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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출세를 향한 열정은 평범한 사람도 악인으로 만든다_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_210502

매우 바쁘고 힘겨운 날들이 계속되지만 검찰개혁과 사법개혁과 공무원 개혁은 끝낼 수 없다. 인류 역사가 지속되는 한 계속되어야 할 일이다. 이들 세력들이 농민과 노동자들의 노고에 무임승차한 것도 모자라 온갖 부패와 협잡을 일삼아 나라를 무너뜨리고 있다. 내가 비록 비관하는 습성을 가진 사람이지만, 내부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믿고 있기에 이 멈출 수 없는 개혁은 조금씩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2016년 겨울, 광화문 광장에서 필자 이연주 변호사가 들었던 노래,

 

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가는 곳 모르면서 그저 달리고만 있었던 거야

지고지순했던 우리네 마음이 언제부터 진실을 외면해 왔었는지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 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 한영애, <조율>, <<한영애 1992>>

 

"권력이 국민을 겁박하고 핍박하던 야만의 시대는 마치 하느님이 마음먹고 조율한 듯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극적인 방식으로 종말을 고했습니다. (중략) 사는 동안 역사의 발전을 낙관하는 체험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행운입니다. 그 고양된 경험이 자신을 새로운 경지로 데려다 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검찰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조직이 되기 위하여 검찰 조직과 검찰권을 어떻게 조율하여야 할지 생각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중략) 국민에게 검찰은 정의였고 최후의 보루였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가 아는 정의가 아니었다. (중략)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것은 법이 아니다." (10~13쪽)

 

김웅의 검사내전도 재미있게 잘 읽었다. 실제로 잘난 체가 좀 심한 것 말고는 크게 문제없는 글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는 '국민의 힘' 국회의원이 되어 그가 지적했던 검찰의 문제가 그냥 하는 소리였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특정인의 하수인"은 안된다며 특정인의 하수인이 되었던 검사와 별로 다를 바 없이. 묻고 싶다, 김웅에게. "왜 그러니?"

 

이 책 또한 그냥 따라 읽어가면 될 듯하다. 특정인의 하수인이 되려는 김웅은 아니기를 빌면서.

 

"초임 여검사를 호텔로 불러내던 검사장도, 부산의 나이트클럽 사장에게서 소개받은 젊고 예쁜 여자를 지역유지에게 빌린 요트에 태워 통영으로 여행 간 추억을 자랑하던 부장검사도 모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그중 한 사람은 당선되기까지 했다. (중략) 45인의 형제가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봐주고 하는 '사랑을 실천하는 형제들의 모임' 소속이었다. (중략) 검사장까지 오른 사람이 특정인의 하수인 역할을 할 정도로 부패했다면 저를 검사장으로 임명해준 검찰과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략) 나는 이런 사람들을 '공기인형'이라 생각한다. 안은 텅텅 비고 바람 부는 대로 나부끼면서 자신을 꼿꼿이 세워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권력이라 여겨 그 권력으로 펌프질 하려는" (21~24쪽) 

 

[6차 범국민행동] 광화문 광장 울린 한영애의 '조율' - YouTube

 

"검사에 관한 다음과 같은 명언이 <PD수첩>에 나온 적이 있다. '사건을 잘 파면 명예를 얻고 사건을 잘 덮으면 부를 얻는다.' 그동안의 검사들 인사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징계로 보복하고, 보직을 하사해 충성을 얻는다.' 마지막으로는 윤석렬 총장에게 이 말을 돌려줘야 한다. '검사가 인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 (중략) 박병규 검사는 이프로스에 '무죄를 무죄라 부르지 못하는 검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 글은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검찰 내부 방침을 어기고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검사를 지지하는 글이었다.

 

(중략 / 박 검사의 해고는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문에 의하면 임은정 검사 징계 비판 글, 검찰총장 사퇴 요구 등 수위 높은 글을 자주 올린 것이 영향력을 미쳤다고 보았다. 이 말은 괘씸죄 적용이라고 읽으면 된다. 검찰 조직의 행태를 비판하거나 그 비판에 동조하는 이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던지는 동료들의 기준은 권력이다. 실세의 눈에서 벗어나는 순간 평범한 동료들이 등을 돌리고 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중략) 여러 조직에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행동대원들은 그의 동료들이다. 한나 아렌트의 '평범한 악'이 떠오른다. 상층부를 향한 열정은 평범한 사람도 악인으로 만든다." (28~29쪽)

 

임관한 지 1년 남짓 만에 자살한 김홍영 검사를 생각하면 이연주 검사는 잘 그만두었다. 강한 개혁 의지를 가지고 있는 이연주 변호사가 검사로 남아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외부에서 검찰 개혁을 말하는 사람은 많기에 내부의 호응이 절실히 필요하다. 어느 조직이든 내부의 개혁 의지가 박약하면 폐기 처분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 공수처, 법원을 비롯한 국가 권력기관과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할 중요 기관이다. 폐기 처분할 수 없다. 

 

"검찰이 집권 세력의 시녀로 기능해왔던 것과 내부의 조직 문화는 동전의 앞뒷면 같은 것이라 본다. 검찰은 오랜 기간 집권 세력의 하수인으로 그들을 보위하는 역할을 해왔다. 권력자의 요구대로 또는 눈치를 봐가며 같은 편과 예쁜 놈은 봐주고 미운 놈은 때려주면서 검찰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나 정연주 KBS 사장 기소, <PD수첩> 피디 기소, 정윤회 문건 사건 등이 그런 예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검찰 수뇌부나 간부들로서는 지시에 절대적으로 순종하고 불의에 침묵하는 검사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강력한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인사건 감찰이건 검찰 수뇌부의 전횡이 조장되고 허용되는 풍토가 된  것이다. (중략) 검찰 간부들에게 임은정, 안미현, 박병규, 진혜원, 서지현 검사는 검찰 내부의 독소이자 세균이고 곰팡이 포자다.

 

(중략) 검찰은 검찰 간부들의 왕국이다. 자기 패거리를 힘 있을 때 인사로 끌어주고 감찰로 트러블이 생기면 시원하게 무마해준 다음 변호사로 개업해 자기가 현직에 있던 동안  베푼 은혜를 수금하러 온다."

 

전관예우를 받으며 변호사 생활을 해야 할 정도로 20년 이상 재직한 검사와 판사는 가난할까. 63세 이후에 우리 부부는 음성의 가원에서 합계 400만 원의 연금으로 살아갈 계획이다. 부부가 살아가는 데 그 정도면, 손자들과 며느리, 사위들 용돈 줘 가면서 골프치고, 해외여행하며 살 수 있다. 그 정도 상황이 안된다면 변호사 개업은 해도 좋다. 부부 합산 400만 원의 연금이 있다면 봉사활동이나 공익 증진을 위해 무보수로 일하는 변호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원을 가꾸며 공동체에 헌신하면서 풍요로운 생활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강남에서 떠나고, 아파트에서 떠나고, 호텔에서 떠나라. 인간은 자연에 기대어 사람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살 수 있다. 돈에 묻혀서 사는 세균덩어리가 아니다. 젊은이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서 나이 든 우리가 떠나 줘야 한다. 

 

"2013년 12월 11일 임은정 검사는 징계처분취소청구소송 기일에서 무죄 의견을 진술한 동기에 대해 "국가에 의하여 자행되었던 폭력과 권력 남용에 대해서 피고인과 유족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도리이고 예의라고 생각하였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임 검사의 무죄 구형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떠나서 검사는 조직의 뜻을 따라야 한다"라고 말한 검사가 있다. 바로 윤 총장으로 그는 2013년 10월 21일 국정감사장에서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라고 고백했다." (81쪽)

 

임은정 검사와 윤 총장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검찰 조직을 사랑했다. 어떻게 조직을 사랑해야 하는가. 독일의 병사들은, 명령불복종은 즉결심판을 당할 수 있지만, 상관의 명령이 불법하다면 거부해야 한다고 교육받는다. 군대 조직이야말로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어야 하는 조직이다. 그런 조직에서도 합법과 불법 즉 옳고 그름을 따져서 국민이자 군인의 도리를 실천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검찰은 깡패들의 조직인가.

 

"분노가 힘을 가지려면 정의로워야 한다. (중략) 2017년 8월 윤대진 검사가 어느 검사의 모친 장례식장에서 자기가 이번 인사를 다 했다고 우쭐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런데 그 문상객 중에 인사에서 좌천당한 검사도 다수 있어 몹시 불편해지고 말았다고 한다. (중략) 임은정 검사에게 분노한 검사들이 이제까지 내부에서 줄 세우기 인사를 하고 자기 식구 챙겨주기를 할 때 비판한 적이 있는가." (101~2쪽)

 

수사기관 특히 검찰의 목표가 되면 벌벌 떨게 되는 모양이다. 아, 무서워. 검찰로서는 유병언이 죽어 버렸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대 특수부 출신의 최재경은 채동욱과 함께 고려대 기획통 출신의 한상대를 날려버린 검란으로 가장 유명했고, 감옥에 있는 민주주의의 주춧돌인 박근혜의 마지막 민정수석이었다. 유병언의 자신감도 대단하지만 꼭 죽어야했을까. 도망쳐 보다가 안되면 자수를 해야 하지 않는가. 유병언의 죽음이 중요한 진실들을 묻어 버리게 되어 안타깝다.  

 

"이번 기사에서 검찰권을 남용하여 수사를 정치적으로 지휘했다고 보도된 최재경 전 중수부장과 한상대 전 검찰총장 외에도 공정한 수사가 필요한 사건들을 정치적으로 편향되게 수사 지휘한 검사들이 존재한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2월 4일 이명박 정부동안 검찰권을 남용하여 수사 및 기소를 했던 검사들을 선정해 실명 비판하며 ‘이명박 정부 정치검사 명단’을 발표하였다. 이 명단에는 노환균(법무연수원장), 최교일(서울중앙지검장), 최재경(전주지검장), 정병두(인천지검장), 김수남(수원지검장), 신경식(청주지검장), 송찬엽(서울고검 검사) 검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결난 사건인 ‘PD수첩’ 명예훼손 혐의 수사, 미네르바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 수사, 정연주 전 KBS사장 배임죄 혐의 수사와 더불어 재수사가 이뤄진 민간 사찰 수사, 그리고 특검이 도입된 내곡동 사저 수사를 각각 지휘한 검사장급 검사들이다. 이들에게 검찰 수사의 정치화와 검찰권 오남용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엄중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 (참여연대 2013년 1월 [논평] ‘검찰권 남용’ 검사는 개혁의 대상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유병언 일가 수사를 당시 최재경이 검사장으로 있던 인천지검에 맡기며 최재경에게 기회를 준다.  (중략)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정보를 손안에 틀어쥐고 검찰수사관들을 별장으로 보낸다. (중략) 유병언의 비서인 신 모 씨가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체하며 속옷 차림에 영어로 막 항의하면서 나왔다고 한다. 신 씨의 음기응변에 (중략) 벽 사이의 비밀 공간에 숨어 있던 유병언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다. (중략) 김진태 검찰총장이 인천지검에 내려와 유병언을 검거했다는 기자회견을 준비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중략) 어느 경찰관은 최재경을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검사라 한다."(106~7쪽)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서 아름다운 게 인간 세상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마다 무감각한 죄악이 달라서 흥미로운 게 감옥이다.

 

"변호사 개업을 목전에 둔 검찰 간부들은 검찰 개혁에 결사 항전할 수밖에 없다. (중략) 내가 선배들이 가져오는 사건 봐줘서 적금을 넣어놨는데, 나는 적금을 못 찾아 먹는다는 거잖아. (중략)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이나 영장을 법원에 직접 청구하도록 하는 안에 업무도 많은데 일 하나 덜었다고 생각하며 동의하는 검사들이 있는 모양인데 잘 생각해보라고, 평생 검사할 것 아니잖아. (중략) 검사가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을 불기소처분하거나 검사에게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이나 구속영장을 꺾는 것은 검찰 전관 변호사에게는 엄청난 먹거리다. (중략) 검찰이란 조직은 참 암울하고 희망이 없다." (111~3쪽)

 

 

돌탑을 쌓으며 검찰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이연주 변호사, 조국과 함께 간절히 기원한다. 주장한다. 실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