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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시간이 손아귀 사이로 빠져 나가다_부직포를 걷다_201012 el doce de octubre el lunes_двенадцать понедельник

어제 오늘 문득 나이 드는 것이 참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이 되어 대화도 행동도 사고도 지금 같지 않게 되는 것이  슬프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면 훈련이 필요하겠다. 열 서너 살 때 철봉에서 비행기를 타면 뱅뱅 돌던 몸이 지금은 철봉에 매달리는 것조차 힘들다. 몸은 불고, 팔 힘은 빠졌다. 이것도 슬픈 일이지만 좌절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나이 들어 생긴 변화지만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와서 잠깐 쉬다가 4시 반이 다 되어 나갔다. 집에서 가져온 두 개의 화분, 카라와 수국을 옮겨 심었다. 잘 옮겨 심어야 하는데, 대충 했다. 삽으로 깊이 파서 물을 흠뻑 준 다음에 수국은 화분을 통째로 빼어내서 옮겨 심고, 카라는 덩이뿌리 여섯 개를 옮겨 심었다. 다시 물을 주고 비닐 포대를 잘라서 주변의 풀이 자라지 못하도록 했다.

 

논으로 가서 벼를 씹어 보았다. 지난 주 보다는 확실히 단단해졌지만 반장네 논의 벼처럼 딱딱하지는 않다. 며칠 더 지나야 할 모양이다. 흑미논과 메벼논의 논둑을 덮고 있던 크고 작은 부직포를 걷었다. 둘이서 할 때는 무거운 줄 모르고 작업했던 커다란 부직포는 어깨에 짊어지기도 힘들 정도로 무겁다. 간신히 마음이에 실을 수 있었다. 6시가 살짝 넘어가자 해가 져서 더이상 일을 할 수가 없다. 내일 아침에 와서 마저 걷어야겠다.

 

부직포 덕분에 논둑이 터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부직포를 덮지 않은 곳에 두 번 물이 새는 것을 막는 것으로 논둑 작업이 매우 수월했다. 작년에는 매일같이 논둑을 밟아 주었기 때문에 논둑이 터지지 않았다. 논에서 쓴 시간이 대폭 줄었다. 그런데도 올해는 논의 김매기도 마음에 들게 처리하지 못했고, 논둑의 풀도 자주 베어주지를 못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밭일을 더 많이 한 것일까.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모래알처럼 손아귀에서 빠져나간 모양이다.

 

인천대공원의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