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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좋은 뜻도 나에게 무례한 피해를 주면 받아들일 수 없다_210429 el veintinueve de abril el jueves_двадцать девять апрель Четверг

마지막 여섯 줄은 더욱 심는 속도가 빨라졌다. 도구와 동선을 조정했다. 먼저 엉덩이에 깔고 앉는 앉질개를 가지고 왔다. 두 번째로 작업동선을 줄이기 위해 두 줄씩 작업을 하고, 즉 씨앗 구덩이를 만들거나 씨앗을 심을 때 양쪽 줄을 동시에 심으면,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동작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앉질개와 동선의 조정으로 무릎과 허리에 부담이 1/3로 줄었다. 힘이 안 드니 일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단순 작업은 반복할수록 혁신을 만들어 낸다. 공부하는 아이들에게는 반드시 농사를 짓게 해야 한다. 공부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혁신하는 방법을 찾아내는데 이처럼 좋은 교육이 없다. 자신감과 사랑을 배운다.

 

과수원 댁이 지나다가 혼자서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편찮으시냐고 묻는다. 어머니는 백신 2차 접종을 하셨기 때문에 집에서 쉬시고 계신다고 말씀드렸다. 오며 가며 가끔 들러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시라고 부탁드렸다.

 

태양광 발전소를 짓느라 거대한 트럭들이 지나가면서 먼지를 일으키고, 이랑을 망가뜨린다. 누구도 와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참으로 무례하다. 한 번 또 요란을 떨어야 할 모양이다. 앞으로는 태양광 발전소도 반대해야겠다. 대의를 위해 찬성을 했는데, 피해는 결국 내가 받게 된다. 좋은 뜻도 나에게 무례한 피해를 준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 무례하지 않으면서도 대의를 구현할 일이 얼마든지 있다.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동안의 작업으로 올해 참깨 심기가 끝났다. 참으로 행복하고, 친구의 도움이 고맙다.

 

이제 논으로 작업 방향을 바꿔야 한다.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정행이 이랑에 비닐을 씌우고, 다구가 심은 감자가 100% 싹이 나왔다. 신신이 놀라워한다. 참깨씨도 싹이 잘 나왔으면 좋겠단다. 친구들에게도 씨앗에게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