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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누군가 힘든 일을 걱정해 주면 멈춰서서 생각하자_200922_el veintidós de septiembre el martes_двадцать два вторник

드디어 손이 돌아왔다. 밭둑에 널부러져 있는 철근 토막과 부직포와 비료를 정리하는 날이다. 펴기 작업이 필요한 necesario 철근을 열심히 수레에 싣고 있는데, 어머니가 madre 말씀하신다. 여기에서 수리하면 안 돼. 안된다고 하면서도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방금 전에 철근을 가지고 콘테이너 옆에 가서 철근 펴기 작업을 해 trabajar 보았다. 잘 안된다. 봄에는 la primavera 큰 문제 없이 했는데, 양이 워낙 많다보니 다양한 형태로 구부러져 있어서 작업이 너무 힘들었다 trabajo es muy difisil.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커다랗게 세워진 철봉. 무거운 물건을 움직 도르레로 올리기 위해서 군산 삼촌이 만들어서 가져온 물건이다. 막상 쓸 일이 없어서 열심히 놀고 있었다. 이 물건을 살펴 보니 철근을 펼 수 있겠다. 몇 개의 철근을 해 보니 잘 된다. 만세. 몸수의 일을 또 줄여 주는구나. 해가 다 넘어가서 철근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철근 펴기 작업을 했다. 힘든 일에 대해 조언해 주는 이야기는 신중하게 듣고 멈춰서서 생각해 봐야 한다. 

 

2001년부터 20년째 듣는 이야기. 풀 메기 힘드니까 그냥 제초제 뿌려. 이 말만은 듣지 않고 있다. 자연과 인간에 해를 끼치지 않는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고추나 배추에는 농약을 치지만 다섯 번 이내로 하고 있다. 다른 논이나 밭에는 제초제를 아무리 뿌려도 계속 풀이 나온다. 제초제의 독성이 그만큼 약해졌기 때문이리라.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키운 농작물이 무슨 대단한 효과가 있는지 알 수도 없다. 농약과 제초제 뿌리라는 말을 제외하고, 힘든 일 그만하라는 모든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한 번 더 생각하자.

 

정리 공간을 구분하려고 해도 무슨 틀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디에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까. 비료는 지게차로 운반해 주기 좋도록 맨 끝쪽에 정리해야 한다. 두 개의 받침대가 나란히 놓일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철근과 부직포는 아무 곳이나 상관없다. 철근이 흘러 내리는 문제가 있으니 가운데에 정리하기로 했다. 오전 9시부터 철근을 세종류로 분류했다. 긴 철근, 짧은 철근, 수선해야 할 철근. 열심히 분류 작업을 했다. 수리해야 할 철근이 제일 많다. 철근은 컨테이너로 가져가서 받침대로 쓰고 있는 타이어 휠에다 끼워서 똑바르게 펴는 작업을 해야 한다.

 

분리 작업을 하면서 보니 휘어진 철근과 고추줄이 덜렁덜렁 매달린 철근, 포천에서 가져온 부셔진 고추말목들이 보기 싫었다. 부서진 고추 말목은 전부 버리기로 했다. 가져온 낫으로 철근에 주렁주렁 매달린 끈들을 전부 제거하며 분류 작업을 했다. 십년 이상된 줄에서부터 올해 새로 묶인 끈까지 다양하게 묶여있다. 전부 자르고 났더니 시원하고 깔끔하다. 정리정돈. 정리정돈. 끈을 끊느라고 철근에 부딪히며 작업했더니 새로 산 낫의 이빨이 나갔다. 앞으로 새 낫은 아까우니 헌 낫으로 작업해야겠다.

 

오전에 두 시간을 작업하고 점심을 먹고 almuerzo 음성에 다녀와서 30분 정도 쉰 다음에 저녁 작업을 두 시간 했다. 아주 좋은 작업 시간 배분이었다. 날은 시원하고 hace frio 오전 오후 각각 두 시간씪 하루 작업을 하는 것. 몸수로서의 목표다. 물론 불가능하다 no puedo hacer. 할 수 있는 날만 그렇게 하자.

 

거의 네 달만에 헤르메스를 타고 음성에 다녀왔다. 기어 변속이 안된다. 태풍에 쓰러지면서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올해 안에 2만 km를 달성하려던 연초의 계획은 내년으로 미루어야겠다. 그래도 상쾌한 자전거 라이딩이었다. 장마가 그치고 일상을 회복했다.

 

애플민트 차를 만들려고 씻어 두었다. 잎을 한 장 한 장 일일이 따 줘야 하니 손이 많이 간다. 잎을 겹쳐 두었더니 씻을 때 붙어 버린다. 한 잎씩 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