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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기축 통화의 다극 체제는 불가능한가_어게인 쇼크 03_210117 el dieciseis de enero el domingo

3. 글로벌 불균형이 왜 문제인가?

 

세계 경제의 중심이자 기축 통화국인 미국과 세계 경제의 70%를 차지하던 G7의 비중이 절반 이하로 축소되면서 세계 경제는 다극화 체제로 전환되었다. 세계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달러 수요가 증가하고 과잉 공급됨에 따라 달러 가치는 떨어지는데 고정환율제로 운영되던 시기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하락하기 시작한다. 특히 90년대 이후 금융의 시대가 도래하자 월가에 유리한 강한 달러 정책이 지속되자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는 더욱 심화된다. 위안화든 유로화든 기축 통화의 다극 체제는 불가능한 것일까.

 

"경제력의 다원화와 미국 중심의 금융 질서 간의 비대칭성은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전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변동환율제에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에 따른 외환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외환(달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갖게 되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경상수지 흑자를 통한 것이고, 이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의 심화를 의미한다." (98쪽)

 

국제 금융 문제가 어려운 문제는 아니지만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머리 속에서 계산이 빨리 되지 않는다. 기회 있을 때마다 차분하게 계산을 해 나가는 방법 말고는 없다. 글로벌 불균형이라는 말도 그렇다. 세계 무역에서 미국은 언제나 적자를 보고 다른 선진국들은 흑자를 보는 구조, 1944년에 마련돼 전후 경제 질서인 브레튼 우즈 체제에 의한 필연의 과정이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는 기축통화인 달러 때문이다. 글로벌 불균형이 잠깐 나타나고 마는 현상이라면 다행인데, 고착되다 보니 미국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넣게 되고, 미국 경제의 힘을 바탕으로 한 기축통화 달러로 세계 경제가 돌아가고 있는데, 달러가 위험해지니 세계 경제의 안전도 위험에 처해진다.

 

글로벌 불균형 즉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상황이 고정되는 과정을 최배근의 설명을 따라가며 이해해 보자. 2011년의 이야기지만 현재도 유효하다.

 

1) 1단계로 경상수지 흑자국의 상황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한국, 중국, 일본, 독일의 상황이다. 경상수지 흑자국인 이들 나라들은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가 유입되면 => 은행을 통해 달러를 현지화(원화)로 바꿔야 한다 => 경상수지 흑자국의 중앙은행은 유동성이 증가하면 물가 상승이 우려되어 통화안정증권(중앙은행)이나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정부)을 발행해서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 sterilinzation policy을 쓴다 => 중앙은행은 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이 증가하게 되므로 이를 흡수하기 위하여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를 이용하여 미국 국채를 매입한다.

    

2) 경상수지 흑자국들의 미국 채권에 대한 수요 증가 => 미국의 채권 가격이 상승 => 미국의 이자율 하락 => 미국 내의 신용은 팽창하게 된다.

 

3) 2000~2007년 동안 미국은 주택시장이 과열되자 기준 금리를 인상하여 안정시키려고 노력했지만 =>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 자금의 확대로 장기 금리가 계속 떨어진다 = > 기준 금리와 장기 금리의 역전 현상까지 나타난다 => 기준 금리를 이용한 미국의 통화정책은, 미국 자본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영향으로 자율 통제 능력이 떨어진다.

 

     * 외국인의 미국 투자 자금 형태 변화(2000~2007)

        주식 투자 : 68%  -> 39%로 감소 / 채권 투자 : 32% -> 62%로 증가  

     ** 주택구입을 위한 장기자금의 금리는, 기준 금리 + 추가 금리인데, 장기자금의 금리가 기준 금리보다 낮아진다.   

 

4) 경상수지 흑자국들의 대미 흑자 증가 => 미국 채권 수요 증가 => 흑자국들의 채권 수익율 하락 => 미국 시장 이자율 하락 => 미국 내 소비 증가, 저축 감소, 주택 시장 과열 => 미국 경상수지 적자 확대 => 달러 재유입 확대 => 미국과 중국, 선진국 사이의 불균형 고착

 

결국 기축통화국 미국은, 혁신이 중지되고 제조업 경쟁력은 떨어지며, 저축보다는 소비에 집중하고, 정부의 재정은 적자를 면치 못한다. 그런 중에도 페이스북, 넷플릭스, 아마존, 테슬라, 구글 같은 기업들이 꾸준히 등장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렇지만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전기 전자 등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의 생산 능력은 쇠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와 재계의 대책은,

 

"다자간 합의를 통한 추진보다는 양자 협상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저축률 제고나 재정 적자 축소 등 자신의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역 상대국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한 전략의 중심에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놓여 있다. (중략) 크루그만은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거부할 경우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 임시 관세 25%를 부과하라고 주장한다. (중략) 위안화 절상은 석유나 철광석 등 원자재 수입 비용을 하락시켜 중국 수출 제품의 가격 상승을 상쇄한다. 설사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 수입이 감소하더라도 여타 아시아 국가들의 제품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중략) 중국의 위안화 절상과 더불어 여타 아시아 국가의 통화 가치가 동반 절상하더라도 이들 국가들이 수출하던 노동 집약적 제품이 미국 내에서 생산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110~6쪽)

 

이 책이 쓰여지고 10년이 지나는 과정에서 미국이 갑자기 부상한 일이 있다. 셰일 가스가 생산되어 미국의 제조업이 살아나고 에너지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도 유가가 100달러 이하로 하락하면서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크루그먼의 주장대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기본 관세 + 5%에서 25%까지 추가했지만 미중 갈등만 격렬해졌다. 트럼프 시기에 미국 경제가 호성적을 유지하다가 코로나 대응에 완전히 실패하면서 경제는 추락하기 시작했고,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와 미국의 갈등도 계속되었다. 미국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없는 상황에서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이 흑자국인 중국에 요구하고 있는 핵심이 변동환율제 또는 환율 인상이다. 위안화 환율이 인상되면 중국 제품의 가격이 올라서 판매가 위축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반면에 원자재 가격의 하락, 수입물가 하락으로 중국 내 물가 안정,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향상이라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도 중국이 환율 인하에 완강히 반대하는 이유는 1) 내정간섭에 대한 거부 2) 중국 중심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 중국 기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가 평가 절하되어 있으면 중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 즉 세계 시장 지배력은 좀 더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최용식의 주장에 의하면, 환율이 조금씩 절상되는 것이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중국이 세계를 목표로 한다면 높은 환율 고수 정책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높은 환율만이 수출 경쟁력을 키우지 않는다. 기업의 경쟁력은 가격이 아니라 혁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해맞이공원에서 바라 본 바다. 동해안의 바다도 제주도 바다처럼 푸르고 시원하다. 바람이 부드러워서 걷기에도 좋다. 해변으로 널린 바위들도 아름답다. 따뜻한 남국의 느낌이나 귤의 색감이 주는 선명한 즐거움이 없는 것은 아쉽다. 야자수 없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