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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뜻대로 되는 고구마 하나도 없다_201008 el ocho de octubre el jueves_восемь Четверг

흙이 딱딱하다. 호미로 깨뜨려야 할 정도로. 고구마는 깊이 들어가 있다. 어디로 모양이 잡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호미를 당기면 아무 곳에서나 걸려서 부러져 나온다. 그럴 때마다 짜증이 몰려온다. 짜증을 내도 소용이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뚝뚝 부러지는 소리, 아무리 캐어나 흙만 나올 때, 뽑으려 해도 뽑히지 않을 때 짜증일 불같이 일어난다. 뜻대로 되는 고구마 하나도 없다.

 

농부들을 볼 때면 참으로 신비하다. 어떻게 이렇게 짜증 나는 일을 참고 해내는 것일까. 십 년을 경험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마음속에 화약처럼 도사리고 있는 짜증, 분노, 화. 가벼운 불꽃만 근처에서 번쩍여도 폭탄처럼 터져 나온다. 다스려야 한다. 정말 짜증이 날 때 짜증 내지 말아야 하고, 정말 화가 날 때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 웃어야 한다.

 

하나로마트에 갔더니 상자가 하나도 없다. 농부들이 전부 가져갔단다. 스크린을 치고(무안 c 91)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 앞에서 상자 하나를 발견해서 싣고 왔다. 오늘도 자전거 타고 퇴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전거 퇴근도 거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삶의 재미가 없고, 몸도 약해지는 기분이다. 날은 추워지고.

 

외벽 통풍구가 떨어져서 나사를 하나 다시 박았다. 제대로 박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박아 놓았다. 작업 공간이 여의치 않아서 어쩔 수 없기는 했지만 좀 더 잘 했어야 했는데. 꼼꼼하게 했어야 했는데. 아쉽다. 예초기를 매고 논으로 갔다. 마구잡이로 풀을 깎아버리니 기분이 상쾌하다. 꼼꼼하게 신경 쓸 것이 없다. 벼만 상하지 않게 풀을 베어버리면 그만이다. 이런 식으로 일하는 게 좋다. 대충, 확.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꼼꼼하게는 잘 안 된다. 왜 이럴까. 가라앉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