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풀 숲을 헤치고 길로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다. 왜 그렇게 고양이들에게 집착하셨을까. 멀리 산비탈에 낳아놓은 새끼들을 찾아다가 집에서 잠깐이라도 보호하려 하셨다. 고양이가 많은데도 말이다. 고양이들은 끊임없이 아버지를 쫓아다닌다. 에앵 에앵 아기 소리를 내면서 무한 사랑을 요구한다. 아버지는 끊임없이 베풀 수 있는 상황이 너무 좋으셨으리라. 자식은 물론 손자들까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커 버려서 더 이상 베풀어 줄 것이 없다. 용돈을 주든 사랑을 주든 다 내어 주시기는 하지만 손자들은 더 이상 그런 것들을 애원하지 않는다. 그것이 인간의 길이다. 아버지는 인간에게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사랑과 보호를 요청하는 간절한 눈빛과 호소를 듣고 싶어하셨다. 사랑을 베풀고 싶어 하셨다. 받는 사랑보다 베푸는 사랑이 더 기쁜 일이다.
어제 잃어버렸던 예초기 주유 뚜껑은 아침에 바로 찾았다. 예초기를 돌려서 나머지 작업을 하려는데 5분도 안되어서 시동이 꺼져 버린다. 시동을 두어 번 걸어보다가 윤활유를 교체해 보았다. 그래도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연료 흡입계통을 살펴보니 연료를 빨아올리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포기하는 데 거의 20분이 걸렸다. 마음이에 실어놓고 주변 정리를 시작했다.
낡은 천막을 50리터 쓰레기 봉투에 담고, 이런 저런 쓰레기들을 같이 넣어 묶었다. 재활용 철근이나 플라스틱, 농업용 비닐도 정리해서 마음이에 실었다. 10시 50분이 다 된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하우스 옆의 풀을 베기로 했다. 하우스 비닐을 상하지 않게 풀을 베려면 일단 낫으로 작업을 해 두는 것이 좋다. 하는 김에 커다랗게 자란 잡목도 베어 내었다. 오랜만에 톱질을 하니 땀이 난다. 베어낸 나무들을 수레에 싣고 밭으로 갔다. 어머니는 밭의 풀과 고추찌꺼기들을 벌써 3시간째 정리하고 계신다.
들깨가 잘 자라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좋다. 이랑에 풀이 많이 자라서 작은 이랑 두 개의 풀을 뽑아내었다. 수레에 한 가득 실릴 정도의 양이다. 그러고 나서 들깨밭을 보니,,,,, 할 일이 끝도 없구나. 낫으로나도 큰 풀들은 제거해야겠다.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은 들깨밭을 정리하자.
4시부터 들깨밭으로 가서 풀을 뽑아 비료 포대에 담았다. 들깨꽃이 피었기에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하면 좋고 하지 않아도 될 일같은 기분이 들어서 천천히 했다. 그러나 일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욕심이 생기면서 손이 빨라지고 일이 힘들어진다. 마음을 가라앉힌다. 많이 자란 들깨 이랑에는 들어갈 수도 없다. 넓은 이랑에서 양쪽으로 작업을 한다. 손가락에 힘을 주어 풀을 뽑다가 뿌리가 너무 강하면 낫으로 뿌리부터 베어낸다. 해 놓고 나면 참 개운하다.
선베드 하나는 망가지고 또 하나는 바느질이 슬슬 터져간다. 꼭 2년을 쓰는 모양이다. 좀 튼튼한 것으로 사면 오래 쓸 수 있을까. 야외에서 사용하다 보니 알 수가 없다. 누워서 하늘을 보니 가을 하늘이 참 그럴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