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일어나서 여유 있게 따뜻한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comer 철근을 싣고 밭으로 갔다 ir. 어제만큼 el ayer 신나게 철근 펴기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일의 진척이 눈에 보이니 마음이 편안하다. 편안해서 김용옥의 노자 강의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서양 철학은 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이분법에 빠져 진리에 이를 수가 없다. 모든 것을 의심하지만 절대자인 신만은 믿어야 한다는 믿음이 철학의 한계를 낳았고, 이를 극복하려고 애쓴 것이 니체다. 존재하는 천지만물을 의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물리학의 의심이야 철학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노자야말로 하늘의 도와 인간의 마음을 잘 조화한 철학으로 진리에 가깝다. 박세당의 노자 이해가 매우 높은 수준이었는데, 젊은 혈기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인정하고 반성한다. 김용옥이 진리의 철학에 이르는 과정을 모두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벚나무 밑에 버려야 할 쓰레기들이 쌓인다. 더 이상 쌓이지 않도록 하고 겨울이 깊어지기 전에 해결해야겠다. 배추는 자리가 잡았다. 그렇지만 매우 불규칙하게 자라고 있다. 내일 오후에 두 번째로 농약을 뿌려야겠다. 11시가 다 되어 집으로 돌아왔더니 수리하려고 가져다 놓았던 철근 한 무더기가 아직도 있다. 오후에 한 번 더 작업을 해야겠다.
아궁이 주변에 환삼덩굴이 여전히 성한 채로 열매를 맺고 있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낫을 가져다가 걷어내기 시작했다.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끊임없이 걷어내야 한다. 10분을 걷어내고 났더니 저 아래쪽에서 굵은 줄기 두 개가 올라온 것이 보인다. 그 두 개의 줄기를 시원하게 잘라내었다.
어머니를 모시고 보건소에 들러 혈압약을 짓고, 읍내 물리치료실에 모셔다 드렸다. 골프를 치다 보면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때마다 실수를 받아들이기 전에 머리와 가슴속에서 짜증과 분노가 확 일어난다. 매우 짧은 순간이지만 기분이 확 상한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 앉히고 실수한 스윙을 인정하고 평정심을 가져야겠다. 중간 목표인 77과 8개의 차이가 난다. 무안 c 85. 장을 보고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4시 반부터 다시 철근을 싣고 밭으로 가서 정리 작업을 마쳤다. 맨 왼쪽의 파렛트 위에다 부직포를 접어서 보관하면 금년도 정리작업은 끝난다. 앞으로 철근은 긴 것과 짧은 것을 구분해서 가운데에 보관할 계획이다. 마구 집어던지면 안 된다. 천천히 하나씩 정리한다.
밭작물들이 거의 사라지자 지나가는 차량들이 자꾸 밭으로 침범한다. 비료 포대에 돌을 담아서 도로 경계에 세워 두었다. 집중력이 흩어지는 것이 어찌 막을 수 있겠나. 도로를 넓게 쓰게 해 주려고 도로변의 풀을 베어주기까지 했는데 소용이 없다. 나도 그렇겠지. 내 땅을 내 주어 도로를 만들어주고, 그 도로를 유지 관리하는데 내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이게 세상이다. 기쁜 마음으로 하도록 하자. 내 땅을 잘 가꿔서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