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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지구 이외의 지능 생명체를 구하는 공식_드레이크 방정식_The Varieties of Scientific Experience 02_201224

최근의 독서와 토론으로 나 자신이 많이 겸손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다른 요인도 물론 더 있다. 농부로서의 삶도. 도시라는 사피엔스의 공간에서 멀어진 것이 겸손을 강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와 권력과 명예라고는 존재할 수 없는 9년 동안의 농부로서의 삶이. 이 강연은 1985년에 이뤄진 것이고, 이 책이 번역된 것은 2010년의 일이다. 1983년에 나는 "물리학 입문"을 듣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나는 그 강의에 집중하지 못했다. 작은 강의실에 3명의 학생이 있었고, 박사과정의 물리학과 학생이 우리의 교수였다. 우리는 졸고 있거나 강의실에 있지 않았다.

 

3강 유기 우주

 

생명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에너지를 구해서 운동과 번식을 할 수 있는 물질이라고 정의해 본다. 생명에 대해서 칼 세이건은 슬슬 이야기를 시작한다. 유기 우주에 대해서.

 

"지구 상의 모든 유기체가, 사소한 예외를 제외하면, 단백질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종류의 분자를 촉매와 효소로 사용해 생명의 화학의 반응 속도와 방향을 제어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지구 상의 모든 유기체는 핵산이라는 일종의 분자를 사용해 유전 정보를 암호화하고, 다음 세대에서 이것을 재생하는 존재입니다. (중략 / 스스로를 복제하고 변화까지도 복제하는 핵산을 고려하더라도) 단백질과 핵산의 기원이 생명의 기원과 동일하다고 말하는 것은 물론 잘못일 것입니다." (96~7쪽)

 

생각해 보면 우주 공간에 별이든 무엇이든 있다면 당연히 물도 암석도 공기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저 미생물이나 벌레나 동물이나 생명체는 없겠지. 이런 생각만 스치듯 하고 지나간다. 1950년 이후의 많은 연구를 통해 우주 공간에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전파 천문학에서는 이미 최소한 하나 이상의 혜성에서 HCN(시안화수소)과 CH3CH(아세토니트릴)를 찾아낸 바 있습니다. 이 물질은 지구 생명이 탄생할 때 그 과정에 참여했을지도 모르는 흥미로운 유기 분자입니다. (중략 / 태양계 성운) 중심부에 원시 태양이 있고, 태양으로부터 더 멀어질수록 기온은 더 떨어집니다. 이제 우리는 이 태양계 성운을 우주에 풍부한 물질들의 혼합물로 상상해 보아야 합니다. 즉 거기에는 물(H2O, 천체의 상에 대한 분광학적 분석을 통해, 우리는 우주에 물 분자가 매우 풍부함을 알고 있습니다.), 메탄(CH4, 이것 역시 매우 풍부합니다.), 실리카(SiO2, 이산화규소, 마찬가지로 풍부합니다.)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략) 목성, 토성, 천왕성, 명왕성의 스펙트럼에는 상당량의 메탄이 나타납니다. (중략 / 화성에는 유기 분자가 있다는 증거가 전혀 없는데) 포보스(Phobos)로, 화성의 가장 안쪽 위성입니다. 이것은 태양계 바깥 멀리에서 온 소행성이 화성에 붙잡힌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도 그 어두운 붉은색 성분이 있습니다. 그 평균 밀도를 확인해 본 결과, 유기 물질과 합치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중략) 타이탄은 토성계에서 가장 큰 위성입니다. (중략) 태양계 내에서 상당한 양의 대기를 지닌 유일한 위성이라는 점입니다. (중략) 타이탄의 대기에는 기체가 지구 대기보다도 10배나 더 많습니다. (중략) 대기의 주요 성분은 질소 분자였습니다." (105~117쪽)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전에 성운으로 존재했을 때부터 유기 물질이 존재했다는 것을, 우리 은하의 중심인 궁수자리 방향의 별들을 찍은 사진을 토대로 설명한다. 별들 사이에 어두운 암흑 성간운이 존재하는데 이곳에 50개에 달하는 서로 다른 유기 분자들이 존재하고, (중략) 즉, 성운에는 이미 수많은 유기 분자가 포함되어 있다.

 

궁수자리의 별들과 암흑 성간운(121쪽)

 

3강의 결론 부분으로 향해 가자 비로소 많이 들었던 이야기들이 나온다. 캄보디아 흰두교 유적에 깃들어 있는 '우유의 바다 휘젓기'같은 이야기. 생명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 실험실에서 무기물로부터 생명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지구는) 태양계 성운으로부터 응축된 것입니다. 따라서 그 형성의 마지막 단계에서 지구는 다른 물체들과 빠른 속도로 충돌하며 물체들을 끌어모았습니다. (중략) 강력한 방전 현상, 태양으로부터 온 자외선, 그리고 다른 에너지원들이 지구 상에 고유한 유기 물질을 산출했습니다. (중략) 지구 역사상 처음 수억 년 동안에 산출되었을 법한 유기 물질의 양은 현재의 바다를 농도 몇 퍼센트의 유기 물질 용액으로 만들기에 충분했을 것입니다. (중략) 실험실에서 우리는 물과 암모니아와 메탄(중략)의 분자들을 자외선으로 해리할 수 있습니다. 그 파편들은 한 무리의 전구체 분자가 되는데, 거기에는 시안화수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 물질이 결합해서 물속에서 아미노산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그런 실험에서는 단백질의 기본 단위뿐만 아니라, 핵산의 기본 단위 역시 주기적으로 만들어집니다." (122~3쪽)
   

지구는 46억 년 전에 태양계 성간운으로부터 완성되었고, 35억 년 전의 캄브리아기 지층에서 생명의 화석(micro-fossils)이 발견되었다. 10억 년 만에 복잡한 생명인 군락성 조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만들어졌는데, 이 생물은 이미 상당한 진화의 결과이다.

 

경산 대구 가톨릭대학교 스트로마톨라이트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경산 대구 가톨릭대학교 스트로마톨라이트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경산 대구 가톨릭대학교 스트로마톨라이트(慶山 大邱 가톨릭大學校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경상북도 경산시 하양읍, 대구가톨릭대학교에 있는 지질지형이다.

ko.wikipedia.org

 

"지구가 40억 년 전까지만 해도 생명의 기원에 적절한 환경을 가지지 못했으며 최초의 화석이 35억 년 전쯤의 것이라고 하면, 생명이 탄생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겨우 5억 년에 불과한 것이 됩니다. 하지만 그 최초의 화석들은 극도로 단순한 유기체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123쪽)

 

4강. 외계의 지적 생명체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카날리와 canal(운하). 1877년에 시작된 이태리인 지오반니의 화성 관측에서 시작된 화성의 지성인들에 대한 믿음은 허망하게 끝났다. 화성은 메말라 있고, 운하도 없으며, 지성인들도 없다. 시작은 아마도 canali라는 이태리어가 line(파인 홈)이 아니라 운하로 번역되어지는 바람에 깊은 편견이 생겨 버린 것이 아닐까. 과학자들을 포함해 지식인들의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미국인 로웰은 천문대를 세워 화성에 건설된 토목공사의 현장을 관찰하고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화성의 세계 정부를 추론해 내었다. 부자 로웰은 열망하고, 투자하고, 상상하고, 설득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그러나,

 

"존 애덤스 John Adams가 미국의 제2대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에 (중략) 1770년 12월에 보스턴 학살 재판에서 피고였던 영국인 병사들을 변호(하면서 / 중략) 사실이란 완고한 것입니다. 우리의 소원, 우리의 의향, 또는 우리의 열망이 지시한 것이 무엇이건 간에, 그로 인해 사실과 증거의 상태를 바꿀 수는 없는 것입니다." (132~3쪽)

 

은하에 대해 좀 더 지식을 넓혀 보자면, 은하에는 수천억개(?)의 별이 있다. 은하의 수명은 대략 수백 억 년이며, 매년 10개 정도의 태양과 같은 별이 새로 생겨난다. 그 별들의 상당수는 행성을 가진 "원반 형태의 행성계"를 구성하고 있으며, 지금으로부터 수십 억 년 후에는 상당수가 생명을 지니게 될 것이라는 칼 세이건의 추론이다. 이 정도만이라도 머리 속에 항상 지니고 있자.

 

우리 은하내에 지능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계산하는 방정식이 있다고 한다. 드레이크 방정식 Drake Equation.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가 개발했다. 우리 은하 내부의 지능 생명체가 존재하는 기술 문명의 수 N을 구해 보자.

 

1) 우리 은하계의 연간 별 재생산 지수 R = 10. 은하수에 별이 수천 억 개 있고, 은하계의 수명이 수백 억 년이므로 수천억 개 / 수백억 년 = 10개/년이 된다. 즉 1년에 태양과 같은 별이 10개 정도씩 생성된다. 뭔가 어설픈 계산처럼 보이는데 다른 방법도 없다.

 

2) 별이 행성계를 형성할 확률. fp=1/2. 재생산 지수 R에 그 별이 태양계와 같은 행성계를 형성할 확률 fp를 곱하면, 매년 태양계와 같은 별 행성계가 우리 은하에 탄생한다. 초기 별의 성운이 회전 원반체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 현재의 관측으로는 약 1/4인데, 계산의 편의를 위해 좀 더 큰 값이 1/2로 생각해 보자. 그만큼 외계의 지능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환경이 더 많다고 가정해 보는 것이다. fp=1/2다. 그러면 재생산 지수 R x fp = 10 x 1/2 = 5다. 우리 은하에 태양계와 같은 "별행성계 매년 탄생하는 지수"는 5가 된다.

 

3) 새로운 별 행성계에서 지구와 같이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의 숫자 np는 2다. 태양계의 경우 지구가 하나고, 대기를 가진 토성의 위성 타이탄이 또 하나다. 다른 근거는 없고, 별들이 대부분 같은 과정으로 발전한다고 보고 np = 2. 위 지수 5에 다시 np를 곱해주면, 우리 은하에 지구나 타이탄과 같은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은 10개가 된다.

 

4) 생명이 실제로 생겨난 확률 fl = 1. 태양계의 지구가 40억 년에 걸쳐 사피엔스를 만들어 내었듯이 다른 별들의 행성 중에서 지구와 같은 같은 환경을 가진 별들도 지난 수백 억년 동안 생명을 만들었을 수 있으므로 그 확률을 1 즉 100%로 보자는 것이다. 즉 외계의 지능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을 매우 높게 보고 계산해 보자. 그러면 생명체의 행성은 10개가 된다.

 

5) 지능이 있는 생명체가 될 확률 fi와 지능 있는 생명체가 통신 기술을 개발할 확률(fc)는 1%, 즉 fi x fc = 1/100. 이 수치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 가운데 사피엔스 단 하나만이 지능을 갖추고 통신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지난 140억 년 동안 단 하나의 지능 생명체가 만들어진 것이다. 즉 어쩌면 1%가 그렇게 낮은 수치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위에서 계산한 우리 은하 내 생명체의 행성 10개는 다시 1/10개가 된다. 즉 통신기술을 갖춘 생명체가 있는 행성의 개수는 1/10개가 된다.

 

6) 마지막 변수는 기술 문명의 평균 지속 기간 L이다. 일단 이 수치를 10으로 가정하자. 기술 문명들이 평균 10년 만에 멸망한다고 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통신기술을 갖춘 생명체가 있는 행성의 갯수는 1/10 x 10 = 1. 즉 지구 하나가 된다. 지구 이외의 지능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L을  20년으로 하면 2개, 30년 이면 3개, 1000만 년이면 백만 개가 된다. 즉, 기술 문명이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고 오래도록 유지해 나간다면 통신기술을 가진 지능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N = R x fp x np x fl x fi x fc x L. 기술 문명이 존재하는 행성의 개수는 이렇게 계산할 수 있다. 매우 흥미롭다. 드레이크방정식은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 계산한다. 통신기술을 가진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이 있기 위한 가장 중요한 변수를, 기술 문명의 지속 기간으로 본다. 한 번 형성된 기술 문명이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우주에는 무한히 많은 행성에 통신기술을 갖춘 지능생명체들이 있다. 그런데, 이 가정이 틀렸다는 것은, 단 한 건의 통신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통신기술을 갖춘 사피엔스들이 벌써 10년이 넘도록 소통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기술 문명이 스스로를 파괴했거나 기술 문명의 지속기간이 우리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4강에서 칼 세이건은, 화성의 희미한 홈으로부터 화성의 운하와 지능 생명체를 주장한 로웰과 기술 문명이 존재할 확률을 계산한 드레이크를 비교한다. 두 개의 과학하는 자세가 너무 다르다. 기술 문명은 많은 진전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것이 많다. 발견되거나 관측된 사실로부터, 자신의 기대와 희망에 따라 무모한 추정이나 추론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  우리보다 미개한 문명은 통신이 불가능하다. 사피엔스는 이제 막 우주와 소통하기 위한 통신기술을 개발한 막내 지능 생명체다. 다만, 우리보다 앞선 문명은 우리의 수준에 맞춰 송신 내용을 보내줘야 한다. 그러리라고 믿고, 그들이 보낸 내용을 해석하기 위해서, 외부에서 보내오는 전파를 수신하는 시설을 설치하여 계속해서 그 전파들을 분석하고 있다.

 

인간은 지구의 진화 조건으로 형성된 '유일무이한 생명체'이지만 신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신에게 코와 배꼽과 맹장이 왜 필요한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외계의 지능 생명체도 intelligent extraterrestrial 인간의 형상일리가 없다. 지구와 다른 조건에서도 지능 생명체가 얼마든지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은, 태양계의 지구에 살고 있는 사피엔스를 우주의 중심으로 창조하시는 것보다는 훨씬 더 위대한 능력을 갖추고 계실 것이다. 지구와 사피엔스는 광대한 우주에 비하면 티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기술 문명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여러분이 어느 정도까지는 우주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