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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뿌리채 다 내어준다_200930_el trinta de septiembre el miércoles_тридцать Среда

푸욱 자고 9시가 다 되어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다. 오랜만에 다섯 식구가 과일과 커피와 빵과 누룽지 탕으로. 먹자마자 송편을 사러 다녀왔다.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송편 2킬로(이만 원)와 증편 한 장(만 원)을 샀다. 사람 가득한 하나로마트에서 얼른 포도 한 상자를 사 가지고 나와 현금을 좀 찾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논에 잠깐 들렀는데, 물이 잘 마르고 있었고, 허수아비들도 잘 서 있었다. 심한 바람이 불지 않아서 그런 모양이다.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20분 정도 눈을 감고 누워 쉬다가 우주신과 밭으로 갔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로니아 나무 앞에 너무 많은 풀이 자란 것이 주 원인이다. 풀은 지난주와 달리 쑥쑥 잘 뽑힌다. 할 일 다 했으니 뽑아 내시라. 마당을 나온 암탉이 자식을 다 키워내고 굶주린 늑대에게 자기 몸을 내어 주듯이 뿌리째 다 내어 준다. 풀을 들어내는 동안에 무수한 풀씨가 밭으로 떨어진다. 적어도 한 달 전에 김매기를 해 주었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8월 말에는 이곳에서 풀을 뽑을 수 없었다.

 

우주신은 이 정도의 하루 노동으로 이틀 동안 허리가 아프다 했다.

 

천재가 다녀온 제주도 산록의 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