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야기를 읽으려면 우한에 대해서는 알아야겠다. 삼국지의 유비가 제갈량의 지략으로 자신의 발판을 만든 형주 지역이었으며, 태평양에서 창지앙을 거쳐 진입하는 포구인 무창이 있던 곳이다. 무창, 한양, 한커우가 합쳐져서 1927년에 우한 시가 되었다. 중국의 배꼽이라고도 불리며 6개의 성과 만나는 직할시로서 교통의 요지다. 신해혁명이 발생하여 청제국을 멸망시킨 도시이며, 충칭 임시정부가 있던 시절에도 실제 수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정도로 큰 도시다.
1. 토지 2권 :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2012)
최치수는 엄마를 그리워하다 몸을 망치고 아내를 잃은 복수를 꿈꾸며, 친구 이동진을 만주로 떠나 보낸다. 인간의 삶은 이렇게 기묘한 것들의 얽힘이다. 무엇에건 심하게 얽매여서는 안된다. 진리를 궁금해하며 살면 된다. 더러는 진리가 두려울 때가 있지만 대체로 평안하다. 무기력도 극복할 수 있다. 최치수의 말은 무기력과 변절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낙화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포장되는 것이 낙화의 아름다움이다. 살아서 두꺼운 나무를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진리라는 희미한 빛을 따르며 살아야 한다. 진정한 생명의 아름다움이 새잎에서 느껴진다.
"자네가 마지막 강을 넘으려 하는 것은 누굴 위해서? 백성인가, 군왕인가? (중략) 백성이라 하기도 어렵고 군왕이라 하기도 어렵네. (중략) 굳이 말하라 한다면 이 산천을 위해서 (중략) 열전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지 뭐겠나. 자넨 사내대장부라는 말을 매우 귀히 여기는 사람이니." (중략) "그것도 빈말은 아니겠다." "나라 망하고 충신이 난들 무엇하리오.” “낙화(落花)의 처절한 자태는 한결 아름다운 법이니라.” (2권 73%)
이 부분은 여러 번 읽고 되씹어 볼만한 일이다. 을미의병으로 봉기한 선비 유인석의 의기는 굳었으나 전쟁을 책 읽는 것처럼 하였다. 유인석이 책을 제대로 읽었더라면 노모에 대한 자식의 마지막 효를 외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군율이 엄한 것은 알았지만 전쟁의 처절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동지들의 죽음을 바라보며 분노를 삭이지 못했을 김백선의 마음도 아프게 다가온다. 차라리 노모를 봉양하였더라면 이런 억울한 죽음을 피할 수 있었을까. 먼저 가족을 돌보는 것이 맞다. 가족을 돌보는 일의 끝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나와 가족이 있고 난 뒤에야 나라와 민족이 있다.
"유인석이 그때 선봉장으로서 선전하였던 평민출신의 김백선이, 원군을 보내지 않아 패퇴하게 되자 그 분함을 참지 못하고 안승우에게 칼을 뽑아들었다 하여, 마지막으로 노모를 한 번 보게 해달라는 간절한 소원조차 물리치고, 군율에 의해 김백선을 처형했던 것이다." (2권 73%).
귀녀와 평산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일을 치러낸다. 욕심이 그들의 에너지다. 욕심이 만들어 낸 분노로 인륜과 천륜을 배신하는데도 거칠 것이 없다. 용이는 아직도 사랑을 찾아 헤매인다.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느라 몸을 부지런히 놀려 삶을 유지한다. 질기게 살다보면 사랑도 행복도 얻을 수 있으리라.
칠성이와 임이네의 주고받는 말이 거칠다. 일단 접시밥이라는 말이 재미있다. 돌아서면 일거리가 보이는 세상에서 접시밥 먹고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으리라. 접시밥 먹고 얼굴과 손톱 요란하게 그리고 온 몸에 오일을 발라가며 사는 것이 행복일까. 일과 놀이가 균형 잡힌 삶이야말로 행복한 삶이다. 모두가 각자의 답을 가지고 살아가니 세상이 요지경처럼 다양하다.
"소 배애지 겉은 제집년 배 채울라꼬, 흥 일 년 열두 달 내 뼛골이 쑤시니. (중략) 흥, 접시밥 묵고 방만 지키는 년 데부다 놓고 사소. 내사 안 묵고는 일 못하겄구마." (2권 85%)
부유한 삶에 대한 이런 묘사들을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사람답게 살라는 소리는 들었어도 말이다. 분명 집안마다 은밀한 교육의 내용이 다른 모양이다. 천한 기운이 몹시 강하고 힘이 있다. 도는 아니지만 따라야 할 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또한 삶의 다양성을 발전시키는 삶이리라. 어떤 수단을 쓰든 재벌이 되고야 말겠다. 이런 정신이 자본주의에 살아 숨쉬면서 사회의 생산은 늘어난다. 거짓과 부패와 노략질과 착취만을 공권력으로 잘 제어하면 된다. 천민 자본주의와 성인 정치가 결합되는 것이 유토피아가 아닐까. 서로 다른 것들의 결합으로 좋은 것이 태어난다.
"내 집 곳간에 재물만 그득그득 차보제? 숭이 어딨더노. 모두가 와서 포리 손을 부빌긴데. (중략) 사람우 마음이란 있는 놈은 제 거 뺏아가도 보믄 반가운 기고 없는 놈은 제 거 안고 와도 반갑잖은 기라." (2권 85%)
드디어 2권을 다 읽었다. 중간중간에 눈여겨 본 대목들과 구수한 말들이 많았는데, 다 기록으로 남기지 못하여 아쉽다. 전자책이라 언제든 다시 빌려서 읽을 수 있으니 좋다. 세삼 좋은 세상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매우 안정되어 있다. 방종에 가까운 언론 자유가 보장되고, 횡포에 가까울 정도로 사법권이 발휘되고 있으며, 귀를 닫은 고위관료들의 정치 중립이 실현되고 있다. 권리 위에 잠자지 않는 수많은 시민들이 있기에 이 상태는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고인 물은 썪고 변화가 없는 나라는 부패한다. 끊임 없이 새로운 물길을 찾아 흘러야 한다.
"쇠전 한 푼 나올 기라고 빈 가마 태우까?" (2권 83%)
2. 중국인이야기 7 : 김명호 지음 / 한길사(전자책)
불과 21세의 나이에 산간변구의 주석이 된 시중쉰은 국민당군의 공격에 장정으로 도망치기 바빴던 중앙 홍군의 근거지를 마련했다. 마오쩌둥은 감탄했다. 고도 시안과 산시 성 주변의 광활한 지역인 관중을 시중쉰에게 맡긴다. 중국 혁명은 농민들의 지지와 후원 속에서 발전해야 하며, 전쟁이 끝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경제 정책이며, 민족주의를 상대하는 방법은 포용이라는 것을 중학교 밖에 다니지 못한 무학의 전사가 전쟁 속에서 깨달은 것이다.
그런 아버지를 둔 시진핑의 정치는 어떤가. 젊은 나이에 오랜 세월 하방을 경험했고, 여러 지역에서 행정 경험을 쌓은 그가 경제정책은 물론 정치 조차도 매우 위험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것은 아닐까. 아버지를 닮아 과감하되 포용과 인내와 전략이 없다. 아버지에게 부패 없는 중국의 중요성은 배웠으나 구호나 정적 숙청에만 쓰고 있다. 참으로 걱정이다.
"신중국 선포 2개월 후인 1949년 12월, 장제스에 의해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대사로 임명된 마부팡의 추종세력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중략) 펑더화이는 "포위만 하고 공격은 자제하자"는 시중쉰의 직언을 존중했다. (중략) 샹첸은 중공 중앙정부에서 이탈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반공구국군'을 결성했다. 시중쉰은 동요하지 않았다. 1952년 4월까지 1년 6개월간, 17차례에 걸쳐 서북 지역의 성 간부와 티베트 활불(판첸 라마) 등을 앙라에 파견해 샹첸을 회유했다.
(중략 / 시중쉰은) 엄포만 놓고 공격은 하지 않았다. 2개월 후 샹첸은 제 발로 투항했다. (중략) 나와 동포들을 사지에서 구해줬다. 시중쉰이 아니었다면 수많은 사람의 목이 땅에 굴러다닐 뻔했다. (중략 / 마오쩌둥은) 제갈량보다 더 지독한 놈이다. (중략) 서북 5성은 여러 민족의 이해가 얽히고설킨 지역이다. 각 민족의 풍속과 습관, 종교와 신앙을 존중해라. 민족 종교 지도자들과 자주 대화를 나눠라. 권한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해라." (7권 50~51%)
문혁의 소용돌이에서 12년만에 간신히 살아난 시중쉰과 시진핑은 광저우와 푸젠으로 내려갔다. 덩샤오핑은 시중쉰에게 기대를 건다. 경제특구로 대표되는 40년 발전이 이루어진다. 시중쉰에 대해 궁금했던 이야기들을 들었다. 경제특구 이후 중국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다시 한 번 중국 인민들의 삶이 힘겨워진다면 이번에는 누가 있어서 중국을 구할 수 있을까.
시진핑의 천하다. 문혁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시 일가가 천하인재들의 목숨을 쥐고 있다.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시진핑 독재로 가는 것이 아닌지 더욱 걱정스럽다. 중국의 패망은 동북아의 위기이자 세계의 위기다. 분명한 것은 문혁과 같은 광풍이, 항일전쟁이나 내전과 같은 끔찍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의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부패와 독단, 경직을 막고 경제를 돌려야 한다.
"광둥과 푸젠 지역에 특수정책을 실시하고, 지역 출신 화교의 자금과 기술을 이용하면 자본주의 지역으로 변할 가능성이 없다. (중략) 특구가 좋겠다. 시중쉰은 특구 전문가다. 반세기 전, 시중쉰이 만든 산간닝 변구도 처음에는 홍색특구였다. 이번에는 경제특구를 만들어라. 지원할 돈은 없다. 재주껏 살 길을 찾아라." (7권 58%)
'사는이야기 > 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인만과 계몽주의 03_201018 el dieciocho de octubre el domingo_bocembhachatb bockpecebehe (0) | 2020.10.18 |
---|---|
맑은 정신으로 좌우를 경계하라_중국인이야기 7권 04_201005 (0) | 2020.10.05 |
단 한 가지 사실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_맥스웰과 과학 04_200928 el veintiocho de septiembre el sábado_двадцать восемь суббота (0) | 2020.09.27 |
우주의 조화로운 상태는 인간의 힘으로 깰 수가 없다_파인만과 계몽주의 02_200924 (0) | 2020.09.24 |
BP는 BP하고 싶어한다_200918 (0) | 2020.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