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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원이야기

영국도 국민에게 작은 토지를 평생 임대하고 있다. 왜냐하면 국토도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다_세 번째 가원의 날_210409~10

국가에서 국민들에게 평생 토지를 임대하는 나라가 러시아 말고는 없는 줄 알았더니 영국도 이미 평생 유상임대를 시행하고 있다. 임대 넓이가 얼마인지 자료가 나와 있지 않아 알 수 없지만 100㎡ 이상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권력은 모두 국민으로부터 나오는데, 국토가 국민의 소유가 아닐 수 없다. 당연한 일인데도 너무 반가워서 이곳에 옮겨 본다. 영국이 이렇다면 다른 선진국들도 비슷한 제도를 시행할 것이고, 우리나라도 가원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선진국의 성공한 좋은 정책을 따라 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땅을 경작하지 않는 시민들은 가난할 수밖에 없으므로 모든 국민에게 경작할 땅을 마련해 주어야 진정한 국민의 정부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제프와 힐러리가 이용하는 영국의 시민 농장은 한번 분양받으면 평생 경작이 가능하다. 다른 작물에 피해가 가지 않는 한에서 사과나무 한두 그루 정도라든가 라즈베리나 블랙베리 같은 관목을 심은 곳도 볼 수 있었다. 두 분이 여기에서 농사를 지은 지가 벌써 30년이라니. 일 년마다 경작자를 새로 추첨하기 때문에 이삼 년을 사는 허브도 계속 심어둘 수 없는 서울의 노들 텃밭이 떠올랐다. 사용료가 일 년에 100파운드(약 15만 원)라니 적은 돈은 아니지만 영국 물가를 생각하면 비싼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 / 종합재미상사 지음 / 들녘 2018년 4월 / 144~5쪽)

 

금요일 열 시에 모여서 닭강정에 맥주 한 잔씩을 하고 잠이 들었다. 7시에 잠을 깨서 책을 보다가 8시에 커피에 빵으로 아침을 먹고 컨테이너 옆 이랑 정리를 했다. 배수로를 더 넓히고 이랑을 하나 줄였다. 그리미와 제수씨가 바질과 도라지와 접시꽃을 심었다. 

 

제수씨의 제안으로 추진하는 돌벤치는 소나무 그늘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천재가 쇠그물 망을 조립하고 돌을 가져다가 내부를 채웠다. 기대한 것 이상으로 운치 있는 돌 벤치가 탄생했다. 작은 밭이라 여름 동안 홀대받아왔는데, 소나무 그늘도 있고, 도라지꽃도 피고, 벤치도 있으면 앞으로 인기 있는 장소가 되리라.

 

동생에게는 컨테이너 옆 밭의 배수로를 정리하라고 하고, 아들들은 돌 벤치를 완성하기 위해 돌을 주워 날랐다. 그 사이에 나는 맨홀을 묻을 곳에서 돌과 흙을 퍼내었다. 꽤 깊이 묻혀 있어서 거의 80cm를 파내야 했다. 돌도 많이 나와서 돌 벤치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다. 12시 10분까지 거의 90분 동안 작업을 해서 맨홀을 묻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 30분은 천재가 와서 삽질을 대신해 주는 바람에 허리를 펴고 작업할 수 있었다.

 

낮은 이랑이 있어서 길가로 튀어나온 이랑을 정리해서 흙을 옮겨놓는 작업은 우주신과 천재가 맡았다. 12시 반까지 작업을 끝내고 야외에서 샤워를 하는데 바람이 차다. 뜨거운 물도 나오지 않아서 거의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해야 했다.

 

어머니께서 장에 가셔서 족발과 소라를 사 가지고 오셨다. 한 마리에 만 원도 안 하는 장어를 네 마리를 사다가 구웠다. 족발에 장어구이와 미나리, 곰취, 상추쌈으로 푸짐한 점심을 먹고 nosotros almorzamos 3시까지 휴식을 취하였다 nosotros descansamos.

 

천재는 자고 있고, 우주신까지 나와서 셋이서 외벽 투명 오일 스테인 작업을 했다. 천재가 나와서 높은 외벽을 칠하고 들어갔다. 우주신이 제일 위험한 작업들을 모두 했다. 한 통으로 다 칠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무사히 뒷면 일부를 제외하고 전체 외벽과 데크까지 칠했다. 칠한 듯 안 칠한 듯 삼나무의 바랜 색이 드러나서 낡은 집이 그대로 드러난다.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있어서 보기에 좋다. 15년 된 집이 백 년은 흐른 듯하다. 

 

그 사이에 어머니를 필두로 며느리들은 강낭콩과 대파를 심고 하우스 앞의 풀을 뽑아냈다. 누나는 창고에 당근해 온 철제 캐비닛 안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물품들을 모두 정리해 두었고, 더불어 창고 정리도 깨끗하게 했다. 집 안팎이 모두 정리정돈이 되었다.

 

이번 가원의 날에는, 소나무 아래의 돌 벤치가 가장 멋진 작품이었다. 밭에다 심은 배수로용 맨홀도 지난 해부터 숙원 사업이었는데, 오늘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도라지 꽃이 여름을 빛내 줄 것을 생각하니 벌써 기분이 좋다.

 

소나무 그늘 아래 돌담장이 운치와 실용을 겸비했다.

 

꿀처럼 향기로운 조팝나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