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원이야기

가족의 힘으로 정수기를 설치하다_210303 el tres de marzo el miércoles_три среда

지난 1월부터 정수기의 임대 연한이 끝났다고 교체해 달라는 요구가 들어왔다. 머릿속에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무일농원의 정수기 설치를 검토했었다. 마을 공동으로 관정을 파서 물탱크에서 소독을 하여 우리 마을 20여 가구에만 물이 공급된다. 다 좋은데 물을 끓이는 주전자에 석회가 쌓이는 것으로 보였다. 제수씨가 두 번에 걸쳐 세척을 해 놓아도 번번이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임대 정수기를 쓰자니 조리공간이 너무 좁아져서 불가능했다. 이동식 정수기도 두 번 사용해 봤지만 불편했다. 생수도 사다 먹어 봤지만 불편했다.

 

부천의 정수기를 요즘 유행하는 직수형 정수기로 바꾸겠다는 그리미와 천재의 야심찬 계획에 일단 찬성하면서 가원의 정수기도 같은 것으로 교체할 것인지 아니면 보다 작은 정수기로 교체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자가관리하는 방법도 알아 보자고 했다. 나는 말과 머리로만 했는데, 어느 날 천재가 검색을 끝냈다.

 

미국에서 오랜 기간 사용되어 온 가정용 정수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 정수기를 사면 매년 필터만 교체하면 된다. 해외 직구로 사면 가격도 저렴하다. 여기까지만 알아보고 다른 일들로 잠시 잊었는데, 정수기 회사에서 마지막 전화가 왔다. 어떻게 하시겠느냐고. 그리미가 자가관리로 전환하겠다고 확답을 했다. 자가관리를 해 보다가 안되면 임대 정수기로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첫 가원의 날 행사도 있고 해서 시간이 다급해졌다. 천재가 다시 검색을 했다. 미국 회사가 국내에 진출해 있었다. 해외 직구보다는 2만원 정도 비싼데 배송이 빠르다. 가원의 날 이틀 전 정수기를 주문해서 가원으로 발송했다. 이 때 파우셋이라는 정수기 수전은 국내 제품 중 괜찮은 것으로 별도로 주문했는데, 실수로 부천으로 주문하고 말았다.

 

무일농원에서 기다리던 정수기 필터를 받았다. 정말 간단했다. 조리대 하부에 나사못 두 개 박아서 걸어만 놓으면 된다. 이 간단한 작업을 하는데도 한 시간이 걸렸고, 드라이버와 멍키 스패너와 드릴이 필요했다. 천재의 지휘 아래 교대로 조리대 밑에서 설치 작업을 끝냈다. 제일 어려웠던 작업은 조리대 철판에 12mm의 구멍을 뚫는 작업이었다. 가지고 있는 드릴의 최대 직경은 10.5mm다. 일단 구멍을 뚫어서 정수 성능을 점검해 봤다. 10분 정도 물을 흘려 보내고 나서 마셔 보았더니 아주 좋았다.

 

이렇게 작업을 끝내놓고 수전인 파우셋을 사러 금왕 시내 2군데의 건재상과 부엌 인테리어집에 가 봤지만 수전은 판매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부천으로 배달된 수전을 어제 가져다가 연결했다. 예상대로 조리대의 구멍이 작아서 수전이 들어가지 않는다. 안될지도 모르지만 다시 드릴을 꺼내와 뚫려 있는 구멍을 살짝 넓히는 작업을 해 보았다. 철판 두께가 얇다보니 되는 것처럼 보였다. 수전을 끼웠다. 잘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정수 필터에서 나오는 물 공급선을 수전에 끼우니 물이 콸콸 잘 나온다. 멋지다. 가족의 힘으로 해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이 물로 밥, 조리, 물 끓이기 등을 하면서 상황을 봐야겠다. 정수가 잘 되는지와 물이 새지 않는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점검이 끝나면 부천에도 동일한 정수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비용 : 137,100원 / 정수기 필터+헤드+어댑터+청소솔 = 118,000 / 정수기 파우셋 = 19,100

 

 컬리건 정수 필터

 

국산 정수기 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