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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당신은 진화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_눈 먼 시계공 01_201220 el veinte de diciembre el domingo_ двадцать Воскресенье

최재천 교수의 다윈 지능 이후로 다시 읽는다. 그 책도 재미있고 쉽게 읽기는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피엔스'도 '총 균 쇠'도 결국은 진화의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매우 쉽게 이해를 했다. 그런데, 도킨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다윈의 이론은 너무 쉽고 단순해서 반대하기가 쉽고, 반대하려고 하는 속성이 사람들에게 있다고 한다. 나도 그런가. 실감은 나지 않지만 진화가 쉽게 이해가 된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과학 이론은 단순하고 아름다워서 쉽게 이해 간다고 했으니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이다. '단순한 생명체에서 유전 가능한 변이가 일어나고 이 변이들을 통해 수십 억 년의 세월을 통해 새로운 생물의 발생이나 진화가 일어난다.' 이게 내가 이해하는 진화다.

 

"유전적인 변이를 수반한 계획적인 번식은, 축적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광범위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12쪽, 머리말에서의 다윈주의의 요약)

 

도킨스는 인류가 놀라운 설계자로서 과학 기술이 거둔 위대한 예술 창작품들로 가득한 세상을 살다 보니 다윈주의에 저항하게 되었다고 한다. 복잡하고 고상한 것은 미리 설계해서 만들어진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윈과 월리스가 그 이전의 모든 직관에 반대해서, 원시적인 단순함으로부터 '복잡한 설계'가 만들어지는 데에 독자들도 알고 있는, 훨씬 더 만족스러운 다른 한 가지 방법이 있음을 알아낸 것은 크나큰 상상력의 비약이었다. 그 상상력의 비약은 너무 큰 것이어서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이기를 주저하는 듯하다. 이 책의 주된 목적은 독자들이 상상력을 비약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13~4쪽)

 

'종의 기원'의 초판이 여섯 번째 개정판보다 더 훌륭했다는 역설이 있다. 1831년부터 5년 동안 비글호를 타고 여행한 다윈은 그 후 20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1859년 '종의 기원'을 발표했다. 당시에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이 비약은 끊임없이 공격을 받았고, 그에 대응하느라 '종의 기원'은 다소 불필요한 변설을 해야 했었던 모양이다.

 

1장 결코 있을 법하지 않은 일

 

제목이 매우 재미있다. 결코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란 무엇일까. 모든 인류가 기본욕구를 동시에 충족하면서도 다툼이 없는 상태. 이런 것일까.

 

"생물학은 어떤 목적을 위해 고안(설계)된 것처럼 보이는 복잡한 대상에 대한 학문이다. 물리학은 설계란 말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을 만큼 단순한 대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21쪽)

 

그런데, 재미있는 대목이 나온다. 인간의 존재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생물학 즉 다윈주의를 연구하면 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살아 있는 물체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몇 가지 일반적인 법칙들과, 그것들이 결국 왜 존재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24쪽)

 

다윈주의를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하더라도 최초의 인간을 신이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는가.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을 하느님이 만드셨나. 사피엔스가 지구 상에서 멸종시켜버린 그 수많은 생물들은 모두 하나님의 작품이었던 것일까. 잘 믿기지는 않는다. 진화에 의해서 수십 억 년에 걸쳐져서 만들어진 것일까. 글쎄, 잘 모르겠다. 확신이 서지 않으니 다윈주의를 받아들인 것도 아니다.

 

"자연선택은 마음도, 마음의 눈도 갖고 있지 않으며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하지 않는다. 전망을 갖고 있지 않으며 통찰력도 없고 전혀 앞을 보지 못한다. 만약 자연선택이 자연의 시계공 노릇을 한다면, 그것은 '눈먼' 시계공이다." (28쪽)

 

도킨스의 첫번째 설명은 복잡성이다. 생물은 복잡하다. 무슨 의미일까. 많은 부분으로 나뉜 것이 결합된 구조이어서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와 비행기도 복잡해서 도킨스는 이 책에서는 생물이라고 보겠다고 했다. 달이나 산이나 돌멩이나 소립자는 복잡하지 않다. 복잡하다는 말이 이렇게 정의하기 어려운 말인지 몰랐다.

 

"복잡한 물건은 사전에 규정된 어떤 성질, 즉 단순한 우연만으로는 매우 얻기 힘든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략) 죽음을 모면하는 능력이나 생식을 통해 유전자를 보존하는 능력 따위를 말하는 것이다."(35쪽)

 

"복잡한 물건이란 그것이 너무나 '있을 법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그 존재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 물건을 말한다. 그것은 일회적인 우연으로는 생겨날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의 생성 과정을, 우연히 생겨날 정도로 충분히 단순한 최초의 물체가 점차적으로, 누적적으로, 단계적으로 더 복잡한 물건으로 변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41쪽)

 

2장 훌륭한 설계

 

박쥐가 어둠 속에서 좋지 않은 눈으로 움직이는 기술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이어진다. 매우 어렵다. 집중도 잘 안 된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하나의 생명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혀를 차서 만든 소리가 목표물에 도달했다가 돌아오는 소리로 그 위치를 알아낸다. 반향 위치 결정법 echolocation.

 

주파수(단위 시간인 1초당 되풀이 되는 진동수)가 낮으면 왜 가까운 거리의 두 물체를 구분할 수 없을까. 진동의 폭이 1미터를 갖는 주파수를 갖는 음파를 사용할 경우 10미터 거리에 있는 물체나 10.3미터 거리에 있는 물체나 10.5미터, 10.7미터 거리에 있는 물체 모두 열 번의 진동만에 되돌아 와서 차이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동의 폭이 0.1미터라면 10.3은 103회, 10.5와 10.7은 105회와 107회 만에 되돌아오니 구분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사용하는 것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소리는 초당 340미터의 속도로 움직인다. 1.7미터 거리에 있는 목표물에 소리를 내보낼 경우 박쥐가 다시 소리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100초다. 결국 초당 100회 이내로 소리를 내보내야, 내 보내는 소리와 돌아오는 소리가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초당 200회까지 속도를 올려 소리를 내보내면, 목표물과의 거리가 0.85미터 이내일 때 가장 좋은 반향 소리 정보를 받을 수 있다.

 

"박쥐들 모두가 반향 위치 결정법을 echolocation 사용하지는 않는다. (중략 / 눈이 좋은) 루셋큰박쥐의 혀 차는 소리는 대부분 사람에게도 또렷이 들린다. (중략) 주파수가 낮은 소리는 긴 파장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 가까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두 물체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략) 대부분의 박쥐들은 주파수가 너무 높아서 사람에겐 들리지 않는 초음파를 사용한다. (중략) 그들은 반향(메아리)의 세계에 살고 있으며 그들의 뇌는 화상을 보는 것과 동등한 효과로 반향을 이용할 것이다. (중략) 일상적인 비행을 할 때 초당 대략 10회의 비율로 파동을 내는 것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중략)움직이는 목표물에 최종적으로 접근할 때면 초당 200회까지 올라간다. (중략) 이런 높은 속도는 단지 가까운 목표물에만 적합하다는 것이다. 만약 파동이 앞서 나간 것에 너무 가깝게 따라붙으면 멀리 있는 목표물에 맞고 되돌아오는 앞선 파동의 메아리와 뒤섞여 버린다." (55~8쪽)

 

박쥐의 혀차는 소리는 박쥐를 중심으로 3차원 구체 형태로 퍼져 나간다. 공기 속을 헤쳐 나가야 하는 소리는 점점 약해진다. 게다가 이 소리를 박쥐가 받으려면 목표물에 맞고 다시 3차원 공기 속을 구체 형태로 헤쳐 와서 귀속으로 들어와야 한다. 이때의 소리를 대략 계산하면, 1) 목표물에 맞는 순간 : 박쥐의 혀차는 소리(a)는 거리(l)의 제곱에 비례해서 감소 2) 목표물에서 반향된 소리가 박쥐의 귀에 들어오는 순간 : 처음 소리 a에서 거리(l)의 제곱의 제곱 배 즉, 네 제곱 배만큼이나 감소하게 된다. 즉 매우 작아지게 된다.

 

이렇게 작아진 소리를 들으려면 박쥐의 귀는 엄청나게 예민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처음 내는 소리가 너무 커서 고막이 파열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것을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리를 낼 때는 귀가 소리를 듣지 못하고, 소리가 돌아올 때 쯤에는 귀가 소리를 듣게 조절한다.

 

"마치 떨고 있는 진동판에 손가락을 대서 소리를 죽이는 것과 같다. 박쥐는 이 근육을 사용하여 귀가 잠깐씩 안 들리게 할 수 있다. (중략) 이 송신 수신 전환 체계는 1초를 몇 번에 걸쳐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타이밍을 유지할 때에만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중략) 정확히 타이밍을 맞추어 근육을 초당 50회씩 수축시키고 이완시킬 수 있다." (61쪽)

 

반향 정보를 많이 얻으려면 초당 보내는 소리가 많아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내보내는 소리의 길이가 매우 짧아야 한다. 스타카토. 짹짹. 그리고 소리를 내보낼 때마다 주파수를 한 옥타브 정도 차이를 두면 좋다.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먼저 보내고 나중에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보냈는데, 두 개의 소리가 같이 돌아왔다면 높은 주파수가 겨냥한 물체가 더 멀리 있다. 목표물들의 거리를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박쥐는 주파수 변조라는 frequency modulated, FM 방법을 쓴다. 

 

"만약 박쥐가 늑대 울음같이 음조가 내려가는 파동을 내면, (중략) 멀리 떨어진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메아리는 가까운 물체에 부딪혀 동시에 되돌아오는 메아리보다 '더 오래된' 메아리일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더 높은 음조를 갖고 있을 것이다." (63쪽)

 

도플러 효과는 이해하기 쉽다. 소리의 발생 원인 쪽으로 다가가면 진폭이 줄어들면서 주파수가 높아진다. 반대로 소리의 발생 원인에서 멀어지면 진폭이 늘어나면서 주파수는 낮아진다.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서 과속 차량을 단속하는 장치를 만드는 원리를 이해해 보자.

 

속도계는 주파수 a로 다가오는 차량에 소리(또는 레이저)를 보낸다. 속도가 100인 차량일때 주파수 a는 더 높은 주파수 a+b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속도가 120인 차량일때 주파수 a는 100인 차량에 부딪힐 때 보다 더 높은 주파수 a+c의 주파수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b, c값을 실제 측정해서 기계 장치에 입력해주면, 이후로는 a 주파수의 소리를 보내서 되돌아오는 소리의 주파수를 측정해서 b값이 나오면 100, c값이 나오면 120이라고 출력하면 된다.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 '고정 과속 단속장치'와는 달리 박쥐는 이중의 도플러 효과를 계산해 내야 한다. 어떤 속도로 날아가는 박쥐가 주파수 a의 소리를 나무에 보내면 나무에 도달하는 소리의 주파수는 b로 높아진다. 그리고 이 b의 주파수를 가진 소리가 나무에서 출발하여 날아오는 박쥐에게 전달이 되면 주파수 b보다 더 높은 c의 소리가 된다. 이 세 개의 주파수 중 박쥐는 a와 c를 통해 자신과 나무의 상대 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나무의 속도는 0이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속도만을 알게 되겠지만. 어쨌든 이중 도플러 효과를 고려해서 상대 속도를 측정한 것은 분명하다.

 

어떤 속도로 날아가는 박쥐가 어떤 속도로 날아가는 벌레를 향해 주파수 a의 소리를 낸다고 하면, 벌레에 도달한 소리의 주파수는 박쥐와 벌레의 두 가지 속도에서 나오는 도플러 효과가 반영된 주파수 b를 가질 것이다. 이 소리가 다시 박쥐에게 전달되려면 다시 한 번 박쥐와 벌레의 두 가지 속도에서 나오는 도플러 효과가 반영된 주파수 c를 가질 것이다. 박쥐는 이렇게 복잡한 도플러 효과를 고려한 a와 c를 비교해 벌레와 자신의 상대 속도를 측정한다. 이 복잡한 계산은 순식간에 이루어지고 곧이어 2차, 3차의 소리가 날아가고 계산이 이루어지고 결국에는 벌레 사냥의 성패가 결정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너무 계산이 복잡해져서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박쥐는 벌레에 부딪혀 돌아오는 소리의 주파수가 일정하도록 자신의 소리의 주파수를 변경해서 내보낸다. 즉, 한 번 정해진 c값이 1회 때나 5회 때나 변화가 없도록 자신의 속도를 고려해 a의 주파수를 바꾼다는 것이다. 박쥐가 조절할 수 있는 값으로 보다 단순하게 정보를 생산해 내니 벌레 사냥의 성공 확률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이해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더 놀라운 것은 박쥐들은 자신의 소리 이외의 소리가 들어오는 것을 걸러내는 필터를 가지고 있다. 박쥐에게 혼란을 일으키는 소리는, 오직 녹음된 자신의 소리일 뿐이고, 비슷한 소리를 내는 다른 박쥐들의 소리들은 전혀 방해를 일으키지 않는다. 박쥐의 반향 위치 결정법이 echolocation 계속해서 작동될 수 있기 위해서는, 주파수 변조, 도플러 효과의 복잡한 계산과 더불어 이런 필터까지 갖춰져야 가능하다. 이 복잡한 방식이 설계가 아닌 진화에 의해 형성되었다. 박쥐들이 세계를 보는 방법에 대해 정리를 하면,

 

"우리가 빨간색 또는 파란색을 판단할 때 파장이란 말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박쥐가 곤충의 위치를 파악할 때에 메아리가 돌아온 시간 따위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중략) 우리의 관념은 그곳에서 온 정보를 기초로 우리의 뇌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중략) 뇌 속에 있는 컴퓨터는 빛의 파장의 차이를 '색깔'의 차이로 처리한다. 모양이나 그 밖의 다른 정보도 같은 방법으로 처리하여 다루기 편리한 형태로 변환시킨다. (중략)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는 어느 경우든 뇌로 전달되기 전에 같은 종류의 신경 자극으로 번역된다. (중략) '저기 있는' 세계가 신경 자극으로 번역될 때의 물리적인 매개체는 다르지만 (빛이 아니라 초음파) 박쥐는 귀를 통해 사람과 마찬가지로 '본다'고 추측한다." (70~72쪽)

 

'박쥐의 귀'와 '인간의 눈'이라는 아주 복잡하고 정밀한 기관을 설명하면서 진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자세를 도킨스는 비판한다. 돌연변이는 무작위로 일어나지만 자연선택은 그렇지 않고, 완벽한 기관들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상태를 거쳐서 매우 매우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의 단계에 도달한다는 것이 도킨스의 생각이다. 일단 여기까지. 매우 재미있고, 긴장감과 세부 이해가 필요한 내용들이었다.

 

진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불신, 너무도 긴 시간에 대한 몰이해, 완벽한 기계는 눈먼 시계공이 만들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도 그런가. 진화론을 그저 재미있는 가설로 받아들이나 아니면 세계를 탄생시킨 동력이라고 생각하는가. 뭔가 어정쩡하다. 이도저도 아니니 진화론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불신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