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논둑 작업하는데 비가 내린단다_210503 el tres de mayo el lunes_три май понедельник

3일과 4일 굴삭기를 빌려놨는데 내일 비가 온다고 한다. 10미리 이내의 적은 양이라 그냥 무시할 수 있겠다. 혹시 작업을 못할 것을 대비해 어머니 이름으로라도 다음 주에 빌려 놓으려 했더니 굴삭기 면허증이 없어서 임대가 안 된다.

 

부직포 작업하던 것을 하우스 창고에 옮겨두고 굴삭기를 옮길 준비를 해야겠다. 일을 제대로 끝내 놓지 않으면 이와 같이 두 번 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아니다. 아예 밭둑으로 옮겨 놓으면 두 번 일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좋다.

 

아침에 어머니와 요양보호사의 지원을 받는 문제를 의논했는데, 거부감이 심하시다. 거동도 불편하고 식사 준비도 힘들게 하시면서도 마음대로 살림을 하고 싶으시단다. 지켜보는 자식들은 모든 것이 불안하다. 베란다가 너무 어질러져 있고, 가스불에 냄비를 계속 태우신다. 냄새를 맡지 못하셔서 더욱 그렇다. 누군가 나를 도우려 한다면 감사할 일이지 거부할 일이 아니다.

 

65세 이후에는 자식들 말을 경청하고 따라야 한다. 노인의 자존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세상은 변하고, 노인들은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지켜야 할 것은, 사랑과 정의이지 내 편견이 아니다.

 

밭둑에 쌓아둔 비닐들을 마음이에 싣고 분리수거를 한 다음 굴삭기를 빌리러 갔다. 마음이 내부가 너무 지저분해서 깨끗하게 청소하고 싶다. 먼지도 풀풀 날리고 외관도 지저분하다. 손길이 미치지 못하니 늙은 마음이 더 늙어진다.

 

10시에 굴삭기를 가지고 천천히 논으로 왔다. 마음이가 무척 힘들어 한다. 작년에 굴삭기를 내리다가 서커스를 한 바람에 긴장이 되었다. 사다리를 걸치는데 제대로 되지 않는다. 5번의 실패 끝에 뒷문과 트럭 사이의 작은 공간에 사다리의 튀어나온 부분을 끼워 넣고 나서야 굴삭기를 이동할 수 있었다. 사다리를 걸치고 나서 굴삭기의 팔을 길게 뻗어 중심을 잡으며 천천히 내려왔다. 무사히 내려왔지만 긴장한 나머지 온몸에 맥이 풀린다. 잠시 호흡을 골라야 했다.

 

굴삭기의 작업기를 바꾸는 연습을 해 보았다. 이해가 되고 서툴지만 교체하는데 성공했다. 작은 작업기와 사다리를 마음이에 실어두고 흑미 논으로 들어갔다. 입구 쪽에서 작업을 해 봤는데, 엉망이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흙을 푸는 작업도 옮기는 작업도 원하는 위치에 내려놓는 작업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3년째 해 보는 논둑 두드리기 작업이나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너무 서툴러서 일이 전혀 되지 않는 듯하더니 느리지만 작업이 된다. 오후 1시까지 3시간 동안 겨우 흑미 논의 논둑만 두드리다 끝났다. 늦은 점심을 먹고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긴장과 피로.

 

4시 반에 일어나서 음료수와 먹을 것을 챙겨서 논으로 갔다. 논둑 두드리는 작업을 끝내고 배수로 작업을 했다. 쉽지 않았지만 삽으로 하는 것보다 천 배는 쉽게 했다. 배수로의 깊이가 깊어지는 만큼 논둑이 높아졌다. 흙이 부족한 부분에 뿌렸으면 좋겠는데, 돌과 농약과 제초제가 섞인 흙을 논에 집어넣기가 싫었다. 8시까지 작업을 해서 배수로 작업을 끝냈다. 다 끝내지 못했지만 날이 어두워서 작업이 불가능했다. 그래, 쉬다가 내일 하자.

 

5년 전만 하더라도 새로운 기계들을 배우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기계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두고두고 오래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1년에 한 번 쓰는 기술을 배우려고 애쓰는 것도 싫고, 능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기계를 또 다뤄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된다. 기계를 쓰면 좋다는 것을 알지만 시간 투자가 엄청나게 필요하다. 놀거나 공부하기도 바쁜데. 논둑 조성기를 써보라고 권하는 이웃들이 있는데, 배우지 않기로 했다. 

 

 

수락산 계곡의 물소리. 멋진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