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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7%의 고통이 93% 성과를 잊게 한다_210505 el cinco de mayo el miércoles_пять май среда

소염진통제를 먹고 몰도바를 들으며 '내가 검찰을 그만둔 이유 / 이연주 지음'을 읽는다. 검사는 156억 원의 선물 정도는 선의로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존경하게 되었다. 156억 원. 진경준 검사님께서 넥슨의 김정주로부터 받은 비상장 주식으로 번 돈이 156억 원이고, 김정주는 뇌물이라고 했는데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친구 사이에 주고받은 것이고, 특정되지 않은 돈이기 때문에 뇌물이라고 볼 수 없다. 만세!!!!! 나도 이제라도 검사가 되어야겠다.

 

아니다, 그렇게 살면 안 된다. 아무리 156억 원이 크더라도.

 

그래도 검사님들은 정말 존경한다. 그 좋은 자리를 3년 만에 때려치우고 나온 인생 패배자 이연주 변호사의 글을 읽는다. 당신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9시 반까지의 사투는 패배했지만 방향은 맞았다. 반장이 7시 반에 와서 내가 한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수렁에 빠진 굴삭기를 꺼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굴삭기의 경사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즉 부상을 불사하고 굴삭기를 과감하게 다루었다. 부상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굴삭기를 조심조심 다룬 나는 영원히 굴삭기 운전 초보일 수밖에 없다. 학교 다닐 때 학생 운동한답시고 시끄럽게 떠들기는 했지만 시위만 벌어지면 돌멩이 몇 개 던지고 도망 다니기 바빴다. 무서워서. 고문받아서 김근태 선생님처럼 아플까 봐. 겁 많은 중생이여. 어릴 때 샌 바가지 늙어서도 샌다.

 

아, 불쌍한 집시의 나라 몰도바여, 너의 슬픈 영혼이 나를 위로한다.

 

반장의 지도로 논둑 만드는 법까지 익혀서 한 시간을 더 작업한 다음에 집으로 돌아왔다. 몸은 이미 녹초가 되었는데 estoy muy cansado, 깨끗이 청소를 해서 굴삭기를 반납해야 한다 tengo que devolver. 어머니까지 나서서 한 시간 동안 진흙과의 또 다른 사투를 벌였다. 굴삭기를 반납하고 나서는 역시 만신창이가 된 마음이를 세차해야 했다. 마당 청소까지. 전체 굴삭기 작업시간은 50시간이었고, 청소시간과 사투 시간은 4시간이었다. 그런데, 지금 기억나는 것은 오직 7%의 고통의 시간뿐이다.

 

이보게 무일, 93%의 성공의 시간을 기억하게나 pienso en el tiempo de la victoria.

 

타고 난 이 비관스러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어쨌든 다치지 않고 논둑 만들고, 논 고르는 작업을 끝냈다.  

 

잊자, 고통 또한 지나가리라.

 

친구들과 수락산 정상에서, 환하게 웃을 때는 좋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