 재판에서 밝혀졌습니다. (중략) 추후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2019년 8월 9일 이후 벌어진 사태의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기록을 남겨야 했습니다. (중략) 당시 상황을 순간과 단계마다 돌아보는 것은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났기 때문입니다.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 내려가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꾹 참고 써야 했습니다. (중략) '공소권 없음'을 바랐던 사람들의 은밀한 희망과 달리, 죽지는 않았습니다. 날벼락처럼 들이닥친 비운이지만, 지치지 않고 싸우겠습니다. (중략) 주어진 삶을 살겠습니다." (6~7쪽)
윤석열 쿠데타의 희생자는 조국과 그 가족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다. 반드시 기억하고 위로해야 할 일이며, 명예를 회복시켜주어야 한다. 그들에게 올가미를 건 검사들과 검찰 수사관들도 전부 조사해서 합당한 처벌을 받게해야 한다. 윤석열 쿠데타는 열심히 제 직분을 다하려다 실수한 사건이 아니다. 열심히 나쁜 짓을 한 사건이다. 피의자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윤규근 총경의 최후진술을 보면 유신시대나 5공 시절의 민주인사들의 최후진술처럼 들린다. 이런 희생자들이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윤석열 쿠데타는 참담하다.
"(윤규근 총경의 1심 최후진술 중에서) 경찰에 투신한 지 올해로 벌써 28년째인데, 제 개인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정의를 저버린 적은 결코 없었다. 단언컨대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에게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추호도 부끄럽거나 떳떳하지 않은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79쪽)
조국이 사과한 부분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자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 주는 것은 부모의 의무다. 부모들의 관심과 보호속에서 아이들은 충분한 경험을 쌓고 느끼고 공부하며 성장한다. 가원을 운영하면서 농사일에 우리 아이들을 열심히 참여하게 하는 것도 그런 뜻이다. 아이들은 아빠의 일을 도우러 온다고 생각하지만 농사를 통해 땀의 의미, 작물, 자연, 노동 등 교과서로 배울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대학 연구소, 변호사사무실, 변리사사무실, 온라인 기업에서 경험을 쌓게 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왜 비난받아야 하는가. 농사 체험은 되고, 연구소나 변호사사무실은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조국이 사과해야 할 일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학부모들이 조국을 본받아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억지로 끌려다니는 굴레에서 벗어나, 공부나 사회 생활에 대해 작은 경험이라도 쌓을 수 있게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들을 스스로 찾지 못하도록 가두어진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너희들을 학대해서 미안하다.
"나의 딸이 '부모 찬스'로 인턴 체험활동 확인서를 받아 그 덕분에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는 비난 여론이 형성되었다. (중략) 당시 고교생 인턴 체험활동의 경험은 학교나 부모의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확보될 수밖에 없었지만(왜냐하면 학교에서는 인턴 체험활동을 적극 장려했지만, 학교는 학생들 모두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없었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알아서 열심히 인턴 체험활동을 하라고 했고, 많은 학보모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인턴 체험활동을 찾아다녔다 / 무일), 이러한 기회 자체를 가질 수 없었던 학생들이 있었다. 이유 불문하고 나는 기자간담회와 인사청문회 등에서 진심어린 사과를 여러 번 했다(내 자식 인턴 체험활동을 알아보기도 벅찬 일이었다. 전국의 고등학생들의 인턴 체험활동을 조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인가. 정부도 학교도 책임지지 않은 일을 조국에게 책임을 지라고 해야 하는가 말이다 / 무일)." (85쪽)
제3장 통제받지 않은 괴물
학자인 조국이 붙인 제목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강렬하다. 좀 더 생각하면, 검찰에 대한 철저한 분석의 결과로, 괴물이라는 말 이외의 어떠한 단어도 적당하지 않은 문제 집단이라는 의미도 될 것이다.
검찰개혁에 대한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조국은, 민주주의의 요체 두 가지를 제시한다.
"① 주권자가 정치권력을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②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정파적 발호를 억지해야 한다. " (105쪽)
① 주권자는 국민으로서 모든 권력을 가지고 있고, 다수결의 원칙으로 합의하여 권력을 위임해 준다. 조국은 이 부분이 대체로 잘 실현되고 있다고 하는데, 내 생각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의 권력이 입법, 사법, 행정에 골고루 미치지 않는다. 특히 사법부는 국민의 권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국민의 권력에 대해 판단하고 있다. 사법부의 대표들도 100명 정도는 국민에 의해 선출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행정부도 대통령 한 사람만을 달랑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국무총리와 장, 차관을 비롯한 500여 명의 진용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어야 한다. 대통령 후보자들은 장차관 후보자들을 제시하고, 함께 평가받아야 한다.
②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정파적 발호라는 말은, 일단 어렵다. 무슨 뜻인지 알지만, 보다 쉽고 분명한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공무원들의 부패를 억지해야 한다'가 좋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동체의 평화는 황제를 포함한 공무원들의 부패를 막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었다. 황제를 포함한 공무원들이란 시민들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공무원들을 말한다. 정권 말기에는 공무원들의 부패가 극심해져서 공동체의 관리 기능이 사라지고, 야수들의 전쟁터가 벌어진다. 제대로 된 나라, 평화롭게 번영하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부패를 막아야 한다.
공무원들의 부패 중의 하나가 바로 검찰들의 권력 오남용이다. 조국의 분석을 따라가 보자.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검찰 사태의 핵심은, 노무현 대통령의 한탄에서 그 본질을 찾을 수 있다. 집단이나 조직도 그들 나름의 통일된 개념과 상식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집단이나 조직이 권력자인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개념과 상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변화가 없는 집단이나 조직은 국민으로부터 배척받을 수밖에 없다.
"(바보 노무현은) 정치적 독립과 정치적 중립은 다른 문제였다. 검찰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으면 정치적 독립을 보장해주어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자 정치적 중립은 물론이요 정치적 독립마저 스스로 팽개쳐버렸다." (107쪽)
"첫째, 한국 검찰은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107쪽)
"둘째, 한국 검찰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 (114쪽)
"셋째, 한국 검찰은 법무부의 지시를 선택적으로 수용한다." (119쪽)
"넷째, 한국 검찰은 내부 비리에 관대한다." (121쪽)
국민 대부분이 검찰과 사법부, 변호사, 경찰들과 관련해서는 무지하고, 조국도 마찬가지였다. 공수처라는 조직만 만들어지면 주권자인 국민의 뜻과 명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었다. 천만의 말씀이었다. 수사검사 수는 최대 25명에 불과했고, 공수처 검사에 지원하는 사람들 역시 전현직 검사들과 주변 법조인들에 불과한데 말이다. "7년 이상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면 판사, 검사, 변호사만이 공수처의 검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수처 검사의 인선의 폭이 훨씬 더 넓어지고, 검사의 수도 100명은 되어야 한다. 공수처장은 국민의 의해 선출되어야 한다. 공수처장을 선출할 때, 핵심 보직 10명의 인선도 함께 발표되어야 한다.
"파견받은 현직 검사에게 수사를 의존해야 하는 특검의 한계였다. 상설 조직과 자체 수사 인력을 갖춘 공수처가 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MB는 대선 전, 적어도 취임 전 기소되었을 것이다." (117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8조(수사처검사) ① 수사처검사는 7년 이상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사람 중에서 제9조에 따른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경우 검사의 직에 있었던 사람은 제2항에 따른 수사처검사 정원의 2분의 1을 넘을 수 없다. <개정 2020. 12. 15.>
② 수사처검사는 특정직공무원으로 보하고, 처장과 차장을 포함하여 25명 이내로 한다.
③ 수사처검사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3회에 한정하여 연임할 수 있으며, 정년은 63세로 한다.
④ 수사처검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검찰청법」 제4조에 따른 검사의 직무 및 「군사법원법」 제37조에 따른 군검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정치 편향을 띤 독립 검찰 조직의 횡포는 대단하다. 검찰의 역할을 법에 따라 공정하게 수행하려는 검사들도 적으로 돌리고 조직에서 내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검찰의 인사권을 검찰총장이 아닌 대통령과 국무총리, 법무부장관이 가지고 있어서 그나마 이런 정도의 내부 견제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검찰의 '판사 사찰 의혹 사건'이 있다. 이 사건에 대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검사들에 대한 수사를 전개하자, 대검은 적법절차가 준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서울고등검찰청에 재배당해서 오히려 한 부장을 수사 대상으로 만들었다. 이에 한 부장은 2020년 12월 9일 페이스북에 심경을 토로했다. 시민의 뜻과 민주주의 원리에 충실하려는 부장검사가 이렇게 당한다.
"두렵고 떨리는 시간들입니다. 감찰을 무력화하는 내부 공격들. 극도의 교만과 살의가 느껴집니다. 그러나 나는 맡은 바 소임을 끝까지 수행해 나가고 죽음으로 내몰려진 상처받은 삶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127~8쪽)
조국 가족에게 가해진 검찰의 만행은 이미 1954년에 예견되었다. 조만간 처리하지 않은 '검찰 파쇼' 체계 때문이다.
"검찰기관이 범죄 수사의 주체가 된다면 기소권만 가지고도 강력한 기관인데 수사의 권한까지 더하게 되니 이것은 결국 '검찰 파쇼"를 가지고 온다. 우리나라는 경찰이 중앙집권제로 되어 있는데, 경찰에다가 수사권을 전적으로 맡기면 '경찰 파쇼'라는 것이 나오지 않나 (우려된다). 이런 점을 봐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오직 우리나라에 있어서 범죄 수사의 주도권은 검찰이 갖는 게 좋다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장래에는 우리나라도 조만간 수사권하고 기소권하고는 분리하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134~5쪽 / 검사 출신 엄상섭 의원의 1954년 '형사소송법 초안에 대한 공청회' 발언 중에서)
1954년에도 예견되었던 일이 70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은 틀린 이론이 배척되면서 지식이 축적되는데, 사회과학은 어째서 축적되지 못하고 맴돌이를 할까. 합의를 통한 결정, 즉 다수결의 함정이고, 다수결을 요체로 하는 민주주의의 함정이다. 다구는 AI의 발전으로 사회과학이 비로소 방법론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합의가 아니라 모두가 받아들이는 사실이 결정될 수 있다면, 사회과학도 맴돌이를 멈추고 지식의 축적을 통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공수처는 너무 왜소하다. 쌍방이 서로의 잘못을 견제할 수 있으려면 덩치가 비슷해야 하는데, 개미와 돼지다. 25명의 공수처 검사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이며, 그들이 공동체에 헌신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검찰에 잡혀 있는 약점이 있다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허수아비로는 견제도 못 하고, 균형도 못 잡는다.
"결론적으로 '경찰 파쇼'와 검찰 파쇼' 모두 위험하지만, 현재 권력은 압도적으로 검찰에 집중되어 있다. (중략) 수사권은 경찰과 나누고, 기소권은 공수처와 나눠야 한다. 특히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엄격한 외부적 감시, 검찰 비리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135/147쪽)
제4장 검찰과 언론의 표적 사냥
조국이 법무부장관을 그만두자 임은정 검사가 페북에 올린 글이다.
"타깃을 향해 신속하게 치고 들어가는 검찰권의 속도와 강도를 그 누가 견뎌낼 수 있을까요. 죽을 때까지 찌르니, 죽을 밖에요. 수사가 사냥이 되면, 검사가 사냥꾼과 몰이꾼이 되면, 수사가 얼마나 위험해지는지를 더러 보아왔습니다만, 표창장 위조 혐의에조차 사냥꾼들이 저렇게 풀리는 걸 보며 황당해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겠지요." (158~9쪽)
시사인 고제규 편집장의 페북 글이다.
"윤석열 검찰이 조국 전 장관을 (중략) 뇌물수수 등 모두 12개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8월 27일 강제 수사에 들어간 지 126일 만에, 100명이 넘는 수사진을 투입한 결과다.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88일)를 넘어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151일)에 버금가는 기간이고 수사진 규모다. (중략) 돌팔이 수준의 수사라는 걸 누구보다 검사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100여 명이 투입되어 126일을 수사하고, 수사 타깃이었던 조국 전 장관을 구속조차 못 시켰다. 검찰로서도 수치라고 평가할 것이다." (167쪽)
책을 읽어가면서 점점 두려워진다. 처음에는 조국 일가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내가 이 책을 읽고 정리하다가 검사들의 눈밖에 나면, 패가망신하겠다 싶어서 두렵다. 나와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무섭다.
"검찰은 오직 자신들의 조직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는 외부자에 대해서만 유독 표독스러운 맹수가 된다." (174쪽)
이제 그만 읽을까.
검찰이 무서워서 더 이상 책을 넘길 수 없는 수준이 되자 한심한 언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놀란 가슴을 부여안고 더 읽어본다.
"한국 언론은 OECD 국가 최고 수준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사실확인 의무를 방기하고 자신들이 반대하는 정치권력에 대한 저주와 매도에 몰입하면서 '사실상의 정치활동'을 벌여왔다." (184쪽)
기자들도 인간인 이상 사실에 대한 호기심은 있지 않을까. 인간 사회는 왜 이렇게 사실을 축적하기가 힘들까. 참과 거짓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I를 이용해서라도 참과 거짓을 분류해 놓아야 한다. 가능할까.
"나는 졸저 '절제의 형법학' 등에서 위와 같은 가짜 뉴스와 악의적 허위사실 보도 또는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한 허위사실 보도는 형법적 책임을 져야 하고, 영미식 민사제재인 '징벌적 손해배상'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 (186쪽)
언론. 우리 모두가 언론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기자가 되어 사실을 이야기해야 한다. 언론인이 되는, 기자가 되는 수단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으므로 더 이상 언론이라고 불리우는 언론에만 의지할 필요는 없다. 사실들을 모아 진리를 만들고, 창조로 나아가는 '샛길' 의견들을 모아 자유민주주의공화국을 튼튼히 하는 언론을 만들어가자.
"언론은 사주와 광고주 외에는 눈치 보지 않는 강력한 '사회적 강자'가 되었다. 자신의 어젠다와 이해관계에 따라 재벌이나 검찰과 연대해 국민에 의해 선출된 민주정부를 흔드는 '사회적 권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이제 언론의 자유와 함께 그 한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 192쪽)
제5장 빼앗긴 국회의 시간과 불쏘시개 장관
조국은 사과할 일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고, 불필요한 일에 사과했다. 공직자로서 법무부장관으로서 쿠데타를 일으킨 검찰과 언론에 대해 헌법과 법에 따르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어야 했는데, 부모로서 아이를 열심히 교육한 것에 대해 반성한다며 사과했다. 분명히 틀렸다. 사과할 것은, 정치 검사들의 쿠데타와 반민주 언론들의 쿠데타 부역 활동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지 못한 일이다.
그러나, 유약한 선비로서의 조국은 이해한다. 선비는 인간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 애초에 정치판에 뛰어들지 말았어야 했으며, 뛰어들었으면 정치판에서 은퇴하기 위한 멋진 장면을 만들어냈어야 한다. 아직도 늦지 않다. 정치판이 끝나지 않았다. 뒷마무리를 위해 준비하고 단련해야 한다. 충분히 가능하다.
그의 잘못된 사과를 찬찬히 읽어 두어야 다시는 이런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게 된다.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합니다.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더라도(조국 선생, 법을 지키며 자식 교육을 시켰으니 사과하지 않아도 됩니다 - 무일),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위대한 인간들은 물론이고 신들마저도, 모든 인간들을 좋은 제도에 접근하며 살게 할 수 없었으니, 조국 선생이 사과하지 않아도 됩니다 - 무일)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고, 기존의 법과 제도에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합니다. (기존의 법과 제도를 따르면서 멈추지 않고 민주개혁에 나서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이며 대한민국의 주인인 대한국민의 정서이므로, 조국 선생이 사과할 일이 아닙니다 - 무일)" (195~6쪽)
지나는 길에 금태섭을 정리하고 가야겠다. 정치판에 뛰어들어 스스로를 바보로 만든 대표 인물이다. 김영환과 함께 곱게 바보가 되었다. 지금도 개인 금태섭은 훌륭할 것으로 추정한다. 정치인 금태섭은 바보 정치인이다. 정치를 접는다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는, 검사출신 변호사 금태섭으로 돌아간다면 우리 역사에 괜찮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아직 젊으니 새로운 샛길을 만들 수 있다. '샛길'이란 '민주정치'를 풍요롭게 하여 민주개혁을 추진하는 중요한 방법이고, 인간 생활 전 영역에 걸쳐서 창조와 혁신으로 더불어 사는 기쁨을 만드는 방법들을 말한다. 금태섭도 아직은 '샛길'을 만들 수 있다.
"인터뷰에서 '난 검사 출신 금수저, 염치 있어 새누리는 못 간다' '(강서갑에) 뼈를 묻을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 힘 후보로 오세훈 후보가 확정되자, 그는 공동선대위원장이 되었고, 활짝 웃으며 국민의힘 글자가 박힌 빨간 점퍼를 입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불공정'하다고 비판하면서 국민의힘과 손을 잡았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의 노선과 정책이 문재인 정부보다 더 '공정'하다는 말인가." (201쪽)
정연주의 페북 글이 검찰의 반민주 쿠데타와 언론의 반민족 쿠데타 부역행위를 잘 지적한 글이라 그대로 옮겨본다.
"검찰의 강제수사가 장관 인사청문회 전에 전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검찰수사가 청문회 과정을 압도하려는 적극적인 '정치행위'였다. (즉, 반민주 쿠데타였다 - 무일) 게다가 정경심 교수에 대한 1차 기소는 정 교수에 대한 조사도 한 번 없이 인사청문회 당일 한밤중에 이뤄졌다. (쿠데타는 원래 이렇게 한다. 시민들의 동의와 협조를 구하지 않고, 지들 멋대로. 그나저나 이렇게 글 쓰다가 검찰에 잡혀갈까 두렵다 - 무일) 그리고 기소가 발표된 자정 이전에 이미 야당 쪽으로 사전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쿠데타 계획은 쿠데타 주도 세력들이 정보를 공유한다. 최소한으로. 이번 검찰 쿠데타의 정보 공유자들이 밝혀지면, 검찰 쿠데타 세력들이 누군지가 밝혀진다. 이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 무일)" (206쪽)
제도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발전을 조국은 믿는다. '제도' 말고는 방법이 없는게 사실이다. 제도 이전에 교육이 있는데, 교육을 받고 알아도 살다 보면 교육받은 내용을 잊는다. 제도라는 틀에 따라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줘야 교육받은 내용을 잊지않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제도 따위로는 사람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제도 회의주의'는, 제도를 우회하는 못된 행태에 절망했기 때문에 나온 생각이다. 지금의 제도도 공동체를 위한 좋은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데, 틈을 노린 공무원들과 사익추구자들은 법과 제도를 우회하며 계속해서 부패하며 돈을 쌓아간다. 공동체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법과 제도의 개선을 계속해 갈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검사, 수사관 등 검찰 공무원의 비위가 발생했을 때 각급 검찰청의 장과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비위 발생 사실과 처리 결과를 법무부장관에게 바로 보고하도록 의무(중략) 유죄판결을 받기 위해 검사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허용될 수는 없다.
(중략) '특별수사부'는 폐지하고 형사부로 전환하며, '특별수사부'의 명칭을 '반부패수사부'로 바꾸어 3개 청에 최소한의 부서만 설치한다.
(중략) 형사사건 공개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공보관'이 아닌 검사 또는 검찰수사관의 언론기관 종사자 접촉 금지, 사건관계인 출석 정보 공개금지, 검찰청 내 '포토라인'(집중촬영을 위한 정지선)의 설치 금지 등이 규정되었다.
(중략 / 국가소송사건에서) 소송행위를 하려는 때에는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바뀌었다. (중략) 행정소송을 수행하는 소관 행정청에 대한 소송지휘도 검찰청이 아니라 법무부장관으로 바뀌었다. 50년 만에 정상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중략 / 남아있는 개혁과제는 '일수벌금형' ) 범죄의 경중에 따라 벌금 일수를 먼저 정한다. (중략) '교도소'는 이름에만 '교도'가 들어가 있지 실제는 '감옥'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중략) 그러다보니 출소한 사람은 사회 복귀를 못 하고 재범을 해서 다른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211~236쪽)
제6장 서초동의 장엄한 촛불 십자가
서초동 촛불집회의 핵심은 이승환의 이야기로 대체해도 된다. 군대나 경찰이 두려움의 대상이었듯이 이번에는 검사들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검사들이 두려워 피하거나 굴복하려면 윤석열을 지지하면 되고, 검사도 시민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두려움을 이기고 윤석열에 반대하면 된다. 조국과 함께.
"영화나 소설 속 검찰 이미지 때문에 검사들을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생각해오긴 했지만, 이제는 불신을 넘어 공포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국민을 하찮게 여기고,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기회에 검찰 이미지 좀 바꾸는게 어떨까요? 표적수사, 선택수사 하지 말고 공정한 수사하고 검찰개혁을 이뤄내는 그런 이미지 변신. 저희 국민이 원합니다." (251쪽)
이범우의 정리는 의미가 있다. 박해자인 보수 카르텔이 희생양을 선정하고 처형하는 끔찍한 상황을 시민 공동체의 힘으로 막아야 한다. 다만, 보수 카르텔이라는 용어는 안된다. 보수 진보 여부를 떠나서 공동체에 해가 되는 사리사욕 카르텔, 줄여서 '사욕 카르텔'이라 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는 모두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다. 보수든 진보든 사욕 카르텔에 참여하게 되면 공동체를 병들게하는 부패라는 병에 걸린다.
"서초동에 모인 시민들의 저항은 보수 카르텔에(사욕 카르텔에) 대한 정치적 반격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이제 더 이상 무고한 희생양이 박해자의 뜻대로 그냥 처형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시민들의 신성한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시민들은 이제 희생양 매커니즘이 박해자들의 의도대로 반복되는 것을 더는 방관하지 않는다. 보수 카르텔에 (사욕 카르텔에) 지목된 누구라도 또 다른 조국이 될 수밖에 없다." (255~6쪽)
가족과 함께 하는 즐겁고 행복한 삶과 함께 그 일부로서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한 삶의 의미다. 아들러가 삶의 의미를 채워주는 행동이 바로 공동체에 대한 기여라고 했다. 개인과 공동체의 공존 공영. 조국은 최선을 다했다. 지금은 개인으로서 가족에게로 돌아가 있어야 할 시간이다. 조금 시간이 흐르면 환경은 변한다. 새로운 시간이 도래할 것이다. 아직 조국의 시간이 끝나지 않았다.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꼐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 (267쪽)
문재인 정부의 인사 참사의 예로 거론되는 것이 홍남기와 윤석열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인 그들은 사욕 카르텔의 꼭두각시가 되어 문재인 정부를 흔들었다. 그들을 제어하지 못한 대통령이 무능해 보이는 장면이다. 그러나, 각도를 달리해 보면, 결국 문제는 부패하고 사리사욕에 가득찬 공무원들이다.
대통령은 충분한 권한과 시간과 정책 방향을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주권자인 국민이 아니라,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아니라, 사욕 카르텔과 눈을 맞췄다. 그들의 눈맞춤까지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사안은 아니다. 특히 홍남기는 홍남기로 계승될 뿐이다. 새로운 모피아를 내세워서 기대를 해 봤자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꼴만 더 우스워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함께 끝까지 가고, 끝까지 사리사욕을 챙겨라. 다 보고 있겠다. 윤석열 또한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를 위해 그는 꼭 필요한 공무원이었다. 원할 때까지 욕망하는 끝까지 부패하여라. 다 지켜 보겠다.
"저는 조국 법무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을 희망했습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269쪽)
이종필의 글에도 공감한다. 노회찬과 노무현은 우리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지만 조국은 버텨줌으로써 기회를 주었다. 박원순은 그렇게 떠났지만 조국은 생명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언젠가 기회는 온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 죽을 수도 있지만. 버텨내야 한다. 끈질긴 한민족의 생명력은 버텨내는데 있다. 선비의 죽음, 웃기자 마라, 살아야 한다. 비겁하게라도.
"서초동에 모인 사람들이 10년 전의 노무현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꼭 지키겠다고 다짐한 것은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었다. 나는 정말로 사람을 살리고 싶었다. (중략) 내가 외친 '조국 수호'는 장관으로서의 조국을 지키자는 게 아니라 한 생물학적 인간으로서의 조국을 지키자는 말이었다. 서초동에는 그런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 많았다." (279쪽)
미란다 원칙에 대한 조국의 주장이 새롭다. 주권자인 국민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매우 유감이다. 알아야 한다. 국민이 알고 있어야 하고, 공무원에게 제대로 집행하라고 지시해야 한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의사 표시를 하면 신문을 즉각 중단하는 미국과 달리, (중략) 한국에서 '미란다(Miranda) 원칙'은 체포와 신문 시에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해야 하는 원칙 정도로 이해되고 있지만, 이 원칙의 또 다른 핵심은 피의자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신문이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 시 나는 이 점을 밝히며 신문 중단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장시간 신문에 진술거부 의사를 반복해서 밝히며 앉아있어야 했다." (284쪽)
검찰 쿠데타의 마지막은 조국에 대한 기소였다. 그런데, 참 허망하다. 엘리트, 특수, 능력이라는 단어를 앞에 달고 있는 무수한 검사들이 달라붙어서 만든 기소 이유가 고작 "공무원의 비리 행위를 수사를 맡기지 않고 해당 기관을 통해 사표를 내게 했다"는 것이다. 범죄 행위를 입증하는 것이 어려워 검사라는 말 앞에 수식어를 잔뜩 갖다 붙이는데, 충분히 가능한 인사조치에 대해서 범죄의 허울을 씌우는 것으로 끝을 냈으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재성 기자) 조국 하나를 잡기 위해 청와대와 총리실, 기획재정부, 경찰청 등 가리지 않고 들이닥쳤다. 전국의 검찰 조직을 총동원해 넉 달 동안 뒤진 끝에 고작 '감찰 무마'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중략) 검찰 흑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299쪽)
조국이 인용한 마틴루터 킹 목사의 말이 비장하다. 민주개혁을 위해 이렇게 나아가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은. 한편으로 이런 멋진 말들은, 참담한 현실을 의미한다. 사욕 카르텔의 희생양들을 위로하거나 끝까지 싸우라는 격려에 불과하다. 정의가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을 때, 어떻게든 빠져 나오라고 하는 슬픈 외침이다. 세상은 분명 앞으로 나아갔는데, 노예제의 시대에서나 외쳤던 비장한 말들을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 구시대의 사욕 카르텔인 부패 정치인 - 부패 공무원 - 부패 언론의 무법 카르텔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워 민주주의와 정의를 바로 세워 나가야 한다. 기어서라도 전진해야 한다.
"날 수 없다면, 뛰어라 / 뛸 수 없다면, 걸어라 / 걸을 수 없다면, 기어라 / 모든 수단을 다 써서 계속 전진하라" (304쪽)
제8장 검찰 쿠데타의 소용돌이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다."(307쪽)는 윤석열의 기개는 가짜 기개이며, 가짜 검찰개혁이다.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은 "공정한 법집행"이 목적이다. 검사의 입맛에 따라 국민의 권력기관인 수사기관을 좌지우지하는 검찰의 행태를 개혁하라는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도 윤석열의 생각은 틀렸다.
"(강인규 기자)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든, 죽은 권력을 수사하든, 중요한 건 수사의 동기와 목적이다. 산 권력을 대상으로 삼는다고 해서 모든 수사가 정당하고 정의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313쪽)
'살권수'가 의미를 가지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권력'이 불법행위를 자행하여 국민들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이런 범죄행위를 '살아있는 권력'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의 뜻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하고 처리할 때이다. '살권수'가 정의가 아니고, 정의에 입각한 '살권수'가 검찰 공무원의 임무이다. 스스로 내팽개친지 너무 오래 되어서 잘 모르는 모양이니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말해준다. '범죄자들을 공정한 방법으로 수사하고 기소해라, 살아있는 권력의 압력에 굴하지 말고'
윤석열이 단순한 검찰주의자라는 생각을 지금부터 버린다. 잘못 알았다. 검사들이 언론과 재벌의 비호로 쿠데타를 꿈꾸고 있고, 그 대표 주자로 윤석열을 내세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전두환과 노태우가 하나회를 구성해 박정희를 모델로 한 군사 쿠데타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윤석열도 특수부를 중심으로 안대희를 모델로 한 검찰 쿠데타를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다. 전두환 노태우와 달리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윤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려다가 불이익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윤석열이라는 이름은 소신과 용기 있는 수사로 박해받는 검사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하여 문재인과 국민들이 모두 속았다 - 무일 / 중략)
(박영수 특검팀의) 윤석열 검사는 '촛불혁명'의 대의에 부응하는 '영웅'으로 인식 (중략) 수사가 철저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근원적 임은 윤석열 개인이 아니라 촛불시민이었다. (중략) 박근혜 대통령 등은 '살아있는 권력'이 아니라 '곧 죽을 권력'이었다. (중략) 대중적 명망을 얻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 되더니, 문재인 정부를 쳐서 수구보수진영의 대권후보로 부상한 것이다.
(중략) 안대희는 윤석열의 선배이자 롤 모델이었다. 윤석열은 2003년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이끌던 16대 대선자금 수사팀 구성원이었다. (중략 / 안대희는)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도왔고, 이후 국무총리로 지명되었다가 전관예우 문제로 낙마했으며, 2016년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중략 / 황희석이 윤석열에게 보낸 페이스북 공개 질의) 사석이든 공석이든 '문재인은 우리 덕에 대통령 되었다. 우리는 대통령 2인과 대법원장을 구속시켰다. 문재인이라고 구속 못 할 것 없다.'는 취지의 말은 한 적이 있는가? (중략) 검찰 조직 안팎에서 '대망(大望)'을 가지라는 조언이 답지했을 것이다."(316~320쪽)
검찰개혁에 저항하여 검찰 조직의 천년 번영을 추구하던 윤석열과 정치 검사들이, 자신들이 직접 대통령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조국을 밟고 검찰 쿠데타를 이끌어 가는 과정을 살펴보자.
"2020년 1월 29일 검찰이 기소한 '울산 사건'을 보자. 검찰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중략)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동지인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불법적으로 수사 및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수사하고 기소해 문재인 정부 도덕성의 근본을 흔들려고 했다.
(중략) 이 사건의 공소장에는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총 35회 등장 (중략 / 조선일보는)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이 사시로 밝혀진다면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되는 중대 사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보다 훨씬 가벼운 선거 개입 문제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현직 대통령이 실정법을 위반하면 탄핵 소추 대상이 된다. (중략)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송 후보는 울산지역 여론조사에서 확실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중략) 황운하 의원은 울산 경찰청이 전개한 김기현 형제 토착비리 의혹 수사는 정상적인 토착비리 수사였을 뿐 청와대의 '하명'은 없었다
(중략 / 라임 옵티머스 사건) 김 전 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A 변호사가 여당 정치인들과 강기정 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후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주겠다고 말했다."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중략) 김은경 장관은 환경부 산하 임원교체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이유로 기소 (중략)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이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 임원(공공기관장 330여 명 + 상임감사 90여 명) 대부분이 임기르 마치거나 적법한 사유와 절차로 퇴직했다. (중략)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 역시 상당수가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
(중략) '월성 1호 폐쇄 사건'에서 검찰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중략) 탈원전정책 또는 에너지전환정책이 세계적 추세이자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를 추진한 의무를 진다는 점, 원전 폐쇄를 결정하는 데는 경제성 외에 안정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중략) 긴박한 상황에서 김학의를 알아보고 제때 출국을 막아낸 담당자를 칭찬해도 모자랄 상황에 처벌이라니 주객전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략 /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군대에 의한 무력 쿠데타가 아니라 검찰수사를 통한 쿠데타를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가이 든다. 윤총장은 총선에서 야당이 이길 것으로 생각한 듯." (325~339쪽)
시험으로 임용된 공무원이든 선출된 공무원이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은,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부패하는 순간, 범죄자가 되고 공동체의 해악이 된다. 깨끗한 손으로 살기 위해서 공무원은 끊임없는 자기 수양이 필요하다. 공무원 뿐만이 아니라 인간 모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지만, 인간이니 모두가 그런 덕목을 지니고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불법을 저지른 공무원은 처벌받아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근본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일본 전후 28대 검사총장 요시나가 유스케의 경고) 수사로 세상이나 제도를 바꾸려 한다면 검찰 파쇼가 된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341쪽)
오래된 이야기지만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두고,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고행과 이집트 무르시 대통령의 죽음과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이다.
"후버는 선출되지 않은 무소불위의 권력자였다. 그는 수사권 남용을 넘어 허위정보를 언론에 흘려 무고한 사람들을 탄압했다. 사회주의 성향의 유명 여배우 진 세버그가 사산한, 아이의 생부가 흑인 좌파단체 '블랙 팬더당' 당원이라는 허위정보를 유포해 그녀를 자살하게 만든 사건은 대표적인 악례다(그녀는 아이의 장례식장에 몰려든 기자들에게 관 뚜껑을 열어 죽은 아이의 피부색이 흰색임을 공개해야 했다)."(344쪽)
책을 마치며
"윤석열 총장은 검찰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일어나자, 2020년 11월 이후 '국민의 검찰론'을 꺼냈다. '국민의 검찰론'의 요체는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직접' 권한을 수권했기에 국민에게만 '직접'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검찰이 형식적으로는 대통령 산하 행정부의 일부지만, 검찰은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의 통제를 받아서는 안 된다 또는 받을 필요가 없다는 함의가 숨어 있다.
(중략) 검찰권은 애초에 국민으로부터 직접 부여된 적이 없다. (중략) 비교해보자. 국가의 무력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군대다. 그런데 어느 날 육군참모총장이 국방부장관에게 맞서면서 "나는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군대는 국민의 것이다"라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검찰 내부에서 계속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군인 인사권을 참모총장에게 넘기라고 요구하면 어떻게 될까?" (354쪽)
쿠데타다.
지난 6월부터 시작해서 3개월 만에 간신히 읽어 내었다. 결론은, 사욕 카르텔이 판치는 세계 여러나라들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연성 쿠데타, 사욕 쿠데타가 벌어지고 있다. 수년 동안 펼쳐지고 있는 윤석열 쿠데타는 마지막 단계를 밟아가고 있고, 조국이라는 걸출한 정치가에 의해 좌절되고 있다. 그렇지만 사욕 쿠데타는 언제고 다시 등장할 수 있다.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민주개혁이 대한국민의 사명이다.
조국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계속해서 사과한다. 좋다. 원한다면 사과해라. 그렇지만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조국의 사과가 아니다. 조국의 불행으로 끝나는 상황이 결코 아니다. 조국의 불행은 나의 불행이고, 국민들의 불행이다. 자신을 지키고, 가족을 지키고, 국민들을 지키며 공동체를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 그는 정치 일선으로 나서야 한다. 그의 등을 떠미는 것이 매우 미안한 일이지만, 그는 가족들과 함께 이미 힘든 길로 접어들었고, 무간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시기는, 곧.
"법무부장관 지명 후 나와 내 가족은 '무간지옥'에 떨어졌다. 지옥에 떨어졌음을 직시해야 했다. 견뎌야 했다. 버터야 했다.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로 민주공화국을 복구시켰고, 서초동 촛불집회로 검찰개혁을 이루어 낸 촛불시민 덕분에 살아남았다. 나는 나 자신과 가족 구성원에게 윈스턴 처칠의 연설 구절을 보냈다.
"당신이 지옥을 통과할 것이라면, 계속 걸어라."
묵묵히 걷고 또 걸어나가야 한다." (3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