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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논을 팔려면 삼천만 원을 투자해라_210315~16 el quince di marzo el lunes_пятнадцать марш понедельник

군산삼촌이 심어놓은 수선화가 꽃이 피기 시작하고, 히야신스도 고개를 내민다. 봄이다.

 

월, 화 이틀 동안 쥐똥나무 가지치기와 밭둑 정리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톱질과 가위질은 시작하기도 전에 몸살이 날까 두렵다. 황매화도 정리한다. 잡목들이 자라면 밭둑이 무너지지 않는 좋은 점이 있는데, 잡목 속에 숨어서 올라오는 환삼덩굴이 쥐똥나무를 무성하게 하고, 그 속에 말벌들이 자라서 위협한다.

 

벌써 나흘째 쥐똥나무와 잡목들을 제거하느라 씨름하고 있다. 오른팔과 어깨는 들어올리기도 힘들 정도다. 그런 와중에 전봇대를 교체하는 작업이 마당에서 이루어졌다. 12,000볼트의 고압선을 지나가게 하기 위해 새로 전봇대를 세워야 한단다. 예기치 않는 위험 요소다. 태양광 발전을 찬성하면서 고압선 문제는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우리집 옆으로 지나간다. 이것은 다른 문제다. 전봇대를 설치하면서 마당도 깨뜨렸다. 일부만 발견하고 이의를 제기했더니 순순히 보강작업을 하겠다고 한다. 쥐똥나무를 제거하면서 보니까 더 심각하게 깨져 있었다. 또다시 이야기를 해야 한다. 평화롭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우리 논을 메꿔서 밭으로 전환해 팔려고 했더니 윗논이 먼저 작업을 했다. 높이가 어마어마하다. 550평인데 천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 논은 3천만 원은 들겠다. 윗논의 친구는 빚을 내어서라도 작업을 하라고 하는데, 겁이 난다. 지금은 15만원도 안되는 땅이지만 돈을 들여 잘 만들어놓으면 30만원도 받을 수 있는 땅이란다. 고마운 말인데, 겨우 흙 작업을 하느라고 3,000만원을 쓴다고. 이 논이 팔려야 집앞의 밭을 살 수 있는데. 모든 계획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겠지만 정말로 깨질 것같다.

 

정말 오랫동안 수선화를 심고 싶었다.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 그러지 못했다. 어머니가 진도로 성묘를 다녀오시면서 진도 고모댁에서 스무 뿌리 가까이 얻어오신 것을 군산 삼촌이 잘 심어 주셨다. 기대하지 않은 꽃이 피었다. 예초기를 조심해서 해마다 봄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