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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소나무 그늘 아래 돌 의자에서 들녘을 바라보다_210414 el catorce de abril el miércoles_четырнадцать апрель среда

6시 반에 잠이 깨었으나 7시까지 뒹굴거리다가 한 시간 공부하고 아침을 먹은 다음 다시 공부를 했다. 한 마디로 하면 일하기가 싫었다. 바람이 너무 차가웠다. 대신에 가족들과 함께 만든 돌 의자에 앉아서 들녘을 바라보았다. 그 장면을 잠깐 촬영해서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보냈더니 다들 좋단다. 감성 충만한 모습이었나 보다.

 

10시 40분에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려고 나서는데 지갑이 없다. 서울에 연락하고 동서에게 연락하고 차를 뒤지고 했는데도 지갑은 나오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모든 카드를 분실 정지해 놓았다.

 

1시 반에 농협 농기계 수리센터로 가서 예초기 상태를 점검하고 버리기로 했다. 십 년을 썼으면 일년에 3만 원 꼴이다. 새 예초기는 39만 원이다. 7년을 목표로 쓰면 일 년에 5만 5천 원 꼴이다. 앞으로 기계 때문에 힘들지 않기로 했다. 너무 힘들었다 estoy muy cansado. 

 

기계를 조립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전기차나 수소차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깨끗한 차는 맞다. 그러나 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빵점이다. 수리비가 너무 많이 드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자동차 회사들이나 돈을 벌지 항상 사고의 위험을 안고 사는 개인들에게는 결코 꿈의 차가 아니다. 그렇게 비싸게 차를 만들어 놓았으면 아예 사고가 나지 않아야 하는데, 사고의 위험을 조금 줄이기만 했다. 배터리며 전자 장치며 온갖 것들을 수리 불가능하거나 통째로 교체하게 만들어 놓고 좋은 차라고 비싸게 가격 책정해서 정부로부터 세금 빼앗아 먹고, 소비자에게 관리 부담을 지우는 것은 기계 기술자의 입장에서 결코 찬성할 수 없는 일이다.

 

매우 타당한 지적이다. 전기차나 수소차 뿐만아니라 최근 나오는 차들이 대부분 그렇다. 옛날 차들이 약간 불편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차들이다. 유지 관리비가 절반도 들지 않는다. 요즘 차들은 일반 시민들의 자동차 보험료만 잔뜩 올려놓고 있다. 배출가스 문제와 충전의 편이성 뿐만아니라 관리가 쉬워야 좋은 기계다.

 

그랜다이저와 마음이를 마지막 차로 사용해야 할 모양이다. 가스차가 내연기관 차량 중 가장 저렴하고 깨끗한 엔진이란다. 다만 연비가 나쁘다. 그랜다이저는 막히지 않는 고속도로에서 9km, 마음이는 7km에 불과하다.

 

배가 고파서 보리밥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almuerzo con mama. 오랜 만에 외식이다. 보리밥집 사장님은 우리 윗 논을 30년 동안 소작으로 농사지으신 분이다. 새벽 서너 시면 일하러 나오시고 느지막하게 다시 와서 일하시고 돌아가신다. 한낮에는 식당에서 일을 하신다. 우리 논을 팔려고 내놓았는데 팔리지 않아서 소작이라도 주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보통 200평에 쌀 80kg을 지불한다고 한다. 우리 논은 모양이 좋지 않아서 1,400평에 쌀 400kg 정도 받는 것이 적당하다고 한다.

 

그러시면서 유기농을 하지 말고 남들처럼 쉽게 농사지으라 하신다. 유기농 하겠다고 내 몸에 고통을 주는 어려운 농사를 짓는 것이 문제다. 화학농법으로 농사지으면 어려울 것도 없고, 내 땅을 남에게 넘겨줄 일도 없다. 언제나 고민스러웠고, 언제나 그래서는 안된다고 고개를 저었던 문제다. 나이가 들어가니 더욱더 고민이다. 놀 날도 많지 않은데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다니. 올해는 농사를 짓더라도 내년에는 임대를 주든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매를 하든 해야 할 모양이다. 그러나 LH 사태로 농지 거래는 당분간 쉽지 않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유소에서 예초기에 휘발유를 넣었더니 천 원으로 가득 찬다. 면세유를 쓰면 500원이면 한 통 가득이다. 4시가 넘어서 신형 예초기를 매고 정원으로 갔다. 시동이 잘 걸린다. 작업이 순조로워서 기분이 너무 좋다. 연료는 항상 정해진 기름통에 가장 최근의 기름을 넣어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이물질이 끼지 않아 기계를 오래 사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 끈으로 마당의 풀 작업을 하려니 진도가 너무 느리다. 부상 위험이 완전히 줄어든 대신에 작업 효율은 절반도 안된다. 두 개의 마당을 작업하는데 꼬박 3시간이 걸렸고, 무려 6미터의 끈이 소요되었다. 뭔가 문제가 있다. 끈의 강도를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

 

해가 지고 추워서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을 때 간신히 작업을 끝냈다. 지갑은 장농 안에 얌전히 있었다. 바쁘게 움직인 내 눈에 보이지 않은 것뿐이다. 정지된 카드를 풀어 정상 생활을 되찾았다.

 

 

제수씨가 의견을 내고, 내가 제품 선택을 하고, 천재가 구매를 하고, 아들들이 돌을 채워서, 어머니가 지정한 위치에 설치한 돌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