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좋은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놀기에도 좋은 날이라 놀고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매우 쓸쓸하다. 예년같으면 연말 모임을 만들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준비를 했는데, 올해는 그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뭘까.
월요일에 내려와서 오후 내내 세 시간 동안 마늘 심을 준비를 하려고 마늘을 깠다. 세접 반 정도를 까고 났더니 손가락이 아팠다. 그동안 부모님이 해 놓으신 것을 심기만 했는데, 올해는 심는 것과 준비하는 것까지를 모두 내가 한다. 향악당 모임을 다시 시작한다고 하는데, 아직 모임을 할 만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되어 가지 않았다. 모두들 건강하게 즐기셨으면 한다.
화요일(20일) 아침에는 안개도 많이 끼고 해서 공부한다고 땡땡이를 치고, 음성에 다녀와서 오후 4시 반에 마늘을 심으러 갔다. 남쪽에서 다섯 구멍을 두 칸 심고 북쪽에서 네 구멍을 심고, 또 다시 다섯 구멍을 한 칸 심고 네 구멍을 한 칸 심고, 마지막에 다섯 구멍을 심고 해가 져서 철수했다.
오늘(21일) 아침에는 날이 흐린 대신에 안개가 끼지 않았다. 8시 반에 밭으로 가서 절반 정도 마늘을 심었다. 예년 같으면 11월 초에 손을 호호 불면서 심을 마늘을 열흘 정도 일찍 심었다. 지난 주부터 마을 농부들이 마늘을 놓는 것을 보았고, 요즘처럼 일하기 좋은 날에 벼 익기만 바라면서 왔다갔다 할 수 없어서 부지런을 떨었다.
어머니는 월요일에 앞니 임플란트를 마치셨다. 오늘은 물리치료를 받으러 읍내에 갔다. 쉬운 코스로 스크린 (파인비치 76. 최고 점수라 좋은데, 채가 돌아가는 느낌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만 하기로 했다. 두 번을 가면 실력이 대폭 늘 것이라 생각했는데, 별로 나아지지 않아서 돈과 시간을 절약하기로 했다)
들어오는 길에 논에 들러서 다시 한 번 벼 여문 상태를 살펴 봤는데, 잘 모르겠다. 날씨를 보니 앞으로 열흘간 계속 비가 내리지 않고 볕이 좋다. 내일 오후에 벼를 베자고 반장에게 전화를 했다. 시간이 될 지 모르겠단다. 벼 상태도 한 번 봐 달라고 부탁했다.
3시가 다 되어 어머니께서 만들어 놓으신 메주를 하우스 창고에 매달아 놓고 마늘밭으로 갔다. 85%의 밭에 마늘을 심고 나머지 밭에는 양파와 시금치를 심기로 했다. 어머니가 같이 작업을 하다 보니 두 시간 만에 작업이 끝났다. 주말에 동생이 와서 들깨를 벨 수 있도록 한 시간 동안에 들깨를 베어 놓았다. 이 정도면 둘이서 두 시간 정도면 작업을 끝낼 수 있을 것이리라.
벼를 말리기 위해서는 마당을 깨끗이 쓸어 두어야 한다. 열심히 비질을 했더니 새끼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지경이다. 약을 바르고 쉬기로 했다.
지난 주부터 말벌집을 조금씩 부셔 나갔다. 겁이 나서 한 번에 완벽하게 말벌집을 제거하지는 못했고, 오늘까지 네 차례에 걸쳐 말벌집을 조금씩 파괴했다. 살아있는. 생명이니 잘 살려두고 싶지만 내 영역에 들어와서 공포를 주기 때문에 정리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