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20분씩은 해야 할 것들을 하지 못하고 있다. 몸이 피곤하여 손이 먼저 가는 것들을 처리하다 보니 그렇다. 20분을 투자하지 못하는 것들은 퇴보할 것이다. 스페인어와 영어와 중국어가 그렇고, 기타와 장구와 꽹가리가 그렇고, 오카리나가 그렇고 등등.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이 언제나 우선 순위라 몸수로서 농사일은 계속하면서 놀려고 정해놓은 시간은 스크린 골프를 치면서 놀고 있다.
1. 모든 것을 바꾼 사람 : 바실 메이헌 Basil Mahon 지음 / 김요한 옮김 / 지식의 숲(2008)
맥스웰은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최고 중의 최고 crème de la crème'라는 학생들로 이루어진 '사도회(본문에서는 제자들) apostles'의 열 두 회원들 앞에서 '유추 analogies'라는 에세이를 발표한다. 핵심이라고 하는데, 뒷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물질을 오감으로 인지할 수 없다는 맥스웰의 생각이 좀 더 분명하게 표현되었다. 필자는 이 문장을 맥스웰 과학 사상의 요약이라고 한다.
"우리가 이론이라는 돋보기를 들이대지 않는 않는 한 현상적 물질에 관한 희미한 윤곽은 모두 하나로 합쳐진다. 돋보기 나사를 이리저리 돌려 때에 따라 하나의 정의를 얻어내고 다시 때에 따라 또 다른 정의를 얻어낸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세계' (중략) 각기 다른 깊이로 내려가 살펴보게 된다." (70쪽)
사람은 정말 수다로서 행복해지는 것일까. 많은 여자들이 수다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중년의 사내들이 갈수록 수다가 늘면서 늙고 초라해지는 자신의 권위와 육체를 보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수다는 그런 힘이 있는 모양이다. 문제를 풀 수 있는 힘.
"당시(23세, 트리니티 컬리지 4년차, 1854년) 맥스웰은 무엇이든 이야기하는 것을 참 좋아했어요. (중략) 문제를 붙잡고 내가 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이 다 지나도록 쩔쩔 매며 문제를 거의 하나도 풀지 못하고 있는데, 맥스웰은 가십거리 하나를 들고 와서는 내가 속으로 제발 좀 갔으면 하는데도 계속 떠벌렸죠. (중략) 우리가 모일 때 보면 문제를 전부다 풀어놓은 거예요." (77~8쪽)
'좋은' 맥스웰에 대한 여러 가지 기억들이 나열되고 있지만 노동자 교육에 참여한 행적이 가장 눈에 띄었다. 빨강머리 앤이 생각난다. 말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
"킹스 칼리지의 모리스는 (중략) 조합을 지지하고 노동자 대학 설립을 주창했다. (중략) 성공회 규약에 위배되는 것은 없나 하고 (모리스가 펴낸) <신학론>을 꼼꼼히 살폈다. 대학교의 모든 펠로우(중략 / 를 동원하여 결국) 근거를 잡아내고는 모리스를 해직시켰다. (중략 / 맥스웰은) 노동자 대학이라는 구상은 전적으로 지지했다. (중략) 제임스는 벌써부터 글렌레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주면서까지 자기 집에서 어린 농장 노동자들을 돕고 있었다. 훗날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펠로우로서 또 나중에 애버딘 시 마리셜 칼리지와 런던 대학교 킹스 칼리지의 교수로서, 제임스는 노동자 대학에서 가르치기 위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강의를 쉬었다." (79~80쪽)
2. 과학이란 무엇인가? : 리처드 파인만 강연 / 정무광 정재승 옮김 / 승산(2008)
파인만이 분류한 과학의 세 가지 측면은, 1) 실용 과학 2) 새로운 과학 3) 방법의 과학이다. 실용 과학은 과학을 통해 변화 개선된 삶의 모습이다. 새로운 과학은 새롭게 발견된 과학이다. 방법의 과학은 진리를 발견하는 방법의 제시다.
파인만은 "자연의 상상력이 사람들의 상상력보다 훨씬, 훨씬 더 대단하다는 사실(20쪽)"을 강조하면서 생명이 유지되는 내부 메커니즘의 예로 벤젠고리를 든다. 클로로필 chlorophyll 이 뭔가 위키백과에서 찾아 봤더니 엽록소다. 이런 것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새로운 과학'의 기쁨이라는 것이다.
"식물이 호흡을 하고 광합성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화학물질인 클로로필 chlorohpyll은 흔히 벤젠 고리 bezene ring (중략) 동물들 피 안에도 호흡과 관련된 헤모글로빈 hemoglobin 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거기에서도 똑같이 그 흥미롭게 생긴 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식물에 들어 있는 마그네슘(Mg) 대신, 철(Fe)이 들어 있어서 녹색이 아니라 붉은색을 띄고 있다" (21쪽)
파인만의 말은 이해했다. 다른 문장에 더 관심이 간다. 헤모글로빈의 분자 구조에 철이 포함되어 있다는 글을 읽고 분자식을 찾아보다가 중앙박물관의 강좌 소개에 있는 글을 재미있게 읽고 이렇게 바꿔 보았다.
피가 빨간 이유는,
핏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의 중심에 철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가 붉은 이유는,
더 많은 착취를 가능하게 하는 철기 문명으로 이룩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개체인 인간과 인류 문명의 핵심은 붉은 색 '산화철'이다.
‘녹슨 철’은 생명의 피를 붉게 물들이고,
대지를 피로 물들인 '철기는 녹'이 슬었다.
녹슨 철은,
인간 생명과
인류 문명의 핵심이다.
"양전하와 음전하가 서로 얽혀 물질 내부에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내더라는 사실(24쪽)"을 발견한 패러데이 과학의 진가(원자들 간의 상호 화학적 친화력)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한 파인만이 설명을 덧붙인다.
"어떤 원자들은 전기적으로 양성을 띠고 다른 원자들은 전기적으로 음성을 띠며 그 크기가 원자들마다 달라 서로 일정한 비율로 끌어당기기 때문에 철과 산소가 만나면 특별한 조합 비율을 가지 산화철이 만들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 낸 것이다. 또한 그는 전기의 양이 원자마다 서로 다르며 그것이 원자의 단위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두 가지 사실은 모두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지만, 이것이 우리에게 각별히 흥미로운 것은 전기학과 화학이라는 두 거대한 분야가 하나로 통일되는,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들 중 하나라는 사실 때문이다. (중략) 패러데이의 발견이 그저 크롬 도금에 쓰인다고만 얘기하는 것을 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26쪽)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아내는 것은 과학자의 일이고, 그렇게 되는 게 좋은 지 아닌지를 따져 보는 것은 인간의 일이다. 파인만은 매우 신중하게 과학의 영역을 구분해 내려고 시도한다. 과학자가 모든 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럴 수도 없다. 과학이 다루지 않는 문제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관찰 가능한 모든 것'들을 택해서 분석한 후 그 결과물을 과학이라 부(른다. (중략) 과학의 영역에서 제외된, 관찰 가능하지 않은) 문제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일 수 있다. (중략 / 과학자는) '그렇게 되는 게 좋은지 아닌지를 따져 보는' 것에 대해서는 도움을 줄 수 없다." (29쪽)
과학자들은 틀리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으면서 엄밀한 규칙을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농부들이 틀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틀리더라도 실망하지 않으면서 또다시 완벽한 농사에 도전하는 것은 과학자의 자세와 같다.
"규칙이 구체적이고 명확할수록 더 강력해지고, 더 쉽게 예외가 생길 수 있어 검증 절차도 흥미로워지며, 그래서 더욱 가치있다."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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