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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비닐을 덮어 5개월을 썩혀 둔 이랑에서는 배추 모종이 자라지 않는다_200914_el catorce de septiembre el lunes_четырнадцать понедельник

그동안 대여섯 차례에 걸쳐 맛있게 먹었던 들깻잎을 이제는 더 이상 먹을 수 없다. 분홍빛 벌레가 깻잎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모기를 피해 가며 두 주먹을 따서 바구니에 넣고 돌아왔다. 이번 주에라도 꾸준히 벌레 먹지 않은 것을 따면 더 먹을 수 있을 텐데.

 

배추 심은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어째 제대로 자라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 농약과 흙을 섞어 넣은 것 위에 모종을 심어서 약해를 입은 것인지 아니면 지난 봄에 만들어 비닐을 씌워 둔 이랑에 이제야 비닐을 열어 모종을 심었더니 온갖 독성이 다 모여 있는 것일까. 무려 5개월이다. 두 가지 다 잘못했다. 감자와 강낭콩을 캔 곳을 갈아엎은 다음에 모종을 심었어야 하지 않을까. 일을 줄이려다가 배추 모종만 힘들게 한 모양이다. 모종이 죽을 때마다 어머니는 새로 사다 심으셨다 하니 그 또한 힘든 일이었다.

 

밭에 모아져 있는 고추대를 밭 한쪽으로 가져다 치웠다. 나중에 비닐과 부직포를 걷을 때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추 말목은 차에 실어서 밭둑으로 옮겼다.  금방 해가 진다.

 

뒷집 사장님은 마당에 보도블럭을 예쁘게 깔고 계신다. 하루하루 마당이 정리되는 느낌이 나서 보기에 좋다. 오늘은 무안 cc에서 최고 기록을 세울 뻔했는데, 3홀을 남겨두고 2 오버파 상태에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30분을 넘게 통화를 하고 났더니 주인은 얼른 끝내 달라고 재촉하고, 내 몸은 굳어 버려서 완전히 페이스를 잃었다. 결국 3홀에서 6 오버파를 쳐서 최종 80. 목표인 77타를 달성하지 못해서 매우 아쉽다. 수요일을 기대해 봐야겠다.

 

대부도를 가려다가 길이 너무 밀려 매향리 해변을 왔다. 화옹호는 매향리에서 궁평항으로 이어지는 9km의 방조제로 만들어진 호수다. 주변에서 차박을 즐기는 시민들이 많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없으니 그렇겠지만 지나는 사람들과 자전거를 배려해 일부 산책로는 비워 두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