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동생이 제시간에 맞춰 내려와서 즐거운 마음으로 볏가마를 덮은 비닐을 걷어냈다. 기대한 데로 비에 젖은 피해가 적었다. 수건 두 개로 젖은 바닥을 닦아내고 젖은 비닐과 부직포를 말리기 위해 마당에 널어놓았다. 점심을 먹고 먼저 벼를 널은 다음에 마른 부직포를 걷어서 창고에 보관했다. 이어서 비닐을 닦아서 말린 후 다시 개어 창고에 보관했다. 마지막 비닐을 개고 있는데 내일 새벽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떴단다. 확인해 보니 약 두 시간 동안 60%의 확률이다.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입에서 욕이 쏟아져 나왔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비명이다. 한참을 씩씩 거리다가 펼쳐놓은 벼들을 동생과 함께 가운데로 모았다. 5시간 동안 잘 말려지 벼들이어서 바스락 소리가 흥겹다. 둘이 함께 하니 땀은 나지만 힘들지 않게 해낼 수 있었다. 창고에 넣어둔 부직포를 꺼내어 벼 위에 덮었다. 마지막으로 닦아 두었던 비닐을 부직포 위에 덮었다.
일을 마치고 제발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생은 했어도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신나게 일하다가 헛고생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뜻대로 된다면 농사가 아니요, 인간의 삶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