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벼 논의 빠지는 부분에 대한 처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높은 곳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논가의 흙을 끌어다 낮은 곳을 많이 채웠다. 효과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일이 재미있어서 그런지 계속해서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찰벼 논의 작업은 배수로와 높은 곳의 흙을 옮기는 일이다. 논둑을 두드리는 일은 맨 마지막에 하려고 한다. 비가 세 차례 정도 내렸는데 지나가는 비라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시원해서 작업하기가 좋았다. 아침을 딸기와 사과, 빵으로 해결했는데도 그리 배가 고프지는 않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11시 반에 4시간에 걸친 오전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좀 쉬자.
점심을 먹고 잠시 쉬다가 1시에 논으로 갔다. 메벼 논을 살짝 건드리기만 하고 바로 찰벼 논으로 갔다. 입구에서부터 흙을 모아서 낮은 곳으로 이동해가며 작업을 했다. 잘 말라 있어서인지 작업 속도가 빠르다. 배수로 작업과 흙 옮기기 작업이 예상외로 잘 진척이 되었다. 6시가 되어서 모든 작업이 끝났다. 찰벼 논의 논둑 두드리기는 한쪽 면만 하고 다른 쪽은 하지 않았다. 흙 옮기기 작업이 잘 되고 아직 해도 남아있어서 메벼 논의 가장 어려운 부분을 하기로 했다.
초반 작업은 순조로웠다. 7시까지 한 시간 동안 논고르기가 잘 진행되었다. 마지막 가장 어려운 부분이 남았다. 조심해서 작업을 했다. 이제 2미터만 작업을 하면 된다.
갑자기 굴삭기가 빠진다. 오후에 조금씩 내리는 비에 젖었는지 흙이 완전히 진흙이 되어 있었다. 이런,,,,,
2시간의 굴삭기와 씨름을 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쏟아지는 비속에서 삽질과 굴삭기를 왔다 갔다 하며 진흙 구덩이에서 나오려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허탈하다. 낚시터 사장은 어디로 가고 없다. 반장한테 전화했더니 굴삭기가 먼 논에 있다고 한다. 내일 아침에 트랙터를 가지고 꺼내 보자고 한다.
논이 정을 떼려고 하는 모양이다. 지난 15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던 논이 갑자기 작년부터 빠지기 시작한다. 앞산의 인삼밭 주인에게 임대라도 줘야 할 모양이다. 노력과 고집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굴삭기를 살 수는 없다. 트랙터를 살 수도 없다.
고량주 한 잔을 마시고 이제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