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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우주의 조화로운 상태는 인간의 힘으로 깰 수가 없다_파인만과 계몽주의 02_200924

정말 어렵게 하나의 굴에서 빠져나왔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또 새벽 한 시가 되어서야 잘 수 있게 되었다. 내일 아침에 늦잠을 잘 것이 틀림없다. 무슨 일을 할까. 예초기로 마당을 마저 깎으면서 잊어버린 뚜껑을 찾아야 한다. 일단 그것부터 하고 보자.

 

1.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 리너드 믈로디노프 지음 / 정영목 옮김 / 세종서적(2004)

 

다차원접근법으로 양자 세계의 문제 풀이법을 발견한 믈로디노프는 칼텍에서 안정된 연구실을 마련했으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대마초로 달래고 있었다. 무슨 과제를 연구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친해진 그래서 녹음을 하며 파인만과의 대화를 글로 정리해 가던 믈로디노프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자 파인만이 답한다.

 

"자네가 여기에 처음 와서 내가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을 때 나는 당황했네. 사실은 나도 모르기 때문이지. 그것은 지네에게 어느 발 다음에 어느 발이 나오냐고 물어보는 것과 비슷한 것 같네. 좀 생각을 해봐야겠어. 돌이켜보면서 몇 가지 문제를 되짚어보아야 하니까." (35%)

 

이 질문의 답은, '문제는 뻔한데 답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와 '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답을 새로운 접근법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어려운 문제를 접했을 때의 과학자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집중한다. 과학이나 사회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과제라고 하는 것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해결 방법을 모르니 문제가 있다고만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지 말고 '너만이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수 있으니 상상하라'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파인만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문제를 풀 가능성이 약간 더 높다고 생각해야만 하네. 나도 마음속에서 그 이유가 엉터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알아. 그리고 내가 택하는 방법을 다른 사람들도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상관없네. 나는 나 자신을 속여서 나에게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을 하지. 나에게는 기여할 만한 뭔가가 있다고 말이야." (37%)

 

자연계에 존재하는 각 힘의 크기에 대한 설명이다. 중력 < (무한 배) 약력 < (1천 배) 전자기력 < (1백 배) 강력. 재미있는 것은 가장 약한 힘인 중력이 태양을 비롯한 온갖 거대한 별들이 별일 수 있게 하고, 지구 위에 생명이 존재하게 한다. 가장 강한 힘인 강력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양자들의 세계만을 지배한다. 가장 쓰임새가 많은 힘은, 두 개의 힘이면서 하나의 힘으로 보이는 전자기력이다. 물질의 형태가 있게 하고, 과학기술문명의 수많은 성과물들을 있게 한다. 길지만 자연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니, 인용해 두고 가끔 읽어봐야겠다.

 

"전자기력은 끌어당기거나 밀어낼 수 있지만, 중력은 늘 끌어당기기만 한다. 거리가 짧아지면 강한 힘은 약해지는 반면, 중력과 전자기력은 강해진다. 그리고 이 힘들의 강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강한 힘은 전자기력보다 1백 배쯤 강하며, 전자기력은 약한 힘보다 1천 배가 강하다. 또 약한 힘은 중력보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네 힘은 우리 생활에서 또 우주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한다. (중략)

 

중력은 우리를 땅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며, 밀물과 썰물을 일으킨다. 그러나 자연에서 중력의 가장 중요한 역할들은 그 규모가 우주적이다. 중력으로 인해 행성들이 만들어져 별들의 궤도를 돌며, 별 속의 핵 용광로가 가동되어 빛과 열이 나오고, 이것이 생명 탄생의 조건이 된다. 행성들이 나타나기 오래 전에 그 중심에 있는 별이 합체한 것도 중력의 쥐어짜는 힘 때문이었다.


전자기력은 주로 원자의 규모에서만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원자와 분자들 사이의 전자기력 때문에 물체가 보이며, 산소가 적혈구에 붙어 있으며, 우리가 벽에 몸을 기댈 때 손이 벽을 통과하지 않는다. 이 힘 덕분에 물질이 현재 우리가 아는 속성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서는 이 힘을 이용하여 전등에서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 그리고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현대의 편리한 물건들 대부분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나머지 두 힘인 강한 힘과 약한 힘은 전자기력의 원자세계보다도 훨씬 더 작은 규모로 존재하는 세계를 관장한다. 즉 핵 내부의 세계다. 약한 힘은 베타 붕괴라고 부르는 핵의 방사성 감쇠를 관장한다. 강한 힘은 원자력을 책임진다. 히로시마를 파괴한 것은 우라늄 3분의 1 온스도 안 되는 양에 들어 있는 핵에서 풀려난 이 힘의 위력이었다." (39%)

 

통일장 이론으로 나아가기 전에 자연에 존재하는 다섯 가지 힘(네 가지 힘)의 균형에 대한 글도 재미있다. 절묘한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다. 에너지, 힘, 운동 등등. 인간이 자연계의 모든 것을 조작하여 어떤 변화를 시도해도 자연계의 힘은 우주 전체의 균형을 유지해낸다. 놀랍다. 굴삭기로 아무리 땅을 파내도 지구는 여전히 자전하며 공전한다. 인간의 힘으로 우주의 균형을 깰 수가 있는 것일까. 환경오염이 극심해져서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지구는 파괴되고 우주의 균형이 깨지는 것일까. 그냥 인간을 비롯한 무수한 생명체들이 잠시 사라지고 말겠지. 인간의 노력은, 지구의 인간 생존 조건만을 망가뜨리거나 유지할 뿐이겠지.

 

"우리가 아는 우주가 존재하는 것은 자연의 네 가지 힘, 그들의 상대적 강도와 다양한 속성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력이 강한 힘보다 훨씬 약하지 않다고 생각해 보라. 별은 훨씬 더 압착이 되어 핵연료는 빠른 속도로 타버릴 것이고, 생명의 진화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중력이 훨씬 더 약하다면, 전자기적인 반발력 때문에 물질이 하나의 별로 합체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강한 힘이 전자기력보다 훨씬 강하지 않다면, 대부분의 원자핵은 해체되어 버릴 것이다. 물질 속의 전자와 양성자들의 숫자가 1퍼센트라도 균형이 맞지 않으면, 나와 1미터 떨어진 사람 사이의 전자기력이 지구의 무게보다 더 클 것이다. 자연의 힘들은 서로 다르지만 섬세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다. 왜일까? 이 답을 찾으려면 개별적인 힘들을 묘사하는 각각의 이론들로는 부족하다. 오직 모든 힘을 포괄하는 하나의 이론만이 존재에 대한 이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다." (40%)

 

이제 통일장이론으로 가 보자. 뭔지 모를 내용을 그래도 이해가 되는 것처럼 느끼게 정리해 놓았다. 그래서 이렇게 축약을 해 놓으면 언제든 다시 보고 이해를 할 수 있을까.

 

"맥스웰은 전기력과 자기력을 통일한 이론을 만들어냈으며(아인슈타인의 시대까지는 중력, 전기력, 자기력의 세 가지 힘만이 존재를 알았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날 이 힘을 전자기력이라고 부른다. (중략) 물리학자들은 자연의 모든 힘들을 설명하는 단일 이론을 '통일장 이론 unified field theory'이라고 부른다. (중략) 하나의 이론이 통일이론이 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힘들의 묘사를 넘어서서 힘들 간의 관계를 묘사해야 한다.

 

(중략) 물리학자들은 통일이론에 중력을 포함할 방법을 몰랐을 뿐 아니라 중력이라는 개별적인 힘에 대한 양자이론조차 아직 존재하지 않은 상태였다. (중략) 슈워츠는 자신의 이론이 단일한 양자이론 내에 중력을 포함한 모든 힘들을 통일할 수 있다고 주장 (중략)

 

끈 이론에는 모든 힘들을 포괄하는 하나이자 유일한 이론이 있고, 동시에 하나이자 유일한 근본적 입자, 즉 끈이 있다. 진동 상태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입자의 표현방식이 달라진다. (중략) 입자들이 실제로 끈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아닌지를 직접 확인할 수 없다고 해서 이런 가정을 기초로 수립된 이론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략) 끈 이론가들은 검증 가능한 예측들을 내놓지 못하게 되자 (중략) 추가의 차원들이 존재해야 한다는 끈 이론의 요구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커다란 발견이었다." (41~44%)

 

계단이나 어깨를 밟고 올라서서 하나하나 공부하고, 공부하면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의 답을 상상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사람은 즐거움을 느낀다. 어떤 사람은 중간의 어느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기를 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멈춘다.

 

멈추는 것까지는 좋다. 멈춘 자신의 생각을 중심으로 해서 모든 세계를 끼워 맞추기 시작한다. 진리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도 않고, 가치가 있고 없고도 중요하지 않다. 나를 중심으로 세계를 돌려 버린다. 그러면서 그만 늙어 버리고 만다. 행복한 노인이 되는 것이다. 젊게 살고 싶다면 중간 단계에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멈추었다면 가보지 못한 곳을 넘어서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응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성취를 검증하고, 축하하고, 새로운 도전을 격려해야 한다.

 

"어쩌면 자네는 아는 게 부족하거나 오랫동안 알지 못했기 때문에 아는 것에 의해 망쳐지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지. 너무 많은 교육은 문제를 일으키거든. (중략) 파인만은 다르게 보는 것 같았다. 우리가 내리막길에 들어서는 것은 정신적인 쇠퇴 때문이 아니라 일종의 세뇌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47~8%)

 

어떤 한정된 공간에서 실내외를 돌아다니며 많은 학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공부를 하다가 말싸움을 하다가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며 살면 행복하겠다. 별로 늙지도 않겠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 사람이 무언가를 해내기 때문에 그렇게 살도록 후원한다. 데카르트는 무지개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 발생 원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파인만은 말했다. 똑같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도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 재미있지 않나. 노벨상처럼.

 

"파인만은 노벨상이 원래부터 불공평한 것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사람들을 정신 사납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하자면 가짜 신이라는 거야. 한밤중에 기자가 전화를 해서 수상 소식을 알려주니까 말이야. 파인만은 밝을 때 전화하라면서 끊어버렸다" (58%)

 

콘스탄틴의 연구 윤리 문제를 지적하는 믈로디노프에게 파인만은 말한다. 그 사람이 말한 것을 제대로 이해했느냐, 제대로 이해했는데 그 사람이 틀린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겠느냐, 말도 안 된다. 제대로 이해해라. 마치 지금의 나를,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책을 읽어가고 있는 나의 태도를 지적하는 것으로 읽혔다.

 

“아냐, 아냐. 나는 그 사람의 정신을 분석할 생각은 없네. 하지만 자네는 자네 친구가 속임수를 썼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논문을 읽었지만 문제를 몰랐다는 사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네. 회의적이지 않은 사람들, 자신이 뭘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런 사람들은 그냥 따라갈 뿐이지. 그래서 이렇게 추종자들은 남아돌지만, 리더는 적은 거라네.” (87%) 

 

대화를 통해서건 논문을 통해서 건 무엇인가를 알았고 깨달았다면 스스로 깨달은 것이라는 파인만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기 위해서는 정말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스스로 배우고, 배운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안 것을 말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앎과 모름을 분명히 하고, 아름답고도 즐거운 추정을 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등등.

“첫째, ‘방금처럼’ 나는 자네한테 그런 걸 가르치지 않았네. 자네가 스스로 배웠지. 나는 자네가 어디에 어울리는지 가르칠 수가 없네. 그건 자네 스스로 발견해야 돼. 둘째, 나는 형편없는 선생이야. 따라서 자네한테 뭘 가르쳐주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네.” (89%)

적어도 물리학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파인만은 알고 있었다. 귀농하기 전에 농가를 돌아다니며 농사를 경험하고 시골에서의 삶을 상상할 때는 가슴이 뛰게 행복했었다. 그런데 왠일인지 그 삶에 안착한 지금은 부담만 가득하다. 사방에 새롭고 진기한 경험이 널려 있던 귀농 예비자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해야 할 일이 산처럼 쌓여있는 게으른 몸수로서의 부담만 그득한 것이다. 이래 가지고는 안 된다. 원했던 방식의 그림과 진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인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가서 원자의 전자 현미경 사진을 보게, 알았나? 그냥 흘끗 보지 마. 아주 세밀하게 살펴보아야 하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봐.”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답을 해보게. 그것을 보면 가슴이 뛰나?” “그것을 보면 제 가슴이 뛰냐고요?” “예 또는 아니오로 대답하게. 예냐 아니오냐의 문제이니까. 방정식은 허용하지 않네.” “알았습니다. 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멍청하게 굴지 말게. 나는 알 필요가 없어. 자네가 알아야지. 이 시험은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걸세. 그리고 중요한 건 답이 아니야. 그 정보로 무엇을 하느냐 하는 거지.” (90%))

 

 

2. 과학과 계몽주의 : 토머스 핸킨스 지음 / 글항아리(2016)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150쪽을 넘겨 읽었는데도 이 책은 500쪽이 넘는 듯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논리가 없다. 세 번째 대출을 했는데, 이번에도 끝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읽는 방식을 바꿔야겠다. 이해해 보려고 노력은 하되 모르는 것은 건너뛰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목차를 읽어야겠다.

 

배경음악으로 임현정이 연주하는 바흐의 평균율 1번을 듣고 있다. 찾아보니 평균율 클라비어로 '클라비어 clavier' 라는 독일어가 들어있다. 건반악기라는 뜻이다. 1번이니 다장조이고 서곡과 푸가로 구성되어 있을까. 1시간이 넘는 곡을 외워서 연주하고 있다. 임현정의 스타일상 엄청나게 빠르게 연주할 텐데도 1시간이 넘는다. 베토벤의 36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신약'에 비유하고, 바흐의 24곡의 평균율을 피아노의 '구약'이라고 한다. 한두 번 들어서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고, 여러 번 듣고 연주해 봄으로써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물리학을 포함한 과학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음악에서 바흐를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단 한 음도 평균율을 연주할 수 없는데, 어떻게 그 음악을 이해하겠는가.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수학을 알아야하고, 원리를 유도하고 계산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해왕성을 어떻게 계산해 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작점이 되는 수학을 알지 못하니 장님 코끼리 만져보기다. 

 

'형이상학의 개념에서 역학 원리를 도출'이라는 말은 뭔가. '모든 물체는 인력을 갖는다'는 형이상학이고, 그것에 따라 '달은 지구의 둘레를 돌고,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말이 역학 원리인가. 하나 하나가 목구멍에 가시 걸리 듯해서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여기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천체가, 역학의 원리가 맞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실험장이라는 사실. 

 

"계몽주의 시대의 수학자들은 형이상학적 개념들에서 역학원리를 도출하려 하면서,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이용하여 새로운 정량적 결과를 얻어내려 하였다. 천체역학은 이론적 예측을 정확하게 실험해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상적인 실험 환경이었다. 계산 역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물리적 문제들은 대개 이상적이고 마찰이 없는 경우를 다루는 ‘머릿속’ 상상의 문제들이었다. 그것들은 현실에서는 도저히 확인할 수 없지만 천체는 이상적인 운동이 실제적이며 정량화될 수 있는 경우를 제공해주었다." (105쪽)

 

뉴턴의 프린키피아로 세 가지 실험이 진행된다. 1) 지구의 모양  2) 달의 운동 3) 핼리혜성의 주기. 

 

1) 지구의 모양 : 정량 중력이론을 제기한 뉴턴과 정성 소용돌이 이론을 제기한 데카르트가 완전히 대립해서 잉글랜드의 학자들은 뉴턴을 지지하고, 프랑스의 학자들은 데카르트를 지지한다. 데카르트를 지지하는 학자들은 카시니의 계산 결과를 토대로 데카르트의 추정을 확증했다. 데카르트는 '중력은 적도에서 지구를 평평하게 만들고 극지점에서 늘어나게 하는 물체의 회전력으로 생기는 소용돌이 때문에 발생'한다고 했다. 물을 막대기로 회전시키면 소용돌이가 생긴다.

 

지구의 자전은 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중력은 그 축의 중심에서 잡아당기는 힘이 작용한다. 맞나. 처음에 완전한 구형이 회전을 한다고 생각하자. 오랜 세월에 걸쳐 회전을 하다 보니 모양의 변형이 생긴다. 어떻게. 적도 방향은 회전하는 지구의 두께 즉 질량이 극지방보다 많기(무겁기) 때문에 중력을 이기고 더 많이 중심에서 멀어진다. 반면 극지방은 회전하는 지구의 두께가 훨씬 적기(가볍기) 때문에 회전에 의해 멀어지는 흙을 중력이 중심으로 충분히 잡아당길 수 있다. 그래서 지구의 모양은 양파 모양으로 점점 변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지구는 계속해서 적도 부분이 돌출되는 변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뉴턴과 데카르트의 추정은 결국 직접 측정에 의해서 뉴턴의 추정 즉 정량 중력이론이 맞는 것으로 데카르트를 지지했던 프랑스 과학자들에 의해 증명되었다. 과학은 국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극지방과 적도지방의 측정을 위해 무려 10년의 시간을 투자했다. 정말 끈질긴 탐구심이다. 10년의 시간을 여러 명의 과학자들이 투자하여 겨우 알아낸 것이 지구의 적도 부분보다 극지방이 더 평평하다는 것이다.

 

지구의 곡률은 어떻게 계산했을까. 두 지점 사이의 거리, 중심으로부터의 각도 등 하나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자세하게만 설명해 주면 틀림없이 이해할 수 있을텐데, 핸킨스가 설명을 하지 않으니 알 수 없다. 위키백과를 검색해 보았더니 의미 있는 곡률은 반경 11km를 넘어서는 경우로 합의하고 있는 모양이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측지측량이라는 기법을 써야 한다. 

 

알기 쉬운 공간정보 용어해설집, 국토정보부

"측량 지역의 대소에 따라 측지측량과 평면 측량으로 구분한다. 이때 사용되는 정도는

이다.  d는 지표상 두 지점의 직선 거리이고, D는 곡선 거리이며, r은 지구 평균 반경 6370km이다.

 

지 이하인지에 따라 측지측량과 평면측량을 구분한다.

 

평면 측량(plane surveying)과 측지측량(영어판)을 적용하는 범위에는 명확한 한계가 없으나 대체로 어느 지점을 중심으로 하여 반경 11km까지는 지구의 완곡을 무시하여도 좋으므로 면적 

지역은 평면으로 취급하여도 된다." (위키백과 '측량' 중에서) 

 

"리셰는 동일한 길이의 진자는 프랑스보다 적도에서 더 천천히 움직인다고 하였다. 뉴턴은 이것이 적도상의 지점들이 프랑스에 있는 점들보다 지구 중심에 더 떨어져 있어서 중력이 약해졌고 진자가 느리게 진동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략) 카시니의 측정은 데카르트를 뒷받침했고, 그 측정이 틀렸음을 보이려면 좀 더 정확하고 직접적인 실험을 해야 했다. (중략) 카시니의 측정은 유럽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지구의 곡률은 유럽의 남부와 북부 간에 차이가 났지만 지구의 모양을 좀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서 곡률의 차이가 확실하게 나타나는 적도와 극지방에서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적도 탐험은 (중략) 1735년 라 콩다민의 인솔 아래 탐험대가 에콰도르로 떠났다. 1736년 모페르튀와 클레로의 인솔 아래 이루어진 북극권 탐험 (중략) 10년 뒤에 적도 탐험대도 파리로 돌아왔다. (중략) 두 탐험의 결과를 비교해보자 뉴턴의 이론이 확인되었다. 지구는 레몬이 아니라 양파처럼 생겼고 중력의 법칙이 지속되었다." (107~111쪽)

 

2) 달의 운동 : 지구의 모양은 측량으로 해결되었고, 달의 운동 문제로 넘어온다. 해상에서 경도를 결정할 수 있다니 도대체 어떻게. 너무 궁금하다. 그래도 그냥 넘어가야 한다. 선원이 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알려고 하면 도대체 얼마나 공부를 해야 할까.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하다보면 삼각함수값을 비롯한 여러 가지 미리 계산해 둔 표가 나온다. 값을 결정하는 원리를 알고, 그것을 응용하는 법을 알면, 그 표가 매우 친근해진다.

 

재미있는 것은, 지구의 모양 문제에서는 뉴턴의 손을 들어 주었던 클레로가 '관찰된 달의 운동은 설명할 수 없다(1747년)'며 반대 입장에 선다. 계몽주의 시대에 뉴턴(1642~1727)에 반대하는 모든 과학자들은 결국 패배한다. 정량 중력이론으로 달의 운동을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지구까지 포함해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뉴턴의 생각이었다. 일단 해킨스의 설명을 읽어 보자. 

 

"달의 운동을 도표로 정확히 정리해두면 그것을 바탕으로 해상에서 경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매우 중요했지만, 그 도표를 작성하기가 어려웠다. 달은 다른 행성에 비해 매우 불규칙적으로 움직인다. 뉴턴은 존 마친 John Machin에게 달의 운동을 예측하는 일이 다른 무엇보다도 골칫거리라고 말했는데, 그는 그 이유를 이해하고 있었다. 두 물체 즉 지구와 태양이 서로 다른 각도에서 달을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두 물체 사이의 인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세 물체의 인력이 작용하는 ‘삼체三體’문제를 풀어야 달의 운동을 예측할 수 있었다." (111~2쪽)

 

달랑베르, 오일러, 클레로는 달의 원일점 운동을 서로 다른 수학으로 예측하고 결과도 동일하게 나왔다. 그것을 토대로 뉴턴이 틀렸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불과 18개월 후 "수학자들은 모두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수학적 단순화가 직관적으로 결과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살펴본 결과 클레로는 달의 원일점 운동 예측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114쪽)고 해킨스는 쓰고 있다. 역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결론은 이렇다. 클레로가 달의 운동을 정확하게 알아내었다. 아마도 뉴턴의 정량 중력이론을 토대로 하여.

 

3) 핼리혜성의 주기 : 정량 중력이론의 마지막 실험 문제다. 역시 클레로가 해결했다. 잉글랜드가 제기하고 프랑스가 증명한다. 곧 대혁명이 일어날 나라답게 매우 활발하다. 클레로의 업적에 대해 달랑베르가 '어렵다기보다는 지루한 계측'이라고 평가한 것이 재미있다. 엄정한 평가였었는지 클레로로부터 항의를 받았다는 말이 없다. 핼리 혜성의 주기를 예측하는 '쉽지만 지루한 방법'은 뭘까. 그것을 알 필요는 있을까.  역시 궁금하지만 답을 찾을 수 없다. 하루 종일 몇 장 읽지도 못했지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는 날이어서 즐겁다. (201016, el sabado)

 

"에드먼드 핼리 Edmond Halley(1656-1742)는 1682년 그의 이름을 딴 혜성이 1758년 말이나 1759년 초에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돌아올 날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대단히 어려웠는데, 혜성의 경로가 혜성 옆을 지나가는 큰 행성의 중력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클레로는 조제프 랄랑드Joseph Lalande(1732-1807)와 유명한 시계공의 아내인 니콜 르포트 Nicole Lepaute의 도움으로 정확하게 혜성이 돌아올 날을 새로운 간섭이론을 통해 예측하였다. 1759년에 계측상 정확하게 원일점에 또는 적어도 30일 정도의 오차범위 내에서 혜성이 출현" (114~5쪽)

 

라플라스가 26년에 걸친 저작으로 천체역학 다섯 권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책들 다섯 권만 다 읽고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공부한다면 내 젊음은 거기에서 끝나버리고 말까. 문득 그런 궁금증이 든다. 이것저것 집적대지 말고 그냥 하나만이라도 알고 가자. 그것으로 무엇을 할 지는 모르겠다. 일단 알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 아닌가. 

 

"라플라스는 그의 유명한 『천체역학』(전5권, 1799-1825)에서 선행 과학자들의 업적을 요약하고 확장하여 계몽주의 시대의 수리천문학을 완성하였다." (116쪽)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읽기를 끝내고 그래도 루소쪽은 낫겠지 생각하고 훌쩍 뛰어넘었다. 루소가 1750년에 에세이 상을 받는데, 그 주제가 '학문과 예술의 부흥은 풍속의 순화에 기여했는가?'였고, 루소의 답은 '아니다'였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모든 곳에서 사슬에 묶여 있다. (중략) 루소의 메시지는 인간은 선하게 태어났지만 사회가 그를 타락시켰다는 내용이다.' (458쪽). 흄에서 시작하여 루소와 볼테르, 디드로까지 인간의 자유와 정념(감정이라고 해도 좋을 인간의 마음들)을 중요시한다.

 

"루소가 “신성한 교의와 무관하게 오로지 이성의 빛”을 사용할 것을 주장한 데는 모든 계몽사상가들이 공감했다. 그들은 인간의 정신을 종교에서 벗어나게 하면서 정념도 자유롭게 하고자 했다. 루소가 정념을 해방시킨 최초의 인물은 아니었다. 흄은 인간에 대한 학문이 항상 이성만을 이야기할 수 없음을 알아차렸고 정념의 궁극적 우선성을 인정했다." (460쪽)

 

디드로는 타히티의 오로우를 통해 억압된 감정, 억압된 성 충동에 대해 적나라하게 토로한다. 그런데, 말이 너무 어렵다. 다섯 번은 고쳐 읽어야 했다. 원본의 인용 없이 디드로의 시각을 전하면 이렇다. 오로우의 딸과 동침한 후 양심의 가책에서 괴로워하는 젊은 목사에게 오로우가 하는 말이다.

 

"자연의 법칙은 인간이라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자연 법칙 즉 자연의 영원한 의지에 따르면 인간은 선을 행하게 되고, 공동체의 선을 지향하게 된다. 유럽인들은 종교와 법률을 통해 위협과 처벌을 일삼지만 그럴수록 인간들은 더욱 비열하게 타락한다. 유럽 세계는 자연 법칙을 짓밟는 위선자 집단이며, 유럽인들 서로가 서로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비열한 존재일 뿐이다. 자연의 창조물인 유럽인들은 잘못 만들어진 창조물이다." (462, 3쪽에 대한 무일의 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