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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두 개의 도구로 참깨 파종의 혁신과 효율을 이룩하다_210428 el veintiocho de abril el miércoles_двадцать восемь апрель среда

친구는 캘리포니아에서 수영장이 딸린 집에 산다. 저택이 아니고 집인 이유는 수영장이 없는 집은 그 동네에 없기 때문이다. 수영장이 없으면 너무 덥다. 수영장에 물을 채워 넣으면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를 깨끗하게 해야 한다. 청소하기 귀찮아서 물을 채워 넣지 않으면 야자나무의 뿌리가 수영장을 파괴하고 집마저 파괴한다. 수영장의 물을 마시러 철새들이 다녀간다. 새들의 몸에는 수초의 씨와 물고기의 알이 묻어있다. 수영장을 청소하지 않으면 물속에서 수초가 자라고, 물고기들이 헤엄치기 시작한다. 깊은 산속 옹달샘에 열목어가 사는 이유다. 아, 그렇구나.

 

친구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친구들과 줌으로 서로를 연결한 상태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 졸리면 다른 사람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공부를 한다. 그렇게 6시까지 공부를 하고 나더니 반팔에 반바지를 걸치고 나가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내가신장'을 한다. 기천문의 핵심 수련 자세다. 내가 나갈 때까지 30분을 그러고 서 있었다. 고양이 밥을 주고, 마을회관으로 갈까 하다가 차를 마시며 아침 간식을 먹고, 일을 한 다음에 씻기로 했다.

 

내 혁신은 훌륭했다. 다리가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씨앗에 흙을 덮기 위해서는 쪼그려 앉아 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소한 씨앗을 뿌리는 일은 서서 할 수 있다. 하우스 파이프를 통해 참깨 씨앗 대여섯 개를 구덩이에 톡 떨어뜨린 다음 쪼그려 앉아 흙을 덮어 마무리한다. 쪼그려 앉아있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기 때문에 무릎이 덜 아파서 좋은 것은 물론이고, 일의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다.

 

친구의 혁신은 달랐다. 내가신장으로 단련된 몸이라 쪼그려 앉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참깨 씨앗을 구덩이에 떨어뜨리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정신력으로 버티다가 밭둑에서 도구 하나를 찾아왔다. 깨어진 플라스틱 조각. 그것으로 참깨 씨앗을 대여섯 개 퍼서 흙구덩이에 톡 뿌리고 흙을 덮었다. 빠른 속도로 참깨를 심을 수 있었다.

 

두 개의 도구, 하우스 파이프와 깨진 플라스틱 조각. 둘이서 두 시간 동안 여덟 줄의 참깨를 뿌리는데 성공했다. 일을 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샤워를 한 다음에 콩나물국에 아침을 먹었다.

 

화장실 총 공사비는 426만 원이 들었다. 처음 계획은 300만 원이었는데, 40%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공사기간도 이틀로 두 배가 되었다. 덕분에 친구와 나는 300미터 떨어진 마을회관으로 가서 샤워를 해야 했다. 추가공사비는 화장실 벽면과 단열을 보강하고, 수전을 좀 더 괜찮은 것으로 교체하느라 늘어났다. 보기에는 깔끔하고 좋은데, 이런 기분 좋은 상태로 얼마의 시간을 버텨주는가가 중요하다. 10년 정도 유지되면 연간 42만 원의 비용이 아깝지 않다.

 

야외 사워실의 수전을 교체해서 물이 새지 않도록 했다. 화장실 공사를 하면서 빼낸 수전으로 교체하고 테이핑 작업을 다시 하는 것으로 물이 새지 않았는데, 지난 2년 동안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작업이었다. 설비 작업은 차분하고 꼼꼼하게 해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야외화장실을 설계했는데, 문제는 둥근 원목으로 기둥을 사용하는 바람에 기둥을 연결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홈을 파서 드릴로 구멍을 내고 나사못을 박는 것이 현재의 대안이다. 나사못은 쉽게 박을 수 있지만 홈 파는 작업이 쉽지 않아 보인다.

 

어머니와 친구의 반대로 퇴비용 화장실 설치 작업은 일단 보류했다. 샤워실을 비롯해 전체 구조물 설치 작업부터 다시 설계를 해야겠다. 2시 50분까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친구가 잠이 깼는지 먼저 나가서 참깨 심는 작업을 한다. 나는 3시에 밭으로 갔다. 어제 오후와 오전에 작업한 결과로 무릎에 통증이 왔다. 그래도 작업은 착실하게 진행했다. 친구의 속도는 더욱 빨라져 있었다. 내가신장 자세로 허리와 무릎이 매우 튼튼하게 되었다는 친구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나도 당장 시작해야겠다. 일단 1분부터 시작하자.

 

에어 프라이기로 껍질을 완전히 벗긴 고구마를 구워 먹으면 새로운 맛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친구의 주장에 수유리로 보낸 에어 프라이기를 다시 가져오기로 했다. 코란을 한국어로 읽는 것과 낭송을 듣는 것은 그 느낌이 다르다. 문장의 뜻만으로 그 깊이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힘을 내서 일했다.

 

이천에 사는 디베이트 졸업생들이 친구와의 저녁 식사를 원한다는 소식이 날아 들었다. 친구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귀하게 대접받는다고 하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서로 다른 지혜와 관점에서 토론하는 문화가 필요한 세상이다. 평화로운 방법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를 하다 보면 합의와 공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여섯 이랑을 남기고 5시 40분에 작업을 멈췄다. 오전에 두 시간 오후에 3시간을 작업했다. 힘든 일이었는데, 친구의 도움으로 잘 끝냈다. 정행이 이랑에 비닐을 씌우고, 다구가 심은 감자가 100% 싹이 나왔다. 친구가 그 장면을 보고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라고 부러워했다. 참깨는 90%만 싹이 터도 놀랍고 아름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리라고 본다. 기념사진을 찍고 세수를 한 다음 친구는 떠나갔다. 참기름 한 병을 보내야겠다. 

 

친구의 호를 지었다. 신신 迅身. 몸이 빠르다. 몸을 건강하게 해야 빨리 움직일 수 있다. 일을 함에 있어서 몸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신을 통해 몸을 쉼없이 조종한다. 몸은 지혜가 나오는 원천이기도 하다. 건강한 몸에 건전한 지혜가 담긴다. 경거망동은 하지 않지만 씩씩거리는 성격이 다소 걱정은 된다. 

 

이건희의 자제들이 받은 유산에 대한 상속세를 내기로 했다고 한다. 잘 한 일이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세금을 많이 낸다고 한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자기 재산을 자신들만을 위해서 썼기 때문이다. 기부와 봉사를 실천했다면 그렇게 많은 세금을 낼 일이 없을 것이다. 자기 욕심만 채웠던 매우 부끄러운 일인데도 이 땅의 언론들은 뭐가 그리 대단한 일로 느껴질까. 욕심을 채운 것이. 당연히 내야 할 세금 낸 것으로 범죄에 대한 형벌을 피하려 한다. 비겁하다. 기부도 아니고 내야 할 세금 낸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냐. 일국의 대통령들을 탄핵으로 끌고 갔다.  

 

30개의 이랑  700 ㎣의 땅에 7시간에 걸쳐 참깨를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