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으로 오는 길에,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기여하는 것 없이 무한 상승하는 지대 때문이라는 백 년 전의 책 '진보와 빈곤'을 세 시간가량 들으며 왔다. 돌이켜보면 월급을 모아 저축한 돈은 논밭과 집을 구입하는 데 들어갔고,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재산이 늘기는 했지만, 쓰고 있는 돈은 예나 지금이나 월 300만 원 남짓이다. 농사가 유일한 수입원인 상황에서 누군가가 내 부동산을 높은 가격으로 사주지 않으면, 연금 백만 원이 나올 때까지 고부가 농사로 전환하거나 농사를 포기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논밭과 연금으로 남은 생을 계획하고 있었기에 지대의 무한한 가치 상승이 노동과 자본 모두를 궁핍하게 한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좀 쓰리다. 시작은 자연과의 교류였지만, 농업활동으로는 생계를 이어갈 수 없게 되었고, 지가 상승에 의존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농업생산성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지난 9년 동안의 노동에 대한 대가는 연간 매출 500만 원 정도를 넘지 못했다. 세 사람이 일한 성적표다. 지가의 상승으로 절반 정도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는 농사만을 고집한 결과이고, 우리 땅은 그런 역할을 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다가 3시가 다 되어 하우스로 갔다. 윗집에서 옆 밭에 내려놓은 흙을 하우스로 옮겨 펴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벽돌 7장을 빼서 작업 준비를 해놓고 삽질을 한다. 두 시간을 하고 났더니 팔과 옆구리 살에 큰 자극이 온다. 오랜만에 일을 하고 났더니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