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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들깨를 털다_201027 el veintisiete de octubre el martes_двадцать семь вторник

여름에 참깨를 털려고 사다 놓은 도리깨를 들고 밭으로 갔다. 어머니가 혼자서 들깨를 털고 계신다. 들깨가 바싹 말라 있어서 잘 털린다. 도리깨를 휘두르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어머니는 앉아서 작업하시는 것이 좋지만 나는 허리가 아파서 쪼그리고 앉아서 작업하기가 어렵다. 서서 도리깨를 휘두르는 작업이 편안하다. 팔이 아픈 것은 똑같아도 작업 환경은 좋아졌다고 할 것이다.

 

한 시간 넘게 작업을 해서 천막 위에 옮겨놓은 들깨는 모두 털었다. 작업하는 내내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들깨 작황은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도리깨 작업이 끝났으니 검불과 돌을 걸러내기 위해 채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해가 지고 어두워져서 천막을 덮어 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음성에서 돌아오는 길에 태창 정미소에 들러 말린 벼의 정미가 가능한 지 확인했다. 깨물어 보더니 잘 말랐다고 한다. 금요일에나 정미가 가능하다고 해서 삼성 정미소에 전화를 걸었더니 내일 오후 2시까지 가져오면 정미를 해주겠다고 한다. 마른 벼를 30kg 포대에 담으려면 3시간 정도는 걸릴 테니 내일 열 시부터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오전 9시 반부터는 들깨 채치는 작업을 하고, 11시부터는 벼 포장 작업을 하는 것으로 작업계획을 세웠다.

 

저녁을 먹고 그리미와 내년도 농사계획을 의논했다. 그리미의 의견은 일단 논은 임대를 주고 밭작업을 중심으로 일했으면 좋겠단다. 임대를 주는 것이 좋은 방향인데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한다. 왜일까. 임대를 주느니 팔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혼자서 농사가 감당이 안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림자와 화살나무,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